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시민이 승리한 싸움’ 테제 지키기 위해 판을 새겼다”
상태바
“‘5·18은 시민이 승리한 싸움’ 테제 지키기 위해 판을 새겼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7.06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홍성담 작가와의 대화
오는 17일까지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진행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도청 앞까지 쳐들어왔을 때였죠. 친구들과 세 명이서 총소리를 들으며 건물 옥상 시멘트 바닥에 누워서 울기만 했습니다. 근데 날이 새면서 새벽노을에 우리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자 깨달았습니다. 이 싸움은 시민군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것을…. 그때 우리들은 전 한반도의 광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자고 맹세했었죠.”

지난 4일 오후 아트스페이스씨(대표 안혜경) 3층.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를 열고 있는 홍성담 작가와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홍 작가는 작품 중 ‘대동세상-1’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시민들 승리로 끝난 항쟁임을 표현한 그림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그림 속 시민들은 온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세를 부르듯 양팔을 들어 올리거나 음식을 나누고,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는 등 기뻐하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5·18을 얘기할 때 많은 시민들이 학살당한 역사로만 그리는데 사실 시민군이 승리한 싸움”이라며 “이 테제(These)를 지키기 위해서 ‘죽음’과 ‘피바다’라는 단어로 항쟁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동세상’ 작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홍성담 작가의 ‘대동세상-1‘ 작품. (사진=아트스페이스 씨 제공)
홍성담 작가의 ‘대동세상-1‘ 작품. (사진=아트스페이스 씨 제공)

홍 작가는 항쟁 당시 어렵게 살아남은 시민들이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5·18이 시민군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이 저항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정의를 실현한 투쟁이었다. 

그는 “계엄군이 코끼리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 M-16으로 민간인들을 쏘아대며 도청 앞은 총소리와 시민들이 흘린 피로 가득했다. 그 상황에서도 우린 살아남아 계속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그들이 없었다면 결국 우리는 졌을 것이고 지금도 군부와 재벌이 나라를 해 처먹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작가의 군부에 대한 분노와 투쟁 의지는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 ‘갚아야 할 원수’는 한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본떠 새긴 판화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지’에 실리며 5·18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던 이 사진을 보자마자 홍 작가는 바로 판을 새겼다. 

그의 손을 거치자 아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허공을 바라보듯 텅 빈 듯한 눈은 강한 의지를 다짐하는 눈으로, 사진에는 보이지 않던 오른손엔 새총이 쥐어져있다. 홍 작가는 이 아이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수를 새총으로라도 갚으라는 바람으로 판화를 새겼다고 말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실린 사진(왼쪽)과 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홍성담의 ‘갚아야 할 원수‘(오른쪽). (왼쪽 사진=5·18 기념재단, 오른쪽 사진=제주 아트스페이스 씨)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실린 사진(왼쪽)과 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홍성담의 ‘갚아야 할 원수‘(오른쪽). (왼쪽 사진=5·18 기념재단, 오른쪽 사진=제주 아트스페이스 씨)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저항하기 위한 수단이고 지금까지 싸워온 역사이다. 홍 작가는 오월판화 연작이 “예술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 오월판화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예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싸우려고 만든 겁니다. 전두환과 오공 세력의 몸에 금이 가게 하려고 만든 겁니다. 다신 군인들이 정치에 기웃거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요. 절대 오월판화를 예술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돈 받으면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예술. 그깟 예술 평생 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묻자 홍 작가는 ‘칼춤’과 ‘낫춤’을 가리켰다. 예술가들이 겪는 가장 큰 고뇌이면서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자기성찰’이 담겼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무당들이 칼춤을 출 때 처음부터 칼을 밖으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자기 목에 갖다댑니다. 나를 먼저 베어내고 칼을 어르는 과정입니다. 이게 바로 자기성찰인데 이 과정을 거쳐야 저항의 거대한 힘을 쏟아낼 수 있는 겁니다. 자기성찰이 없으면 절대 불의와 투쟁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배경은 광주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 이들과 제주4·3 당시 민간인을 학살을 자행한 이들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것. 

“일제강점기 때 조선에서 군인이 된 사람들이 변태적인 잔인성을 누구에게 배웠겠습니까. 다 일본군에게 배운 겁니다. 그 사람들이 잔인성을 발휘한 게 제주4·3 때와 베트남 전쟁 가서 양민을 학살하고, 그들이 광주에서 학살했고, 또 몇 년 전 촛불집회 때 계엄령을 계획했던 사람들이에요.”

홍 작가는 이렇듯 각별한 애정을 가진 제주에서도 작품 활동 계획이 있다고 귀띔했다. 주제는 제주도의 1만8천여의 신. 여건이 되는대로 제주에서 1년여를 지내며 모든 제주 신들의 얼굴을 그려낼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안혜경 대표는 “제주4·3과 광주5·18은 놀랄 정도로 닮아있다”며 “모두 부당한 권력의 탄압과 학살에 저항한 도민과 시민들에게 이데올로기 혐의를 씌워 그 기억을 계속 억압하며 왜곡한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려스러운 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무력이 아닌 ‘자본과 문화 그리고 온갖 종류의 언론 미디어를 통해 은밀한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어하고 있는 폭력’”이라며 “이에 맞서는 것이 민중미술가를 자처하는 홍 작가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벽’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열리며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50점과 홍 작가의 저서가 전시돼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같은 건물 지하 1층에선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 기록 사진과 다큐 영상 등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연작판화는 홍 작가가 1980년 오월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실상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작품들이다. 1980년부터 1989년 7월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사건으로 안전기획부(지금의 국가정보원)에 체포될 때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업했다.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도일동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전시회에서 홍성담 작가가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