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긴 시간 이어져온 강정평화운동이 이번 작품 전시 활동으로 연계되는 의미를 살피는 취지에서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展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작가와의 대화 전문을 싣는다. 

2020년 8월 6일 목요일 오후 2시,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선과장 특설 전시장 2전시관에서 열린 호수정주, 양상 작가와의 대화 전문이다.

참여 작가는 호수정주, 양상 진행은 마법사, 기록은 복희, 이상, 사진 기록은 양상과 하늘이 맡았다. 모두 활동명이다.
 
마법사 : 안녕하세요. 지난 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 대화를 진행하게 된 전시 기획팀의 공동기획자로 있는 마법사라고 합니다. 두 번째 시간인데요. 여전히 떨리네요. 오늘은 ‘봉숭아꽃 할머니’의 호수정주님, ‘안부를 묻는 방식’의 양상님 두 분 모시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온라인 

질문은 전달해드릴 수 없어요. 멀티가 잘 안 되서 준비가 된 질문과 대답, 그리고 여기 직접 오신 분들의 질문으로 꾸려가려고 합니다.
 
양상 : 여기 오신 분들이 온라인 질문을 읽고 질문을 해주셔도 되요.
 
마법사 : 그리고 아마 질문을 해주시면 나중에라도 답변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두 분이?
 
양상 : 저는 생각해볼게요.
 
마법사 : 비싼, 도도한 게스트이시구요. 그럼 마음 편안하게 가지시고 시작해볼게요. 전시 시작된 지도 이제 꽤 됐어요. 25일 날 오픈했으니까, 벌써 2주차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요. 처음에 ‘강정사람들이 강정사람들의 일상으로 선과장을 채워보자.’ 라는 제안을 받으셨을 때- 사실 초반에는 그냥 밀양전시 강정에서 해보자라는 그냥 아주 러프한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이 변경되고 추가된 건데- 어떠셨을까요? 제안을 받은 당사자들은 ‘우리한테 왜이래?’ 이럴 수도 있고 ‘너무 재밌겠는데?’ 이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의 마음? 그리고 그때 딱 듣자마자 ‘아 나는 이런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때 이야기를 두 분 중에 누가 먼저 얘기해보시겠어요?
 
양상 : (호수를 가리키며)언제나 먼저.
   

호수정주 : 저는 일단 밀양전시를 강정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실 밀양전시를 보지는 못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본 친구들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고, 강정전시도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들었던 이야기는 투쟁 이야기 말고 우리가 사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해보자라고 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어떤 부분, 직접적인 투쟁활동이 아닌 강정에서 제가 했던 다른 일인 낭독회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준비를 조금 했었어요.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만약에 이 전시에 참여하지 않지만 이 전시에 담겼으면 하는 강정에 사는 누군가의 일상이 있다면, 누가 좋을까 생각해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마법사 : 그러면 처음 계획하고는 약간 달라졌지만 다시 떠오른 게 봉숭아 꽃 할머니.
 
호수정주 : 네. 그리고 사실 어떤 감이 전혀 없었지만, 그냥 내 얘기를 편안하게 하는, 부담 없이 참여하는 정도로 생각해서 이 기회가 찾아온 것에 대해서 저는 좋았어요.
 
마법사 : 그럼 양상님은 어떠셨어요?
 
양상 : 저는 기획을 했던 기획팀에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이 커지네?’ 그런 식의 접근부터 먼저 있었는데, 사실 반반이었어요. 일이 많아지는 것도 많아지는 거고, 많이 안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또 막상 아이디어 중에 제가 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전시만 하는 사람으로 봤을 때는 처음부터 그냥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부분들이 바로 ‘이런 걸 하면 되겠다.’라고 연결되었어요. 저는 사진을 하는 사람인데, 강정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스냅이나 간단한 촬영을 하고, 그런 부분들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었어요. 강정사진으로 전시를 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던지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기회가 되가지고 하게 됐어요. 찾아보니까 또 뭐 나름 그냥 옛날 사진들이 좀 있고 그래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마법사 : 딱 바로 사진으로.
 
양상 : 네.
 
마법사 : 확실히 되게 명확하신 거 같아요. 어떤 캐릭터? 무언가를 표현하는 수단에 대한 것은 확실히 명확하셨던 것 같아요.
 
양상 :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가지고.
 
마법사 : 멋지십니다. 그러면, 처음 구상한 것과 전시 설치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인데요. 구상대로 되셨는지, 아니면 하시면서 “어? 이거 아닌데?” 아니면 “어? 해보니까 이게 더 좋네?” 이렇게 된 게 있었는지. 이번엔 양상님이 먼저..
 
양상 :  (두 손으로 호수정주를 가르킴.)
 
마법사 : 먼저 한번 해보세요.
 
양상 :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마법사 : 아, 예.
 
