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산책]신화마을이라 불리는 김녕이 품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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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산책]신화마을이라 불리는 김녕이 품은 매력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7.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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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죽희의 ‘제주의 돌에서 신성을 만나다’ ③김녕 서문하르방당(2)
제주신화산책 동갑내기 친구 작가 홍죽희와 여연. (사진=김일영 작가)
제주신화산책 동갑내기 친구 작가 홍죽희와 여연. (사진=김일영 작가)

50대 동갑내기 두 친구가 제주의 신당을 찾아 함께 걷는다. 제주의 신을 찾는 순례길에 오른 셈. 그 길에서 마을을 지켜준 신들과 만나기도 하고 30년 전 20대 청년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1만8천의 신과 함께 해온 제주인의 삶과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 매주 금요일 ‘제주신화산책’ 코너에서 작가 여연의 ‘한라산의 신들’과 홍죽희의 ‘제주의 돌에서 신성을 만나다’를 돌아가며 싣는다. <편집자주>

#김녕 서문하르방당 주변 해안 산책길

서문하르방당에서 나와 해안 산책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 보았다. 서문하르방당 옆에는 김녕 해녀 마을의 상징으로 해녀 모습을 한 귀여운 인형들이 정겹게 서 있었다.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고 물결은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났다. 쉴새 없이 부서지는 파도의 울림을 느껴보는 것도 답사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해안 길을 걷고 있노라니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사용하던 용천수가 눈에 띄었다. 다른 곳의 용천수들이 많이 오염되거나 말라버린 데 비해 여전히 물이 맑고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한 모금 떠 마시고 싶어졌다. 

바닷가에 올라온 용천수는 식수나 목욕용으로 사용했다. (사진=김일영 작가)
바닷가에 올라온 용천수는 식수나 목욕용으로 사용했다. (사진=김일영 작가)

한라산에서 내린 물이 땅 밑으로 흐르다 해안에서 솟아오른 용천수니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리라. 마을 앞 얕은 바다 위 두 곳에서 물이 끊임없이 솟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물바가지라도 하나 갖다 놓고 지나는 올레꾼들에게 차고 단 물맛을 느끼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저기, 원앙새!”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뭉게구름과 싱그러운 바다 냄새를 느끼며 걷고 있을 때, 답사를 함께 하는 친구가 탄성을 질렀다. 출렁이는 바다 위엔 형형색색의 원앙새 떼들이 이곳 김녕 바닷가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원앙새 무리의 신비로운 풍경을 만나다니! 옥빛 바다 위에 고운 꽃을 피워놓은 것처럼 원앙새들이 바닷물결에 가볍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넋 놓고 바라보게 하는 이 광경이야말로 우리 일행에게 자연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게다가 원앙새는 ‘부부의 사랑과 금슬의 상징’이 아닌가? 신기하게도 원앙새들은 저마다 맑고 고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원앙새들이 바닷물결에 하늘거리며 놀고 있다. (사진=김일영 작가)
원앙새들이 바닷물결에 하늘거리며 놀고 있다. (사진=김일영 작가)

이 소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마음을 간지럽히면서도 상쾌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말이다. 원앙새의 휘파람과 쉴 새 없이 두 발로 물살을 일으키는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얼마 전 떼죽음한 원앙새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다.

서귀포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천 부근에서 겨울을 나던 원앙새들이었다. 천연기념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원앙새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소식에 마음 한쪽이 아프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여기 원앙새들은 ‘서문하르방’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무사하게 겨울을 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김녕의 서순실 심방

김녕마을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순실 심방(무당)’이다. 80년대 초반, 대학교 2학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현재 놀이패 ‘한라산’의 전신인 극단 ‘수눌음’에서 활동하면서 제주 굿에 대해 관심을 가질 무렵이었다. 김녕 어느 집에서 큰굿을 한다기에 선배 언니와 동행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 서순실 심방이 신굿(‘내림굿’의 제주어)을 하는 자리였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 보니 여러 사람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다. 신당 단골인 마을 사람들과 몇몇 굿 연구가들이었다. 처음엔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아있기가 어색했다. 무엇보다 나를 압도한 것은 굿을 하는 장소에 걸려 있는 다양하고 화려한 깃발 장식들이었다. 잎이 푸른 대나무에 백지를 묶어 장식한 것도 신기했다. 주로 종이를 접고 오려서 만든 장식물들을 ‘기메’라 부른다. 이 모든 장식물이 ‘신의 형상’을 표현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제주 4·3 수몰 희생자를 위해 해원상생굿을 집전하는 서순실심방, 현재 제주큰굿보전회 회장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제주 4·3 수몰 희생자를 위해 해원상생굿을 집전하는 서순실심방, 현재 제주큰굿보전회 회장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솔직히 말하면 굿판에서 심방이 읊어대는 사설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연일 울려 퍼지는 악기들의 합주는 굿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작은 심방인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었는데 대양(징), 설장고, 연물북, 설쇠로 한 팀을 구성하여 장단을 맞췄다. 심방의 손짓과 발짓 그리고 몸짓의 흐름에 따라 느리고 빠르게 연주하며 마치 영혼의 울림을 주는 역동적인 굿판을 연출하였다. 

