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김재훈 기자)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제가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원희룡 제주도지사)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거론되는 그린뉴딜(녹색성장)이 거론된다. 그린뉴딜은 통상 ‘녹색기술’을 신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경제와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저탄소형으로 사회를 전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제시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12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신 성장동력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했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이명박 정권은 핵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도록 설계했다. 2008년 9월 발표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은 핵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의 60% 늘리는 계획을 제시했다. 말만 ‘녹색성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듬해인 2009년 1월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의 핵심프로젝트는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이명박 정부식 '녹색뉴딜'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는 4대강에 억지로 ‘인공호흡기’를 꽂아놓는 사업을 펼치며 2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후에도 유지관리비로 4조286억원, 재투자 비용이 2조3274억원이 들어갔다. 수질악화 등 부작용 요소까지 반영한 손실은 제외한 비용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및 녹색생활공간 창조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허울 좋은 명분을 내걸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비호를 받으며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 환경을 훼손하며 토목기업만 배를 불린 이명박 정부식 ‘그린뉴딜’의 민낯이다.

원희룡 도정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또 다른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도 제주도의 '녹색성장'에 관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전 청와대 녹색성장 기획관). 그는 ‘제주그린빅뱅포럼’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찬동한 청와대 비서관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훗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완성을 도모하게 된 모양새다. 제주도에서.(관련기사☞'4대강사업 찬동인사'가 '제주그린빅뱅' 추진위원장?)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왼쪽)과 원희룡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김상협 제주그린빅뱅포럼 공동위원장(왼쪽)과 원희룡 제주지사(사진=제주투데이DB)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는 종종 기후위기를 거론하며 ‘녹색 지도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신에너지 산업의 ‘제주그린빅뱅’으로 그린뉴딜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염두에 두는 정치인이라는 모습을 각인시키려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정부식 그린뉴딜의 핵심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목격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비호한 정치인인 원 지사가 4대강 사업이 야기한 문제들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그린뉴딜'을 말하는 모습 또한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여름 휴가 기간을 마치고 오랜만에 기자 앞에 나타난 원 지사는 전에 없던 쌍꺼풀과 눈썹문신을 한 듯 짙어진 눈썹 때문에 낯설었다. 이날 원 지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과거 자신의 말과 선택에 대해서 할 말이 없는 정치인이 미래에 대해서 말할 자격은 있을 것일까. 정치인의 미덕은 쌍꺼풀과 짙은 눈썹으로 함양되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사과를 통한 재설계. 그것은 '그린뉴딜'을 말하는 미래지향적 정치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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