호수정주 : 무슨 상관이.. 아무튼, 네. 아까도 얘기 했듯이 제가 낭독회를 2015년부터 했었어요. 그걸 위해서 만든 포스터, 참여했던 사람들, 주제 같은 것들을 나열해서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이걸로 바뀌게 되었어요. 이걸로 정하고 나서 ‘아 이걸 너무 잘 정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제가 일기라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sns 시대다보니 페이스북 같은 곳에 공개하기도 하잖아요. 아주 예민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미 제가 공개적으로 공유한 이야기였어요. 제가 일기를 많이 썼던 것은 아니고 몇 개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A4용지에 날짜별로 출력하려고 했었어요. 그 다음에 이 이야기와 관련된 사진도 있었기 때문에 그거를 몇 개 정도 전시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프린트해서 준비하려고 하니 ‘손글씨로 해봐도 좋겠다.’라는 제안이 있었어요. 제가 손글씨 쓰는 것을 좋아해서 A4크기에다가 손글씨를 썼었어요. 그런데 많은 양을 정돈되게 쓰는 게 썩 마음에 들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걸 쓰면서 떠오른 생각이 ‘밀양 할머니들과 밀양 주민 분들이 오신다고 하는데, 일반 전시장에 갔을 때 전시 주제를 소개해놓은 작은 소개문을 볼 때마다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분들은 이 내용을 그냥 지나치고 가겠다.’라는 생각을 종종했었어요. 할머니들의 연령대는 잘 모르지만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왔을 때, 우리 할머니를 짧게라도 꼭 만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기들을 다 전지에 썼어요. 처음에는.
 
마법사 : 아, 그러면 여기가 완전..
 
호수정주 : 네. 다 써서 가져왔는데, 다 붙여서 보려고 하니까 너무 산만하고 너무 가득차서 비대한 느낌이어가지고, 그 중에 일부만 그대로 전지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이렇게.
 
마법사 : 출력한 걸로 하고요.
 
호수정주 : 네. 그래도 눈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양이 많은 것들은 프린트를 했어요. 대자보형식으로 쓰게 된 이유는 그러한 것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할머니의 연세가 올해 89세세요. 제가 알기로는 글을 모르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잘 모르시는 걸로. 그래도 쓰시는 것도 있는데- 아, 여기 할머니 이름이 나와요.- ‘할머니가 자기 이름은, 본인의 이름은 그래도 아시지 않을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진이 많지가 않아서 할머니한테 가서 허락을 받았어요. 이런 걸로 소개하려고 하고 할머니 사진 보여드리면서 “이거 써도 될까요?” 하고. 그리고는 가장 최근에 저희 두 사람의 사진을 마당에서 할머니랑 저랑 이렇게 앉아서 찍어서
 
마법사 : 셋이서?
 
호수정주 : 아니. 이 친구가 저랑 할머니를   
 
양상 : 제가 이렇게 찍는.
 
호수정주 : 그걸 찍어서 전시하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요즘에 힘들기도 하시고 또 최근에 염색과 파마를 안 해서 사진을 안 찍겠다고 하셔가지고.
 
마법사 : 알 것 같은 그 마음.
 
호수정주 : 끝내 그 사진은 여기 담지는 못하게 됐어요.
 
마법사 :  근데 정말 섬세하신 거 같아요. 보면 1전시장의 캡션은 다 크잖아요. 크다는 거 아세요? 여기에 있는 거에 비하면. 그게 다 할머니들 눈높이에 맞춘 거거든요. 저희가 전시 준비할 때마다 ‘그림도 더 높으면 안 돼. 할머니들 키 작아.’ 그래서 다 낮추고 캡션도 다 크게 하고 했었어요. 그래서 이 대자보 용지, 전지에 쓴 이 글씨가 뭉클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여기 주인공인 봉숭아 꽃 할머니도 여기 오실 밀양할머니들도 ‘아, 이걸 만나겠구나, 그 마음이 만나지겠구나.’ 싶어서 제가 괜히 울컥하고 감동하게 되네요. 이제 이 감동 뒤에 양상님께서 대답을 해주셔야 되요. 원래 의도대로 잘 표현이 되셨는지. 

 

양상 : 저는 처음 생각했던 구도나 모습으로 되긴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막연하게 좀 더 풍성하고 더 클 것을 예상했었어요. 설치를 하고 보니까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어요. 높이 같은 것에 있어서 할머님들을 생각했을 때의 한계들이 있기 때문에, 위아래나 옆으로 하다보니까 제약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많이 할 수 없는 어떤 제약이 있어서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건데 처음 원래 구상했던 대로는 나온 건데 조금 아쉽다 정도.
 
마법사 : 약간 스케일이 조금 더 큰 사진도 있고 이러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
 
양상 : 스케일은 아니고 사진의 양이 더 풍성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처음 구상했을 때는 그랬었거든요. 예를 들면 요 바깥에 있는 사진들이 요거는 두 칸 정도 있는데 세 칸, 네 칸 이정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머릿속에 있었는데 막상 설치를 하고 보니까 거기까지는 잘 안되더라고요.
 
