‘철면피한 감언이설, 뻔뻔함과 추악함, 요사스런 말장난, 귀머거리 벙어리 흉내, 여우도 낯을 붉힐 비열하고 간특한 발상,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외세의 바지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런 모습’.

서른두 살 그녀의 언어에는 독이 묻어있었다. 패륜적 독설로 가득했다. 표현은 거칠고 저열했다. 내용은 하수구처럼 역겨웠다. 입술에는 립스틱바르고 아양떨면서 혀로는 독을 뿜어내는 표라부동을 느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하 김여정·32)은 17일 문재인대통령을 향해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욕설과 조롱과 모욕과 비방이었다.

지난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걸고 넘어선 것이었다.

문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남북의 현 상황을 언급하면서 “전쟁위기까지 넘어선 남북 관계를 후퇴시켜선 안 되며 남북이 직면한 문제를 협력과 소통으로 풀어가자”고 했다.

북측의 일방적인 남북통신선(연락채널)중단,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고조되는 남북 간 일촉즉발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대통령의 방향 제시였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래서 비난 받거나 조롱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남북이 함께 진정성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긴장 고조 유발 책임이 전적으로 김여정 등 북측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철면피하고 역겨운 쪽은 문대통령이나 남쪽이 아니고 김여정과 북이다. 무례하고 몰상식하고 파렴치도 김여정 쪽이다.

그런데도 김여정이 아버지뻘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패륜적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빈국의 이상한 나라, 또는 ‘깡패집단의 마녀 같은 패륜’에게 속수무책 능욕(凌辱) 당해야 하는가. 왜 그쪽의 눈치를 보며 오금을 저려야 하는가.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나 지지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적 분노가 치솟는다. 치욕적이고 모멸감과 좌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핵 없는 나라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은 주먹으로 먹고사는 조폭이 힘없고 순진한 사람을 압박하여 금품을 뜯어먹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과 협박과 위협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전형적인 ‘깡패 놀음’인 것이다.

북한 내부의 말 못할 위기국면 탈출을 위해 남쪽에 불 질러 시각을 다른데로 돌리고 체제를 장악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했다.

여기서 ‘전쟁과 평화’ 또는 ‘힘의 균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어느 일방에 기우러지거나 편향되지 않은 ‘힘의 균형’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고대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 티우스의 말이다. 군사학의 고전(古典)으로 이야기되는 그의 저서 ‘군사학 논고’에 나오는 명언이다.

‘전쟁’과 ‘평화’는 양극단의 반대 개념이다. 따라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논리는 상호 모순이며 역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설의 논리 속에 가슴에 새겨도 좋을 교훈이 살아있다. ‘평화의 전제조건은 힘의 균형이며 힘이 있어야 전쟁을 막고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 것이다.

북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사느냐, 죽느냐’의 생사문제다. 국가 흥망과 국민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북핵이 폐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한국의 평화담보는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북의 핵 협박이나 위협에 질질 끌려 다니고 북 눈치 보기로 전전긍긍하는 문재인 정부의 무소신 대북정책도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인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성서 말씀처럼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하겠다. 사실상 난망한 일이다. 핵은 북의 체제존속의 처음이자 마지막 수단인 것이어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나 방어용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주·평화·민족 대단결 등 통일 3원칙에 합의했던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네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그동안 남북 간에는 수많은 협상과 합의와 공동선언 등이 있었다.

그때마다 공동선언문이나 합의문 속에는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졌다.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선언이나 합의문 등은 ‘허명의 문서’나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북이 사인만 해놓고 합의를 파기해버리거나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사의 교훈에서 오늘을 읽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체임벌린(1869~1940)은 1938년 당시 영국 총리였다. 그해 9월30일 ‘유럽의 평화’를 약속받았다며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와 함께 서명한 ‘뮌헨 협정 선언서’를 들고 외쳤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면서 선언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히틀러에게서 한 번 약속을 하면 믿을 수 있는 사나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히틀러는 뮌헨 협정 1년도 안 돼 1939년 1월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을 올렸던 것이다.

역사는 체임벌린과 히틀러의 뮌헨 협정을 20세기 국제관계사에서 ‘최악의 실패 대명사’로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처칠은 ‘히틀러는 총을 들고 상대방에게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돈을 요구하는 독재자’라고 비판 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 생떼부리며 계속 뭔가를 요구하는 북의 3대 세습 독재자를 떠 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독재자에게 ‘계속 퍼주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통령 주변에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18일 열렸던 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전쟁공포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려면 경제 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연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이를 다른 말로, 나쁜 말로 하면 ‘파주기’”라고 했다.

“퍼주기 없이는 군사적 긴장완화도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 퍼줄 것인가. 황당하고 어이없는 주장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러한 류가 대통령 주변에 포진했으니 김여정 같은 막말이 대통령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김정은이나 김여정 남매가 헛기침이라도 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까지도 무조건 퍼주겠다는 것인가. 역적질이거나, 간첩 질이거나, 이제는 보란 듯이 대놓고 막가보자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언이 머쓱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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