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행불인 묘역의 어머니(김춘화) 비석을 찾은 김정남 유족이 올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
지난 2018년 4월 3일 4·3행불인 묘역의 어머니(김춘화) 비석을 찾은 김정남 유족이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4·3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송재호·오영훈·위성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주4·3특별법의 개정 방향’ 주제로 지난 20대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논의에서 쟁점이 된 사안과 개정 시안의 주요 골자를 발표했다.

우선 이 교수는 4·3의 해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나온 쟁점을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해결 △정의 △피해자·유족의 권리와 도민 의사 존중 △신분관계 정정 절차의 간소화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2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송재호·오영훈·위성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2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송재호·오영훈·위성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가장 먼저 “제주4·3의 역사와 제주4·3위원회의 활동 과정을 주목한다면 과거사정리법으로 제주4·3사건을 해결하자는 제안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의 지리·문화·역사적 격리성과 최대규모의 희생자가 발생한 단일 사건, 제주4·3법에 따른 진실규명 업무의 진척도 등을 고려하면 굳이 소관 기구를 변경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다른 기구가 단지 기술적으로 인수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 증언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고령자가 지난 20년 사이 별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율성도 떨어지며 오히려 상황 반복으로 인해 권리 실현을 지연시킬 뿐”이라며 “물론 한국전쟁의 민간인희생자를 위한 보상기준과 일치시키는 것이 국민적 정의 감정에 부합할 것이라 여겨지며 이를 위해 제주4·3특별법에서 통일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나머지 민간인희생사건은 그 기준을 답습하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제주4·3사건의 정의와 관련해선 “현행법은 소요사태와 무력충돌, 진압과정이라는 용어를 배치해 독해방식에 따라 책임을 무장대와 봉기자들에게 전가하고 국가폭력을 본질적으로 무해화하는 사고를 전제한다는 부적절한 인상을 준다”며 “개정 시안에선 항쟁의 측면과 희생(집단학살)을 동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4·3평화기념관에 있는 백비(白砒)
4·3평화기념관에 있는 백비(白砒). (사진=제주투데이DB)

현행법에 따르면 ‘제주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개정 시안에선 “미군정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또 “그동안 과거청산 과정에서 희생자와 유족은 정부의 배보상 정책의 시혜대상으로 위축됐다”며 “이번 개정 시안에선 피해 회복의 과정에서도 피해자와 유족을 권리주체로 상정하고 4·3사건이 도민의 항거와 결부된 집단적 사건이기 때문에 도민의 자주적인 의사를 중시하고 문제 해결과정에서도 이들의 자율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비극을 당한 사람들이 친척이나 이웃의 호적부(가족관계등록부)에 입적해 유족으로 인정받는 데 많은 지장을 받고 있어 이 부분을 재조정했다”며 “제주4·3위원회가 부모의 사망으로 친척이나 타인의 집에서 자란 사람을 적절한 인우증명으로 유족으로 확정한 뒤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은 대법원 규칙에 따라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또는 작성을 신청하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47년 3월 1일 제주 관덕정 앞 시위행렬 모습. (사진=제주4·3평화재단)
1947년 3월 1일 제주 관덕정 앞 시위행렬 모습. (사진=제주4·3평화재단)

21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될 ‘제주4·3특별법’ 개정시안엔 △진상조사 결과를 포함한 위원회 활동 매년 정기국회 보고 의무화 △군사재판 무효화 조치와 범죄기록 삭제 △일반재판 무효화 조치에 따른 범죄기록 삭제 △행방불명자에 대한 사망신고 간소화 및 호적정리에 따른 민법 의제조항 삽입 △희생자 및 유족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인정보자료의 이용 절차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토론회는 정근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서상범 ㈔과거청산통합연구원 상임이사,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이상언 제주4·3희생자유족회 감사, 홍수정 4·9통일평화재단 조사실장,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편 과거사정리법은 반민주·반인권적 행위 등에 의해 왜곡·은폐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2005년 제정된 법률이다. 진실규명 범위는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 항일 독립운동부터 해방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위법하거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상해 등 중대한 인권 침해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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