마법사 : 어쨌든 한정된 벽 안에 해야 되니까. 그래도 관객 분들은 양상님의 마음을 다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각각 전시에 대해서 얘기를 좀 나눠볼까 하는데 계속 순서를 미루시니까 양상님께 그냥 꼭 집어서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있는 전시 설명캡션을 읽어보면 처음에는 늘 다시 돌아갈 어떤 곳이 있는 방문자였다가 이후에는 이곳에 이주해온 사람,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가정을 꾸리고 일종의 현지인인 거죠. 계속 강정과 맺는 (관계의) 정체성이 변화하는데 이게 사진을 통해서 드러나거나 다르게 표현되는 게 있으셨는지, 느끼시기에.
 
양상 : 저는 100프로 있죠. 저는 단순하거든요.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전시를 구상을 하고 설치를 했을 때. 이를테면 가운데 있는 부분들이 어떤 핵심인 거고, 이주 이후의 모습들이고, 원이라고 쳤을 때 바깥으로 가면 갈수록 강정을 거의 처음 만났을 때의 것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기가 지금 현재와 가까워지는 그런 구조로 만들어진 거예요. 설치를 할 때도 제가 생각했을 때, 강정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나 어색하거나 그런 사진들, 사람이 없거나, 사진을 찍을 때 두려움까지는 아닌데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 사진들을 바깥으로 뺀 거고. 조금씩 여기 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거나, 현지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 사는 사람이 된 부분들이 안쪽으로 들어가게끔 구상을 한 거고.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경우는 이주를 하고 나서 원래 계획했던, 기획을 했던 것처럼 여기서 사는 어떤 일상의 모습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일들을 했고, 누구랑 있었고, 저 스스로도 등장을 하기도 하고, 저의 어떤 뭐랄까. 스스로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까지도 넣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구상을 해서 설치를 했죠.
 
마법사 : 이제 이어지는 질문하고도 통하는 것 같은데, 배치가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에서 큰 스냅사진으로, 타원 형태로 배치가 되어있는데요. 폴라로이드 사진의 퀄리티를 봤을 때, ‘저건 폴라로이드로 찍은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부로 폴라로이드로 출력을 하셨구나. 그것 역시 연출의도가 있으셨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스토리가 있는 사진들이 가운데에 폴라로이드로 배치됐구나. 나머지는 진짜 말 그대로 스냅사진 같은. 강정의 투쟁, 그런 일상들이 있다면, 여기는 정말 구체적인 얘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그런 관객으로서의 느낌이 들었거든요. 폴라로이드 사진에 좀 집중해서 설명을 좀 더 부탁해도 될까요? 그렇게 배치했던 이유나
 
양상 : 이렇게 말하면 좀 거시기 한데, 사실 바깥에 있는 사진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데 엄청 중요한 건 아니고, 흘러가는 어떤 과거의 일들이고, 가운데 있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핸드폰이나 다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폴라로이드 형태로 출력을 했는데요. 그런 형식을 사용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한 게, 가장 단순하게는 이주 이전의 삶과의 차별점을 주고 싶었어요. 그 다음에 폴라로이드라는 매체의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목적? 원래 옛날에 필름으로 한장 한장 찍던 폴라로이드 사진 같은 경우는 한 장 밖에 존재하지 않고, 소중하거나 기록하고 싶은 어떤 부분들을 촬영을 하는 형식으로 사용을 했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동일하게 사용을 하고 싶었고요. 뭐랄까, 연애를 한다든지 할 때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였는데. 어찌 되었건 이런 방법이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기계가 있어서 사용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마법사 :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계속 더 자세히 보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진은 그냥 훑어보게 되는데 ‘이건 뭐지? 여긴 무슨 사연이 있는 거지?’ 계속 궁금해 하고. 그런 점에서 약간 아쉬운 건 사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너무 작은 거예요. 얘를 좀 크게 보고 싶다는 욕심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긴 합니다.
 

양상 : 그 부분도 약간 의도한 바인데요. 뭔가 쿵짝이 잘 맞는 스토리 진행 같긴 한데, 일부러 작게 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제가 캡션에도 적긴 했지만, 가까이서 봐야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작아요. 그래서 가까이 더 다가가서 봤으면 좋겠다. 그게 이주 이전과 이후의 삶을 나누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주 이전 같은 경우는 겉을 맴돌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데가 한계가 있고, 잘 모르거나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시선들이었다고 하면, 여기 이주하고 나서의 삶은 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강정이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런 부분들을 사람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고, 강정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지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라는 식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제 설명을 드려야겠죠? 

 

마법사 : 저 되게 모범적인 관객 같아요. 의도대로 제가 보고 그런 아쉬움도 가지고 좀 더 궁금해 하고. 저 되게 훌륭한 관객 같습니다.
 
