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떻게 이런 조형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7월 28일 일본 TV 낮 뉴스를 보던 필자는 깜짝 놀랐다. 순간적인 혐오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위안부 소녀상 앞에 정장을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히데요시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한일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뉴스는 28일 저녁 7시 NHK TV를 비롯하여, 29일 일본의 TV 각 방송국의 여러 방송 프로에서 일제히 방영되었고, 각 신문에도 보도되면서 한일간에 심각한 새로운 불씨를 제공했다. 

위안부 소녀상과 무릎 꿇고 사죄하는 남성의 조형물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병내리 오대산 기슭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 건립되었다. 약 20만 평방미터의 면적에 500여종의 희귀 자생식물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한국자생식물원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이 게재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저희 한국자생식물원은 2012년 화재로 인한 휴관을 기화(奇禍)로 폐간을 전제로 긴 휴관을 이어 왔습니다만 이곳에 보전되어 있는 멸종 위기 식물, 한국 특산 식물 등이 사라져 가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다시 문을 열기로 하고 3년여 준비를 마치고 2020년 6월 6일 재개원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던 별개 취미 군락지와 분홍바늘꽃 군락지가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기존의 멸종 위기 희귀식물보전원, 한국특산식물보전원, 독성식물원, 향식물원, 사람명칭식물원, 동물명칭식물원, 생태식물원과 더불어 북 까페 '비안', '영원한 속죄' 조형물 등 우리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으며 다양한 공간 구상으로 곳곳에 안락한 쉼터를 마련하여 식물원이 더 풍성한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이곳에 오시면 이제 여러분이 꽃입니다."

인사말의 전문이다.

평창이라면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기억했던 이곳에 이렇게 훌륭한 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는 것은 이번 위안부 소녀상 소동으로 처음 알았다. 시골 산 기슭의 드넓은 곳에 한국 희귀식물, 특산식물 등을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속세를 벗어난 대자연 속에서 치유의 식물원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곳에 국내만이 아니고 한일관계인 국제면에서도 가장 민감한 위안부 소녀상과 더 나아가서는 무릎 꿇고 사죄하는 새로운 남성상 조형물까지 형상화 해서 설치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자연으로 돌아 오세요라는 한국자생식물원에 속세에서도 한일 양국이 미해결인 채 날카롭게 대립 상태에 있는 위안부 조형물을 건립한 것은 너무 거리감이 있는 '옥석의 티'가 아니고 그 옥석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해버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국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은 소녀상 앞에서 남성들이 사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그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그럼 남성의 그 대상은 누구였을까? 한국인은 아닐테고 누가 보드라도 일본인이며 아베 수상이라는 선입감은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피해 속에 폐관까지 생각했던 한국자생식물원의 재개원은 한국식물의 보전 차원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며 소녀상과 사죄상의 설치로 인하여 선전효과는 김 원장의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파격적이다. 희귀식물원으로서의 가치로서 높은 평가라면 모르겠지만 식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안부 소녀상, 사죄상으로 산골에 있는 식물원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은 너무 씁쓸한 일이다.

한국자생식물원측의 의도적인 의미에서의 소녀상, 사죄상 조형물의 설치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배려가 부족한 점은 한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정치가만이 아니고 일본 국민들까지 혐오의 대상으로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29일 요미우리신문 조간은 한국 외교부에서도 외국 지도자에 대한 국제예의상의 문제도 있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스가 관방장관 회견기사와 함께 게재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고 쌍방에 불신과 대립만을 부추긴다면 그것은 자유의 남용이 되고  말 것이다.   

한국자생식물원에서는 '영원한 속죄'의 이름 속에 아베 수상이 식민지지배와 위안부문제에 있어서 사죄를 피하고 있는 것을 각인하여 반성을 요구하는 작품으로서 8월에 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한국 인터넷에서 '유치하다' '대립을 부추기만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서 중지했지만 조형물은 공개 중이다.

김창렬 원장은 요미우리신문 취재에 대해서 "아베 수상만을 염두에 둔 (사죄)상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사과 받고 싶은 개인적인 생각에서 설치했다. 정치적인 의도는 결코 없다."라고 밝혔다. '영원의 속죄'는 김창렬 원장이 정치적인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말았다.

식물원 이름 그대로 '한국자생식물원'에 걸맞는 속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 치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여, 속세의 소모전이나 다름없는 소녀상과 사죄상은 철거할 수 있는 용기를 한국자생식물원은 보여 줘야 할 것이다.

8월이면 일본열도는 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로서의 여러 얼굴로 전쟁의 공과에 대한  되새김질 속에 그 책임과 반성 속에 몸을 낮추는 달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 스스로가 새로운 빌미를 제공하여 수세에 빠지는 누를 범하는 일만은 정부든 만간인든 결코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