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김정심 아라동바르게살기위원장이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자택 정원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31일 오전 김정심 아라동바르게살기위원장이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자택 정원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전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봉사로 갚으려고 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더라구요. 경품 당첨도 잘 돼고…. (웃음) 봉사가 복을 불러오는 거 같아요.”

31일 오전 25년이 넘도록 봉사 활동을 해온 김정심 아라동바르게살기위원장(62)을 제주시 아라동 자택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일주일 중 4~5일은 봉사를 다닌다. 작은세상봉사단, 온누리봉사단, 바다보전협의회, 아라동장애인지원협의회, 늘봄봉사단, 농가주부모임, 아라동바르게살기위원회, 아라동전례놀이봉사단…. 소속된 단체만 7개가 넘는다. 

봉사 활동 종류도 다양하다. 반찬 나눔, 무연고 묘지 벌초, 복지시설 정원 조경, 도배·장판 설비, 해양쓰레기 수거, 학교 주변 교통봉사, 양로원 목욕 봉사, 전례놀이 봉사 등등. 1년 365일 일정이 봉사로 빼곡하다. 

김정심씨가 독거 어르신 주택의 도배 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김정심씨가 독거 어르신 주택의 도배 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출근하듯 봉사에 열심인 이유는 뭘까. 김 위원장이 봉사에 나선 때는 지난 1995년 5월이었다. 오빠를 사고로 잃고 나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잠도 못 잤다. 체기를 달고 살 정도로 몸도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다 돌아다녔어요. 너무 아파서요. 그래서 그 고통을 잊으려고 개인적으로 봉사를 5~6년 했어요. 처음엔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어서 혼자 다니다가 나중엔 신문 광고를 보고 봉사단체를 찾아갔죠.”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봉사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극도로 예민한 성격 때문에 남들이 말도 쉽게 못 걸던 그였다. 지금은 ‘미소천사’라 불릴 정도로 활기가 생기고 어딜 가든 자신감이 넘친다. 언제 아팠나 싶을 정도로 건강도 되찾으며 집을 드나들 듯 가던 병원을 찾는 횟수도 잦아들었다. 

“어떨 땐 베푸는 게 너무 좋으니까 ‘내가 바보인가’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봉사가 저를 살게 하고 웃게 하더라구요. 도시락 배달을 할 땐 배낭을 짊어지고 버스로 다니는데 몸이 힘들다가도 어르신들에게 ‘고마워요’ 한마디 들으면 그게 그렇게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져요.”

무연고 묘지 벌초를 하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무연고 묘지 벌초를 하는 모습. (사진=김정심씨 제공)

김 위원장은 우스갯소리로 자신의 봉사 생활은 “취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하면 할수록 즐거워지기 때문에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또다른 봉사거리를 찾아나선다. 그에게 봉사는 자신을 치유하고 누군가에게 벗이 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봉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까짓 게 뭐라고’라는 말이에요. 세상에 그까짓 것이라는 건 없어요.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베풀면 되는 거예요. 만약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면 돼요. 아무리 사소한 능력이라도 누군가에겐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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