양상 : 모든 관객이 그러면 참 좋겠네요.
 
마법사 :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그러셨을 거예요. 제 친구도 보면서 ‘어우 이건 더 크게 이렇게,’ 휴대전화 습관이 있으니까요. 자꾸만 궁금해진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호수님께 질문이 넘어가면, 여기 캡션을 보면 2014년 2월에 오셨는데 요게 담긴 건, 17년 일 년의 얘기잖아요. 이 집과, 글을 읽는 내내 따듯하기도 하고 마치 제가 할머니하고 진짜 관계를 맺었던 것처럼 할머니를 계속 상상하게 되고, 할머니랑 대화하는 저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고 그랬는데요. 그래도 그것도 3년 전 이잖아요. 시간이 흘렀고 그래서 그때의 할머니와 호수님의 관계, 이제 전시로 옮기는 2020년 지금 할머니와의 관계, 호수님이 생각하는 관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게 있는지. 요걸 적을 때와 전시할 때.
 
호수정주 : 관계는 계속 변하니까 어떤 식으로든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굉장히 물리적인 변화는, 제가 이제는 할머니 집 마당 하나를 두고 바깥채에 살고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살고 있다는 것. 또, 한 가지는 할머니의 나이가 그 사이에 드신 거예요. 내년이면 90세이고, 할머니의 기운이 확실히 달라지신 것 같아요. 할머니가 저한테 특별한 이유는 1년 동안 같이 살면서 우리가 나눈 것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기억이 특별하기도 하지만. 여기 이야기에도 등장하는 할머니의 아드님이 저한테 되게 소중한 분이고, 그 아드님의 변화가 할머니의 삶의 변화에, 할머니의 삶에 영향을 주고, 할머니의 삶을 변화시키는 어떤 한 부분인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 이 아드님의 삶의 변화는 또 이 마을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저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이 아드님에게도 영향을 주고, 이 아드님의 일상은 할머니에게 또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그런 부분, 우리에게 계속 어떤 변화들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할머니와 저와의 우정에 있어서는, 그때는 매일매일 보던 사이고 지금은 제가 계절이 바뀔 때 한번 찾아가서 인사드리는 정도에요. 그러다보니까 자주 가지는 못하고요. 할머니를 전시 오프닝 때 오시라고 초대도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요즘의 상황 때문에 못 오시기는 했는데요. 어떤 부분 할머니의 일상의 반경이 축소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받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만나는 접점을 만들려면, 결국에는 제가 더 많이 움직여야 되는데요. 제가 또 그렇게 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런 변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는 해요.
 
마법사 : 그러면 작업을 하시면서, 마음이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호수정주 : 일단은 제가 만약에 할머니와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면, 이 전시를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근데 어쨌든 계속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죠. 제가 ‘봉숭아꽃 할머니’라고 이름을 지은 거는 일기에 봉숭아꽃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할머니가 정말 봉숭아꽃처럼 여리고 곱고 뭔가 진해서였어요. 강렬한 느낌이 아니고, 여리고 부드러운. 정말 저한테는 봉숭아꽃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데요. 마을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봉숭아꽃이 곳곳에 보이잖아요. 할머니라는 존재는 저한테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고, 할머니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강정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는 너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르는 존재인 거예요. 이 마을에서도 90이면 가장 나이가 많은 연령대이시잖아요. 그리고 또 아들이 다른 집 아들처럼 권력이든, 돈이든, 명예든, 그런 세속적인 걸 갖고 있지 않으니까. 사실 어떤 부분 전혀 드러날 수 없는 사람, 존재인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걸 통해서 이 존재가, 이 작고 여린 존재가 없었다면, 여기 마을에 너무 소중한 많은 것들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확인하게 되는 거 같아요.
 
마법사 : 제가 질문 잘한 거 같아요. 이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되게 좋네요. 계속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관객 : 잘하고 계십니다. 

 

마법사 : 그런 면에서 양상님께 다시 질문할게요. 며칠 전에, 제 친구들이랑 같이 전시를 다시 봤어요. 제 친구가 이 공간을 되게 좋아했어요. 두 명이랑 왔는데, 한명이 여기서 계속 머무르면서 ‘이분은 프로잖아!’ 라면서, 사진이 한 장 한 장 다 너무너무 좋고, 강정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 공간에 대한 애정과 여기 담긴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 동물들, 꽃 같은 것들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마 그런 사진으로 고르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묻습니다. 양상님께 이 수많은 사진 중에 가장 애정하는 픽은?
 