굿을 하다가 중간 휴식 시간에 떡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굿의 제차(순서에 따른 구분;편집자) 중 ‘연유닦음’이 시작되었다. 신의 매개자인 큰 심방이 신에게 “이 공서를 올리는 이유로…”로 시작하며 굿을 하는 사연을 고했다. 

그 얘기를 전달받은 신이 다시 심방을 통해 인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게울림’을 했다. 큰 심방이 눈물 수건을 적시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물론이고 나도 눈물을 훌쩍이기 시작했다. 

신병이 나면 반드시 굿과 같은 의식을 거행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꽃다운 20대의 ‘순실언니’가 숙명적으로 심방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나에겐 그런 사연이 애달프고 슬퍼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일주일 넘게 큰굿 현장을 다녀온 후 며칠 동안 앓아누웠지만, 제주도 굿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도 제주 굿을 연구하고자 하는 학자들이 그렇게 많은 줄 새삼 깨달았다. 

서문하르방당 중심으로 바닷가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 (사진=김일영 작가)
서문하르방당 중심으로 바닷가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 (사진=김일영 작가)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사이 ‘서순실 심방’은 두 이레 열나흘 큰굿을 할 수 있는 큰 심방으로 거듭나 유명세를 더해 갔다. 김녕마을을 대표하는 굿의 ‘매인심방(본향당에 소속된 무당;편집자)’이며, 제주큰굿보전회 회장이기도 하다. 제주 큰굿은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김녕은 ‘부(富)하고 평안(平安)한 마을’이라는 뜻이 담긴 곳이다. 그리고 제주 섬 특유의 무속신앙이 매우 센 곳인데, 신화마을이라 할 정도로 섬기는 신도 많다. 현재 보존된 신당만 해도 다섯 곳이나 된다. 마을 전반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당은 ‘동김녕 궤네깃당’으로 제주 지역에서 최초로 돼지를 제물로 삼은 ‘돗제’가 치러진 곳이기도 하다. 

또 어선과 해녀를 관장하는 신당으로 ‘동김녕리 성세깃당’과 강남천자국에서 내려온 관세전부인을 모시는 ‘김녕 본향 사장빌레 큰당’이 있다. 서순실 심방이 매인심방으로 3~4년에 한 번씩 정월 13일에 당제를 올리고 있다. 

홍죽희.

홍죽희.

제주에서 중학교 영어교사로 30여 년을 재직하다 2020년 2월 명예퇴직했다. 대학 시절 마당극 운동단체인 극단<수눌음>에 가입, 외지 자본에 의한 제주의 토지 잠식을 다룬 ‘땅풀이’와 1932년 제주에서 일어난 항일 해녀 투쟁을 다룬 ‘ᄌᆞᆷ녀풀이’ 등에 출연하면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육지와는 달리 제주의 마당극은 신화를 바탕으로 굿에 의해 전개되는 특징이 있어 자연스럽게 제주의 신화를 눈여겨보게 되었고 지금도 틈틈이 신당 기행을 다니고 있다. 독서모임<아랑ᄒᆞ라>와 아코디언 모임<바숨>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인문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진작가 김일영.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집에 있던 카메라를 시작으로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여행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전 세계를 여행했다. 2012년 제주로 이주해 ‘여행과치유’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 회원들과 제주도 중산간마을을 답사하고 기록한 <제주시 중산간마을>(공저, 류가헌 펴냄, 2018)과 <제주의 성숲 당올레111>(공저, 황금알 펴냄, 2020)을 펴냈다. 또 제주 중산간마을 사진전과 농협아동후원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탐나는여행 대표이며 ‘여행과치유’ ‘제주신화연구소’ 회원으로 제주의 중산간마을과 신당을 찾고 기록하면서 제주의 삶을 느끼고 이해하려는 입도 8년차 제주도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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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2020-07-13 09:15:15
3년 넘게 김녕을 다녀도 자세히 몰랐던 사실. 관심이 있어야 보이나 봅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 계속 알려 주시길.

솔가지 2020-07-10 20:09:03
글을 읽으니 쉽게 찾아가 볼 수 있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