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코로나19가 우리를 위협하는 요즘, 병실에 격리라도 되면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어찌해야 할까. 반려인들이라면 누구나 '어느날 갑자기 내가 세상을 뜨게 되면 내 반려동물들은 누가 책임져 주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체된 한 가족이 있었다. 엄마는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되었고 아빠는 수감되었다.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아들은 시설로 보내지게 됐다. 또 그집에는 갈 곳 없는 14살 요크셔테리어도 있었다. 그 강아지는 다행히도 우리와 인연이 맺어졌다. 이후 모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나 늦게나마 편안한 삶을 살다 새 가족의 품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었다. 살다보면 평생을 같이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올해 제주에는 반려동물 인수보호제가 시행되고 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반려동물의 보호자로부터 동물을 '인수'받아 '보호'해 준다는 제도다. 귀가 솔깃해진다. 동물복지에 한걸음 다가가는 멋진 정책으로 보이지만 역시 흔히 이야기하는대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포기받은 반려동물들은 어디에서 얼마동안 '보호'를 받게 될까. 포기된 동물들은 곧바로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지게 되고 유기동물과 똑같은 수순을 밟아 10일의 보호기간을 거친 후 입양처를 찾거나 안락사 된다. 아직까지 따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이나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포기각서를 쓰는 주인에게는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시행준비단계에서 우리는 이 제도가 동물유기의 창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제시한 바 있었다. 운영계획안에는 인수대상, 제외대상, 인수조건 등이 명시되었고 동물유기의 창구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현장조사를 시행한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사업실패로 심각한 경제난과 마음의 병을 얻게된 A씨. 복지과의 도움으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동안 우리는 A씨가 스스로 개들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어느 날 A씨는 시청에서 개들을 보호시설로 보내 잘 돌봐준다는 말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본인의 반려동믈들에 대한 포기각서를 쓰려고 했다. 깜짝 놀라 달려가 포기 이후 개들이 겪게 될 상황을 이야기 해드렸더니 전혀 몰랐다며 본인이 힘들어도 그것만은 못하겠노라며 인수보호 진행을 중단했다.

인수포기제를 진행하도록 설명한 복지과 담당자 역시 인수포기제 적용 후 반려동물들에게 발생할 일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형편이 어려운 상황의 A씨와 이 제도가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B씨의 경우다. B씨의 집마당에 빈 개집이 있길래 그 개의 행방을 물었다. 줄이 풀려 돌아다니다가 소방관들에게 포획됬다고 한다. 개를 데리고 온 소방관들로부터 개를 키우기 힘들면 시청에서 시설로 보내 '보호'해 준다는 말을 듣고 기꺼이 개를 보냈다고 한다. 아마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이외 또 다른 사례도 접하면서 시골 어르신들이 "우리 개 잡아가라" 하면 그때마다 인수보호제를 적용시켜 센터로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행정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우선 일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의 명확한 전과정을 상세하게 교육해야 한다. 
2. 일선에서는 이 제도를 진행함에 있어서 개들이 어떤 과정을 겪게 되는지 견주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
3. 농어촌지역 풀려다는 개들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적용시켜서는 안될 것이며 견주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계도와 교육을 우선해야 한다.
4. 추후에는 진정한 의미의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5. 그리고 이 제도에 앞서 펫샵에서의 동물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반려동물 인수보호제는 동물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시행초기이니만큼 아직까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갑작스레 홀로 남겨져 갈곳 없는 동물들을 위한 장치가 되길 바란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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