양상 :  네. 여러 가지 버젼의 대답이 있어요. 일단은 간단하게 시간이 짧으니까, 두 가지 버젼이 있는데요. 제가 집에 돌아가서 별 탈 없이 잘 살기 위해서는 여기 여성분이 나오는 사진이 제일 아름답고, 좋고, 저한테 제일 소중하고요. 그 다음에 그런 거 다 배재하고 제가 그냥 딱 느끼는 사진은 스토리가 있는 사진인데요. 잠자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는 사진이 있어요. 이 친구가 길고양인데, 1년 전 정도 초여름 때 즈음부터 집 근처에 와서 밥을 얻어먹던 친구였어요. 그 동안 되게 많이 가까워졌는데요. 1년 정도 지난 올 초여름 즈음에,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는데 로드킬을 당한 모습을 봤어요. 저의 집 근처가 동네에서도 외진 곳이고, 차들도 많이 안 다니고, 다니더라도 천천히 다니는 곳인데요. 그리고 이 친구도 차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좀 아는 친군데, 어느 날 갑자기. 사실, 되게 오래 관계를 가질 거라고 예상을 했었고 ‘만약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를 해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걱정을 하면서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생각치도 못한 일을 경험하게 된 거에요. 그 일을 겪고 나서, 제 생각보다 이 친구가 저의 삶에 큰 어떤 영향으로 들어왔었다는 것들이 느껴졌어요. 그냥 길고양이였고, 같이 사는 친구도 아니었는데, 큰 허전함이 있었어요. 매일 하던 아침에 밥 주고, 점심에 밥 주고, 저녁 때 밥 주고. 잠깐 저녁 때 집안에 들어와서 한 두시간정도 소파에 앉았다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자거나 쉬다가, 저희가 잠잘 때 즘 억지로 밖으로 내보내는 일상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부분들이 되게 아쉽기도 하고, 허전하고. 그런 경험들이 저한테는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또 다른 고양이들도 있고, 그 고양이들한테도 밥을 주긴 하지만, 이 친구에 대한 기억이 계속 많이 남아있어요. 보고 싶고, 허전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고양이의 사진을 꼭 넣어야 되겠다고 해서 넣었고, 가장 소중하기도 하고, 기억에 남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삶 중에서 중요한 순간 중에 하나였던 거 같아요. 이 사진이, 장면이.
 
마법사 :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그냥 저는 ‘나이 들어서 떠났나?’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죠. 살아간다는 것은 또 누군가와 계속 이별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런 사진이었군요. 다시 한 번 또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그러면 저한테도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기억되겠지요?
호수님께 질문할건데요. 사실 거의 얘기를 해주시긴 했어요. 저는 일기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었는데, sns에 개인 계정에다 누군가에게 공개된 형태로 공유하셨던 글이라고 하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아는 누군가한테 속삭이듯 말하거나 일상적으로 대화하듯 말하는 일기 같은 내용인 것 같은데요. 이건 약간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전시를 한다는 건, 누가 와서 볼지 모르잖아요. 자신의 프라이빗한 목소리가 확장 되서 들릴 때, 의미도 좀 변화되거나 확장되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개인 작업이, 사적인 기록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들리게 될 때, 의미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 지 궁금했어요.
 
호수정주 : 전시에 참여한 친구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로 풀어갔잖아요. 한편으로 저는 처음에 떠올렸던 게 ‘낭독회’라는 행사였어요. 제가 주로 준비하고 주관했던 행사를 할까 하다가, 어떻게 보면 그것보다 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로 정하게 됐는데요. 한편으로는 ‘이것보다 더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런 면에서 (양상을 가르키며) ‘이 친구가 되게 용기가 있다.’ 저 안에 있는 사진들에 되게 사적인 일상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것 까지 내가 여기에 가져올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할머니라는 어떤 인물을 통해서 내가 나를 더 드러내고 싶었던 부분은 없었을까? 내가 이야기하고자하는 바를 좀 안전하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기까지가 나에게 안전한 정도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가장 중요한 사람 중에 한명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잘 보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씨를 크게 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목소리가 가장 작은 할머니가 이렇게 글로나마 아주 크게 사람들에게 나타났다는 게 저한테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요. 이렇게 큰 존재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마법사 : 그런 점에서 이렇게 전지로 옮겨 적는 방식은 탁월한 형식적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변경된 형식이었지만. 계속 그게 남아요. 이 분은 어찌 보면, 호수님이 이렇게 드러내서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다면, 강정에 있는 분들에게도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냥 나이든 할머니. 점처럼 지나가는 풍경으로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분을 이렇게 고유한 존재로 끌어내서 소개를 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양상 : 얘기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저한테) 용기가 있었다고 얘기를 했잖아요. 이런 부분까지 공개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 때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들까지는 안전하지 않다고 얘기를 했잖아요. 저도 배우는 과정인데,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서 저는 남성이기 때문에 좀 더 아무 생각 없이, 안전하고 안하고를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했던 것 같고. 이 친구 같은 경우 ‘여성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계속 생각을 하며 산거 아닌가?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용기 있다고 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마법사 : 어떠세요? 이런 피드백에 대해서는. 관객이시기도 하니까요. 안전에 대한 감각의 차이니까, 젠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시죠.
 
