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요리연구가 백종원씨(54·외식사업가·더 본 코리아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됐다. 깜짝 놀랄 뉴스거리였다. 정치권이 한바탕 요동쳤다.

본인은 정작 “꿈 꿔 본적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미묘하다.

그만큼 ‘요리사 대통령 후보’ 이미지가 다소 생경스럽고 엉뚱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낚시터에서 ‘백종원 대권론’의 입질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다. 이날 김위원장은 통합당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당의 차기 대선 주자 군에 ‘백종원씨 같은 사람’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위원장 측에서는 “백종원씨를 톡 찍은 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편한 어법으로 소통이 가능한 대중 친화적인 사람을 비유로 든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상징화법’으로 백종원씨를 소환했다는 이야기였다.

김위원장 발언 후 통합당 내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원희룡(제주지사)·오세훈(전 서울시장)도 ‘백종원씨 같은 사람’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대권 잠룡들을 희화(戱畵)화 했다”고 발끈했다. ‘웃기는 그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의원의 입질은 발칙했다. 대통령 후보감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적 특권층이나 특정 직업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야를 밖으로 돌리면 노동자 출신의 대통령, 가수출신의 대통령의 예도 있다.

그러므로 장의원의 ‘희화화 발언’은 백종원씨는 물론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욕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건방진 특권의식을 내보인 입질이다.

백씨는 이미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구축하고 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몰이꾼이다.

그의 ‘요리에 대한 자긍심과 외식 경영 능력은 타의 추종이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정평이 난지 오래다.

여기에다 스스럼없는 친화력과 구수한 입담, 어려운 이들을 돕는 희생정신과 열정까지, 어느 정치인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노하우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는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내외 1600여개의 음식 매장을 거느린 세계적 외식 경영 전문가다.

‘한국 요식업계 대부’로 불러 손색이 없다. 여러 방송 활동을 통해 ‘요리의 대중화’, ‘골목상권 살리기’, ‘식자재 소비를 통한 농어민 살리기 행사’ 등은 대중적 인기의 요체다.

그의 유튜브 ‘백종원 요리 비책’은 27일 현재 406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의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인 것인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세계 요식업계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미국의 저명한 요리사 제임스 비어드(1903~1985)는 음식을 ‘공감대’라고 정의 했다.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사회에서 가장 밀접한 최소 단위가 식구(食口)다. 먹을 식(食), 입 구(口), 함께 음식을 먹는 가장 가까운 사이다. 거기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버나드 쇼 같은 이는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한 사랑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의 손맛이 가족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요리사의 손맛도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 줄때가 가장 행복하다”. 어느 요리사의 말이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요리사의 행복한 꿈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요리만이 아닐 터이다. 정치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말씀이 아니다. 남을 미워하고 적대시 하는 ‘증오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편을 갈라 상대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는 ‘악다구니 정치’, ‘분열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권력을 조자룡의 헌 칼 쓰듯 휘두르는 무자비한 ‘권력의 칼춤’, 힘과 숫자로 밀어 붙이는 ‘불도저 정치’가 상식과 법치를 유린하고 있다.

어둡고 무시무시한 ‘독재의 그림자’가 곳곳을 덮치는 듯하다. 눈 감고 귀 막은 집권 세력의 오만한 정치 행위가 너무 거칠고 불길하고 불안하고 오싹하다.

상황이 최악이다. 클레망소(1841~1929)는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정치가였다. 수상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정치가 중에 최악은 누구인가” 대답은 ‘아직 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사람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보다 더 최악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 보다 더 최악은 있을 것인가?’, 모골이 송연해 질뿐이다.

이러한 정치 현실에서 통합당 김 비대위원장의 ‘차기대선 후보 백종원 소환’은 김위원장의 속셈이나 의도에 관계없이 느끼는 바는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대권후보자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의미다.

비전과 열정을 갖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백종원식 리더십’이 아쉽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소통하고 문제해결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대중 친화적인 정치인’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위원장의 언급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내 잠재 후보군에 대한 배척이나 배제는 아닐 것이다.

혐오와 냉소가 거침없이 표출되는 현실 정치권에 보내는 충격 요법으로 이해 할 수도 있다.

“요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요리사처럼 정치도 국민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아 ‘백종원 대권론’을 이야기 했다면 김위원장은 ‘해야 할 말’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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