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뭘(잘못)했다고 4년 계속 이렇게 당해야 합니까!" NHK TV 기자가 폭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쿠마모토현 농가에서 인터뷰를 할 때, 40대의 젊은 농부의 체념에 가까운 원망의 소리였다.

대대적으로 대형 비닐하우스 10여개를 짓고 고소(중국과 동남아에서 흔히 사용하는 채소. 일본어로는 '파쿠치'라고 함) 출하 직전에 있던 농부가, 4년 연속 장마철의 폭우 피해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린 고소를 손에 들고 하소연 하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아프게 파고 들었다.

이것은 작은 목격담의 취재에 불과하다.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의 양조장, 온천가의 여관 등은 물론 시골 마을만이 아니고 시의 중심지까지 페허로 번해버린 참상을 TV는 연일 매 시간마다 뉴스 혹은 특집방송으로 방영하고 있다.

7월 10일 밤 9시 현재 사망자 63명, 행방불명 16명의 인명 피해를 입은 큐슈 쿠마모토현 남부를 중심으로 일어난 폭우의 피해는 일주일 째를 맞는 11일 아침까지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을 불안이 아니고 공포에 빠지게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사태 해제 후, 연일 3백명을 넘는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는 위기 소식이 뒤로 밀려 나가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의 뉴스는 더욱 뒤로 밀린 상태에서 NHK TV는 폭우 피해를 전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밤의 이동은 아주 위험합니다. 피난은 밝은 때 하셔야 하고 여러분의 생명은 여러분 스스로 지키셔야 합니다. 위험스럽다고 느끼시면 곧 피난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명은 여러분이 지켜야 합니다라는 표현도 약 2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과격적이어서 섬뜻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식어는 어느 나라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비아냥과 아이러니의 일상 용어가 되버렸지만, 설마 일본의 각 방송국에서 폭우 피해의 뉴스까지에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필자 혼자서 쓴 웃음을 짓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의 오지에 주거 환경이 제대로 정비 안된 곳에서 자연 피해로 일어난 막대한 인명 피해들이 아니다. 우거진 나무 숲 속의 산 아래 옹기종기 지은 집과 잘 정비된 하천가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온천가 등은 한장의 그림엽서들이었다. 세계 경제대국 2위였던 이러한 일본에서 그 산이 무너지고 하천과 강이 범람해서 일어난 인명피해이고 주거지 참상들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자연 피해의 현실들이다.

피난 장소로 지정된 지역의 초등학교가 피해 대상이 되고, 병원에서는 입원 환자가 완치돼서 퇴원할려고 해도 집이 파손되었거나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서 갈 곳 없는 환자들도 생겨 나고 있다. 병원도 피해를 입었지만 지역 의료를 위해 환자 진료를 하고 새로운 입원 환자를 받아야 하는데 입원실이 없어서 난감한 처지에 빠지고 있다.

피해 가옥 약 1만채에서 피난민이 약 4천명인데 피난민의 수용에도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 서로 거리를 두어야하고 서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차단할 칸막이 등도 설치해야 하는데 장소 확보가 어려워서 호텔과 여관 등을 이용하자는 안도 부상하고 있다.  

볼런티어도 지금까지는 일본 전국에서 받아들였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지역주민들에 한해서 받고 있어서 인원 확보에도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피해 속에서 가족을 불시에 잃은 유족들의 감정의 슬픔에 대한 대성통곡이 없다. 몸부림치는 처절한 대성통곡은 없어도 통곡은 있을 법한데 전혀 없다.

일본 독특한 문화 현상이다. 일본 속담에 '스즈메노나미다'라는 말이 있다. 스즈메는 참새이고 나미다는 눈물인데 '참새의 눈물'이라는 의미이다. 아주 소량이나 소수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일본인들은 직계 가족이 돌아가도 말 그대로 '참새의 눈물'처럼 찔금거리는 눈물을 흘린다. 마치 여성들이 손수건으로 땀을 쩍으면서 닦거나 화장을 지우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렇게 감정 표현을 극도로 억제하는 일본인들 가슴에도 한반도 특유라는 '한'이 가슴에 맺힌 채 쌓여가고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일본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도 명쾌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토쿄에는 마음껏 울수 있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금년 1월까지만 하드라도 '2020년 토쿄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여서 각 정부 부처, 기업들의 신년 인사나 신년회는 다른 해와는 달리 일본열도는 한겨울의 추위를 열기로 녹이고 있었다. 관광객과 올림픽 참관자를 포함한 4천만 외국인 유치는 한.일간의 급격한 냉각으로 한국의 방일객이 줄었지만 낙관적이었다.

한편 일본 정계는, 자민당 1당만의 거당 속에서도 아베 수상의 1강은 추종을 불허해서 그를 위해 자민당 총재 임기를 2기에서 3기까지 연장했는데 4기 임기론까지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워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2월에 들어서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코로나대책의 초동 실책으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30%대로 급강하 했다. 4선 임기 연장 운운은 이제는 어림없는 소리이고 내뎐 9월이 임기여서 새로운 수상 찾기에 화제가 모아지고 있다.  

게릴라적인 집중 호우는 일본열도를 북상하면서 다른 지역에도 심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예상 한계를 넘는 일기 변화는 열대지방의 기후를 닮아 가면서 '지진의 나라'라는 일본 대명사에 '열대성 집중폭우'가 맞물려 새로운 위험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후지산 대폭발, 태평양연안 대지진 등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 상황이나 대비책 등은 지금은 일반화 되어 정부나 지방자치체는 독자적으로 훈련과 새로운 대비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 미디어는 미디어대로 특히, 각 방송국은 TV에 가상현실로서 진도 7이나 8을 설정하여 특집방송을 방영하고 있다.

다른 외국 같으면 국민을 불안에 빠지게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라고 주의를 받을 내용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의식의 마음 가짐은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면역이 생겨서 각자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달 7월 2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토쿄하기올림픽을 위해서 연중 공휴일로 지정된 7월 세번 째 월요일 '바다의 날' 10월 두번 째 월요일의 '스포츠의 날'을 올해는 7월 23일 목요일을 '바다의 날' 24일 금요일을 '스포츠의 날'로 임시 정했다.

25일 토요일, 26일 일요일까지 합해서 4연휴를 실시하여 올림픽을 더욱 열기 있게 추진한다는 예정이었지만, 제2파로 불어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4연휴는 본의 아니게도 코로나바이러스 자택대기로 일본 국민들은 이용할런지 모르겠다. 

토쿄올림픽은 내년 7월 23일로 연기되었지만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줄어들지 않고 더욱 불어나는 상태에서는 올림픽 개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올림픽 개최 불가능은 터부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일본국민 대다수가 이제는 납득하고 있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오는 10월, 국제올림픽은 내년 개최 여부 타당성을 결정한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집중폭우로 절망감에 쌓인 일본열도에서 올림픽 운운은 일본 국민들로부터 그 열기가 식어버렸다.  

결과론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없어서 7월 23일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이 난국을 우리 일본은 이겨내고 당당히 개최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일본열도가 숙명처럼 지고 갈 자연 재해와의 이율배반적인 부조리이며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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