호수정주 : 무의식중에 내면화된 어떤 필터가 작동해서 실제로 어떤 것을 선택하는데에 있어 다른 장면들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거 같기는 해요. 근데 제가 아까 말한 측면은 자신의 사적인 얘기를 더 많이 끌어낸다고 해서 더 좋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각 자기가 할 수 있는 정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안전한 방식? 한편으로는 강정에 살면서 내 안에 여러 가지 속 이야기를 더 꺼낼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번 전시가 거기까지 저한테는 가 닿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마법사 :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이 있는 거 같고, 그런 상태가 또 있는 거 같고요. 그건 또 계속 변화되는 거니까요. ‘지금 이 순간의 어떤 상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거기에 젠더적 측면도 있겠지만 또 다른 여러 가지 요소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대화 매우 맘에 듭니다. (관객을 향하여)계속 우리끼리 얘기하니까 지루하시죠?
 
관객 :  재밌습니다아~
 
마법사 : 그러면 계속 진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상님한테 사진이 어떤 의미일지가 궁금함으로 남습니다. 처음 떠올린 매체도 사진이었고요. 사진으로 본인의 상태나,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 자체가 드러나는 거니까요. 사진이 본인한테 어떤 의미인지와 더불어, 앞으로 계속 강정살이를 하면서 ‘이런 거 정말 담고 싶다. 내 카메라에 이런 거 정말 담고 싶다.’ 그런 것이 있다면,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양상 : 고리타분한 얘기를 해보자면, 저는 영상 세대여서 글 쓰는 게 정말 힘들어요. 읽는 것도 힘들고요. 사진이 됐던, 영상이든, 영화든 좀 더 직관적인. 따지고 보면 영상이나 사진도 그 안에 문법이 있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열린 식으로 다르게 읽혀지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사진이라는 매체 또한 제게 쉽지는 않은 매체인데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추억이나 기억들을 되새기거나, 이걸 아름답다고 생각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요. 몇몇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서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들의 과거나 자신들의 생각을 투영하면서 보더라고요 그러면서 좋았다고. 제가 사용했던 의도와는 달랐던 부분들도 있는데요. 그런 것처럼 사진이라는 매체도 생각보다는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정사진으로 전시까지 하게 됐지만, 강정에서 있으면서 작업이 됐던, 기록이 됐던 그런 부분들을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그냥 뭐랄까. 강정에 예전에 여행 왔을 때부터 그랬었고, 강정에 있었을 때는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타자화되거나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늘 그 안에 있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 안에 있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이고 싶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강정에 있으면서 강정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렵기도 하고 풍경이나 스냅이라 이런 것도 그렇지만은 사실 가까운 사람, 같이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더 어려워요. 관계도 관계지만 사람사진을 찍을 때는 항상 어색해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시켰을 때 그런 일들을 하는 게 더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어서 그런 일을 조금 했었는데요. 그런 일들을 하거나, 강정과 연결 지어서 사진을 어떻게 해야 되겠다 라기 보다는, 그냥 막연한 대답일 수 있지만, 그냥 찍고 싶은 걸 찍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도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강정이라는 곳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마을들이 계속 변화하고, 또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던 것들이 사라지고. 그래서 지나고 났을 때 ‘아, 내가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이 어떤 기록적인 측면이 있구나. 사라지고, 변화하다 보니 되게 소중하다.’ 지나고 나서 봤을 때에는 다시 그 모습을 찍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모습을 좀 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저는 예쁘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은데,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가지고요. 제가 모자라서 그런 거겠죠. 어쨌든, 그런 모습을 찍고 싶습니다. 네.
 
마법사 : 지난번에 쭈하고 카레와 대화 할 때, 작품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어줬잖아요. 다들 ‘아니 똑같은 폰인데 왜 때깔이 다르지?’ 그랬잖아요. 예쁘고 아름다운 걸 앵글에 담아내는 눈과 마음은 충분하신 것 같아요. 찍고 싶은 걸 계속 찍으시고 많이 시켜주시면 되겠네요.  
 
관객 :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호수정주 : 예리하신 거 같아요.
 
양상 : 말씀하신 것처럼 ‘저것 좀 찍어줘.’ 했을 때는 아무생각 없이 ‘아, 이렇게 찍어야겠다.’ 이렇게 쉽게 했던 거고요. 제가 스스로 찍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아마 그렇게 못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마법사 : 평화센터가 허물어질 때도 양상님이 찍어주셨죠. 그러니까 계속 시키면 되겠네요.
 
양상 :  네. 시키면 이상하게 마음 편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법사 : 그럼 많이 시켜주세요.
 

양상 : 잘못 말한 거 같기도 하고.

