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오키나와전전몰자 추도식 위령의 날' 고교생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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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오키나와전전몰자 추도식 위령의 날' 고교생의 시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7.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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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오키나와현 이외의 내빈을 초대하지 않고 지난 6월 23일 오키나와 이토만시 마부니 평화기념공원에서 개최된 제75주년 '오키나와전(全)전몰자 추도식'에, 오키나와현립 슈리고등학교 3학년 다카라 아카네(高良 朱香音) 여학생의 자작시 낭송이 있었는데 인상에 남았다.

추도시의 경우 그 추도에 연관된 단어와 관용어들이 추도시만이 아니고 추도사 내용에도 겹치기로 빈번이 사용되어 신선미를 떨어트리는 예가 많지만 이 시는 그러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마이니치신문은 6월 23일 석간과 24일 조간에 전문 게재했었다. <아나타가 아노도키: あなたがあの時:당신이 그떄>라는 시인데 필자가 한국어로 번역한 전문을 소개한다.

 

당신이 그때

<회중전등을 꺼 주십시오>

하나, 또 하나 빛이 꺼져 간다

캄캄해버린 그 장소는

아직 낮이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어둡다

약간 습한 공기를 느끼면서

나는 그때를 상상한다

당신이 아직 혼자서 걷지 못했던 그때

당신의 형(오빠)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배웠다

당신의 누나(언니)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당신이 뛰어다니게 되었을 그때

당신이 뛰돌아다녀야 할 들판은

새빨간 친구는 아무도 없다

당신이 청춘을 빼앗겼던 그때

당신은 이미 기진맥진

가족도 없다 먹을 것도 없다

오직 캄캄한 이 호(壕)속에서

당신의 본 빛은, 환상이 되어 꺼졌다.

<네, 그럼 켜도 괜찮습니다>

하나, 또 하나 빛이 늘어난다

비춰진 그 곳은

이제는 캄캄하지 않다고 하는데

몸 속에 베어드는 땀을 느끼면서

당신이 소리 내어 울지 않았던 그때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죽이지 않아도 되었다

당신은 살아 남았다

당신이 소녀에게 백기를 쥐어주었을 때

그녀는 곧 바로 깃발을 올렸다

소녀는 살아 남았다

고마워요

그 사람을 도와준 덕분으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앞을 바라보기만 했던 덕분으로

이 섬은 지금 여기에 있다

용기를 내고 말해준 덕분으로

우리들은 알았다

영원히 풀 수 없었던 전쟁의 저주를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될 평화의 존엄을

<머리, 주의하세요>

바같의 빛이 나를 감싼다

캄캄한 어둠의 그 속에서

당신이 바라보았던 희망의 빛은

나는 끄지 않는다 끄지 않게 한다

장마 속의 맑은 오후의 빛을 느끼면서

나는 평화의 세계를 창조한다

나를 응시했던 똑바른 시선

미래를 향한 평온한 옆 얼굴을

나는 잊지 않는다

평화를 원하는 우리들끼리

오키나와전에서 주민들이 피난했던 호를 고등학교 1학년 때 방문했던 경험에서 다카라 학생은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일본어에서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구분 없이 형이나 오빠를 부를 때, 사용하는 언어는 <아니>, 혹은 <니이쨩(상)>이라고 부른다. 누나나 언니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로 <아네>, 혹은 <네에쨩(상)>이라고 부른다. 이 시의 원문에 한자로 형은 '兄' 누나는 한자로 '姉'자를 썼다. 시의 본문에 나오는 당신이라는 대명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괄호 속에 '오빠'와 '언니'를 참고로 넣었다.   

이토만시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의 추춧돌에는 2017년 현재, 오키나와현 주민 149,456명, 타현인(他縣人) 77,425명, 한반도 출신(한국 380명, 북한 82명) 462명, 미국인 14,009명, 타이완인 34명, 영국인 82명,

모두 241,46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45년 6월 23일 일본군의 조직적인 전투가 종결된 날을 '위령의 날'로 정하여 '오키나와 전전몰추도식'을 연중행사로 오키나와현과 오키나와현 주최, 일반재단법인 오키나와현 유족연합회, 공익재단법인 오키나와현 평화기념재단, 공익재단법인 오키나와협회 공최로 열고 있다.  

일본 수상도 해마다 꼭 참석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직접 참가를 못해서 아베 수상은 비데오 영상으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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