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김순섭 회장이 단체 활동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9일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김순섭 회장이 단체 활동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매일 밤 눈을 감고 누우면 더운 날엔 선풍기도 못 틀고 부채질만 하는 어르신 모습이 딱 떠올라요. 겨울엔 전기장판 하나에만 의지한 채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계신 어르신 모습이 떠오르고요. 겨우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르신을 찾아가죠.”

지난 29일 오전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김순섭 회장(58)을 만났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일과를 홀로 사는 어르신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1년 365일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독거 노인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사업 수완이 좋고 화려한 옷에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지금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았다. 

“2009년엔가 많이 아팠어요. 정말 바쁘게 앞만 보고 나만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일을 그만둘 정도로 아프니까 처음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고통이 주어지나’ 생각하니 억울하고 화가 나서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요. 속상한 마음에 기도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 친구 소개로 봉사를 시작했어요.”

지난 29일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김순섭 회장이 어버이날에 찍은 '장수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9일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김순섭 회장이 어버이날에 찍은 '장수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무작정 사회복지 시설을 다니며 봉사에 첫발을 뗐다. 그러다 지인 아들을 장애치료 시설에 데려다 주면서 본격적으로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 나누는 삶을 시작하자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앞만 보던 눈은 이제 주변을 살피는 눈이 됐다.  

김 회장은 잠까지 줄여가며 10년이 넘는 기간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돌보는 데 헌신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친 적이 없다. 바로 어르신들이 자신의 손을 잡는 순간 온몸에 느껴지는 강렬한 전율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라고 말한다. 

작은나눔봉사회는 매달 둘째 주 일요일 반찬과 국을 만들어 어르신 20가구에, 매주 토요일엔 부식을 사서 어르신 10가구에 전달한다. 또 일 년에 한 번씩 김장을 해서 배달하기도 한다.

김 회장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행사는 ‘장수사진’ 촬영이다.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어줄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정말 특별한 선물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어르신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코로나 때문에 어르신들이 경로당에도 못 가고 무료급식소에도 못 가시고 있어요. 정말 집 안에만 갇혀 계신데 우리가 찾아가면 너무 고마워하는 그 눈빛이 계속 눈에 밟히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회원들이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나눌 열무김치를 담고 있다. (사진=김순섭 회장 제공)
제주시 외도2동에 위치한 작은나눔봉사회 사무실에서 회원들이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나눌 열무김치를 담고 있다. (사진=김순섭 회장 제공)

지금 김 회장이 바라는 건 작은나눔봉사회가 잘 뿌리를 내려 다음 세대에도 이어나가는 것이다. 

“봉사를 다닐 때 회원들 아이들도 따라가곤 하는데 평상시엔 누가 봐도 어린 아이들인데 어르신을 도울 땐 정말 의젓하게 행동해요. 하루는 ‘어떤 아이가 저한테 OO 할아버지가 아파보이는데 찾아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그 어르신이 어금니 두 개를 빼서 살이 쏙 빠진 거였어요. 그때 이 아이들이 그냥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봉사를 배우고 있구나 느꼈죠.”

김 회장에게 ‘봉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는 “돈이 많은 부자가 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봉사를 하면 마음의 부자가 된다. 봉사하고 나누는 기쁨은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게 하고 매순간 삶에 감사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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