 

마법사 : 그러면 호수님께도 개별질문으로 마지막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봉숭아꽃 할머니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요. 만약에 강정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전시를 해보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로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까 낭독회 이야기를 처음 떠올렸다고 하셨지만 지금은 또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봉숭아 꽃 할머니 이야기를 또 다른 버전으로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든지요. 만약에 그런 기회가 생겼다라고 상상을 했을 때에요.
 
호수정주 : 저희가 여름에는 언제나 인간띠잇기하고 강정천가서 수영하고 노는 시간을 갖는데요. 올해 유난히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장마 때문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고, 투쟁의 역사와 시간이 길어지니까, 어쨌든 생물학적으로 다 나이가 드는 거예요.
 
마법사 :  약간 슬픈…눈물 한 방울 닦고.
 
호수정주 : 모르겠어요. 올해 유난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애틋하고 소중한 거예요. 왜냐면 언제 이별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최근에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의 죽음이 있기도 했고, 저도 개인사에서 누군가의 죽음 소식을 듣기도 했고요. 혹은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꼭 죽음만이 이별은 아니지만, 우리가 언제 각자 신변의 변화로 인해서 지금처럼 함께 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정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충만한 얼굴들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모아서, 매해 여름의 강정천에서 살아 생동하는 우리들의 얼굴을 담아서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아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고요. 또 하나 담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요. 저희가 매주 한번 저녁에 모여서 지킴이 회의를 했었어요. 명칭과 호칭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쓰지만, 공통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 지킴이라는 표현이었어요. 이주한 사람들, 활동가, 지킴이. 그 지킴이 회의가 몇 년 동안 지속이 됐었어요. 한 3년 정도 제가 개인 노트에 손으로 기록을 했었는데요. 원래는 그것을 다 전시하고 싶었어요. 얼마나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얼마나 해답 없는 질문을 갖고 논의했었는지. 그런 것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마법사 : 둘 다 하셨으면 좋겠네요. 여기서 전시 기획하시고요. 사진 찍는 건 양상 시키시면 되고 다 되네요. 호수님이 전해주실 다음 이야기도 기회가 된다면 저도 꼭 만나고 싶습니다.
(관객을 향해)일방적으로 들으시느라 힘드셨죠? 이제 관객질문을 한번 받아볼까요?
 
호수정주 : 관객 분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마법사 : 그러게요. 이렇게 흥행할 줄 몰랐습니다. 질문이나, 소감도 괜찮습니다. 얘기 전해주시면 좋겠네요.
 
관객 : 저는 양상 사진의 전체적인 배치를 보면서, 제주도 지도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폴라로이드 형식으로 뽑아낸 사진들이 한라산 같다는 느낌을, 약간 심장 같다는 그런 상상을 혼자 해봤습니다.
 
관객 : 저도 보자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런데 의도하신 건지.
 
양상 : 전혀요.
 
관객 : 그리고 아까 가운데 있는 사진이 되게 중요하고, 바깥에 있는 사진은 조금 덜 중요하거나 거리감이 있다고 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깥에 있는 사진이 참 좋더라고요. 이런 차이도 되게 재밌었어요. 시선의 차이 그리고 관계들에 대한 차이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재밌었습니다.
 
양상 :  그런 차이점? 다른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네요.
 
호수정수 : 참고로 이 전시 제목은 제가 추천한 거예요.
 
관객 :  아 그래요?
 
양상 :  중요하지 않은데.
 
관객 :  아니 중요한데요. 안부를 묻는 방식..
 
양상 : 사실 제목을 뭘로 지을까 고민을 했는데, 너무 구태의연한 것들 밖에 안 나오는 거예요. 옆에서 보다가 좀 그랬는지, 제안해줬는데 스스로도 너무 맘에 들어가지고요. 과거에 묻는 방식과 현재에 묻는 방식. 내가 됐던 주변이 됐던. 안부를 묻는 거라는 교차점이 있어가지고요. 마음에 들어서… 바로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마법사 : 가족의 평화가 아니고 양상님이 좋아서인데. 혹시 또 다른 분. 작가와는 다른 감상이어도 됩니다. 의도와 상관없는
 
관객 : 양상님께서 더 큰 사진을 많이 전시하고 싶어 했는데 줄이셨잖아요. 사진을 분류했을 거 아니에요. ‘이거는 여기가고 얘는 포기하자.’ 이런 기준이나, 어떤 사진들을 포기하시고 전시를 안 하셨는지.
 
마법사 : B컷.
 
양상 : B컷이 사실 지금 기억은 안 나는데.
 
마법사 :진짜 안 중요했나 봐요.
 
양상 : B컷이라기보다는 C컷, D컷 막 이렇게 했을 때는 사실. 뭐라고 해야 되나. 너무 많은 사진들이나 비슷한 사진들 있었는데, 비슷한 것들 중에서 제가 생각했을 때 제일 잘나온 것을 넣은 거예요. 아닌 거는 뺀 거고.
 
