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의 발언은 절규였다. 입술을 깨물어 토하는 울음 같았다. 비장했다.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피울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숙연했다.

그것은 무도하고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고발이었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나팔수로, 사냥개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낯부끄러운 치부를 헤집은 용맹이었다.

지난 24일 한동훈 검사장(47·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대검찰청 수사심의 위원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날 수사심의위원이 한 검사장에게 물었다. “본인에게 닥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한 검사장은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했다. 작심하고 살아있는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어서 “이 위원회가 ‘불기소 하라’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법무장관과 중앙수사팀이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다음 “제가 위원님들에게 호소 드리는 것은 지금 이 광풍(狂風)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 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 주십사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담담하게 이겨 내겠다”고 마무리 했다.

한 검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 13일 검찰 수사 심의 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사건의 배경과 성격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은 보복과 조작에 의한 ‘권력과 언론의 공작’이라는 것이었다.

‘특정 세력이 과거 특정 수사(일각에서는 조국 수사라는 시각)에 보복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사건’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소위 ‘제보자 X’를 내세웠고 ‘가짜 로비 명단 제보’를 미끼로 채널 A기자를 현혹하여 한 검사장을 엮기 위해 집요하게 유도했으나 실패했다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검언 유착‘이 아니라 ’권력과 언론‘이 유착하여 기획된 공작사건”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한 검사장을 범죄자로 엮어 윤 검찰총장을 내치려 하는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不)기소’로 의결하고 이를 서울 중앙수사팀에 권고 했다.

심의위원 15명중 10명이 ‘수사 중단’, 11명이 ‘불기소’를 권고하는 압도적 결과였다.

MBC의 보도가 허위였으며 검찰의 ‘공모 혐의’프레임이 무리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MBC만이 아니다. KBS도 ‘권력의 사냥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KBS는 ‘채널 A’전 기자의 구속직후인 18일 ‘KBS뉴스9’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이는 총체적 오보였다.

이에 대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측의 강력한 항의와 법적조치 움직임에 KBS는 오보 다음날인 19일 ‘KBS뉴스9’를 통해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 방송까지 했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KBS직원 등으로 구성된 ‘KBS인 연대’는 “제3의 인물이 녹취록을 왜곡해 기자에게 전달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외부인에 의한 ‘청부 보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독재로 가는 제1과는 ’언론 장악‘이라는 말도 있다. 나치독일의 선전 선동 귀재로 알려지고 있는 괴벨스는 언론을 ’정부 손안의 피아노‘라고 했다. 언론은 권력자의 손놀림대로 소리를 내는 도구 일 뿐이라는 뜻이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괴벨스의 말은 최근 정보 조작과 왜곡으로 무고한 특정인을 범죄자로 만들려던 KBS·MBC의 유치하고 더러운 공작행위에 빗대어도 손색이 없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니라 ‘사회적 흉기(凶器)’임을 스스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독재자의 핸드북’은 세계적 정치예측 분석가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티와 뉴욕대 석좌교수인 알라스테어 스미스가 공동으로 낸 책이다.

이들은 여기에서 “독재자들은 대중의 복종을 얻어내기 위해 강압과 보상이라는 도구를 사용 한다”고 썼다. 지지자들에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보상하는 것이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었다.

‘지지자가 다수 일 때는 공공재의 형태로 보상하고 소수일 경우는 개인적 혜택으로 보상 한다’고 했다.

코로나 19의 긴급재난 지원금, 총선을 앞둔 현금 살포 복지 공약 등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보상도 ‘독재자의 핸드북’이 말하는 ‘독재의 길’이 아닐까. 걱정이다.

진보적 철학자 노엄 촘스키는 권력층이나 지배계층의 ‘여론조작 비빌’을 분석한 바 있다.

‘여론조작- ’매스미디어의 정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다.

이 책에서 ‘정부는 미디어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 하는 지 방법을 이해 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매스미디어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조작한) 특종을 제공하여 공식 성명을 내고 지식인을 인터뷰에 등장시키는 등 저널리즘 과정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에 이의를 주장하는 사람은 배제되어 매스미디어 접근이 차단 된다 는 등 언론과 권력 유착 관계와 대중 지배 실태를 지적하고 비판한 책이다.

독재 권력은 뭐든 제 마음대로 하는 권력이다. 대단한 장악력을 갖고 있다.

행정부는 주머니 공기 돌처럼 마음대로 갖고 논다. 입법부를 장악하여 국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자신들의 원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정의와 법질서를 수호한다면서 공권력을 남용하여 사법부도 장악해 버린다.

제1야당을 배제한 체 ‘4+1’이라는 괴상한 집단을 만들어 고등수학으로도 풀기 어려운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라는 선거법과 검찰 죽이기의 무소불위 공수처 법을 만들고 사법부까지 장악한 문재인 정권의 장악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행정부와 국회, 사법부에다 언론까지 장악하면 무소불위의 막강한 독재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오만해지고 독선에 흐르기 쉽다. 이러한 권력에 취하면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된다.

‘낯 술에 취하면 지 애비 어미도 알아보지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권력에 취하면 국민을 개돼지로만 보인다는 말도 있다.

이를 막고 바로잡고 견제해야 할 기능이 언론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일을 감당할 진정한 언론이 없다고 한다.

‘정권의 하수인이 되고, 나팔수가 되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 아무나 물어뜯는 사냥개 언론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언론이 썩으면 나라가 썩는다”는 말에 의지한다면, 그래서 정말 슬프고 부끄럽고 또 슬프다.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