관객 : 잘 나왔다는 게 화질이 좋다는 거예요? 아니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선명하게 나왔다는 거예요?
 
양상 : 둘 다 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관객 :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던, 예쁘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잖아요. 양상님의 기준으로 예쁘고 아름다움의 기준은 뭘 말씀하시는지. 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양상 : 글쎄요. 저도 제가 생각했을 때 예쁘고 아름다운 사진이 어떤 사진일까? 되게 궁금한데요.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냥 느낌? 느낌으로 똑같은 사진이라도 어떨 때는 더 따듯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휑한 사진을 셀렉팅할 수도 있고, 그때그때 어떤 의도나 생각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멀찌감치 떨어진 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을 그 중에서 뽑은 거고요. 다양한 사진들, 다양한 구도와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곳에서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전시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던 거 같고요. 제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위주로 셀렉팅 했던 거 같고, 그 중에는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도 있었고요. 여기 나와 있는 사진들 말고 다른 사진들도 마찬가진데 주로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뒷모습들 밖에 없어요. 뒷모습들 많이 나와 있는 것 위주로 했고, 그랬습니다.
 
관객 : 거리감이라는 게 본인이 그 속에 들어가서 참여자로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다른 사람,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둔 거리감이에요? 아니면?
 
양상 : 저 스스로에요.
 
관객 : 그 사진 대상자들과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지금도 계속 그런 입장인가요?
 
양상 : 아니죠. 저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 안에 다른 친구들의 사진은 많이 없지만
 
마법사 : 그러게요 너무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관객 : 중요하지 않은 거지. C컷이야.
 
양상 :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전혀 의도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모두가 다 중요해요.
 
마법사 : 마음은 표현되게 되어있으니까요.
 
양상 : 다음 전시에는 더 좀.
 
마법사 : 다음에 다 하시겠네요. 혹시 또 하나정도만 더 받아보죠. 질문이나 소감이나. 호수님에게도.
 
관객 : 저기 네모난 천에 사진 넣은 거가 궁금했어요.
 
호수정주 : 2년 전인가? 3년 전에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동네 사진관을 이벤트처럼 했었어요. 사진관처럼 세팅해놓고, 육지에 계신 사진작가 분들이 오셔서 동네 어르신들, 가족사진, 친구 우정사진을 찍어주셨는데요. 저희 삼거리 식당 종환삼촌 어머니이신 할머니가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셨어요. 할아버지와 두 분이. 그때 본인이 젊었을 때 사진을 안고 찍으신 거예요. 지금 얼굴을 공개하는 게 좀 그래서 약간 흐리게 나온 걸로 그것만 제가 찍었어요. 그때 할머니의 모습. 이야기에도 등장하는데 할머니가 계속 저의 손을 잡으시면서 ‘네 손이 내가 젊었을 때 손 같다.’고 계속 말씀하셨거든요. 할머니와 나의 연결고리이기도 하고 중첩되고 만나는 지점이 젊은 시절이어서 그걸 여기에다가 했어요.
 
관객 : 할머니가 혹시 당신 젊었을 때 얘기 들려주신 것 중에 기억나는 것 있나요? 들려주신 게 있나요?
 
호수정주 : 할머니가 과거얘기는 잘 안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잘 못 알아들어요. 제주말로 하시니까. 주로 요즘 얘기를 하세요. 자녀분들 얘기, 손주얘기 하시는데요. 그것도 사실은 20퍼센트..그래서 아마 하셨을 수도 있지만 제가 못 알아들었을 수 있다. 근데 알아들은 것 하나가 이제 ‘나 젊었을 때 손이랑 네 손이랑 비슷하다.’ 이거 딱 하나.
 
마법사 : 언어로 대화했다기보다 눈빛이랑 손으로 대화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게 전체적인 이미지로 이 벽에 담기지 않았나 싶고요. 그러면 다시 틀어서요. 각자 전시 작가로서도 참여하신거지만 관객이시기도 한 거잖아요. 호수님의 작품을 본 관객 양상, 양상님의 작품을 본 관객 호수. 각각의 관객의 입장에서 어땠는지 좀 얘기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호수정주 : 관객과 사적인 관계를 분리하기가 어렵기는 한데요. 바깥의 사진들이 이번 전시에 걸리게 되서 너무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강정의, 우리들의 시간과 곳곳이 담겨있는 사진들이어서요. 저도 그 시간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특히 저기에 자주 등장하는 윙카 트럭. 지금은 없어요, 그자리에. 그래서 윙카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어떤 이야기들, 시간들이 정말 되게 남달라요. 근데 그게 없어져버리니까 그 이야기를 다시 구현해내는 게 되게 어려운데, 여기 사진으로나마 만나게 되서 되게 고마웠고요. 안에 있는 사진들은 사적인 이야기여서 흐뭇해하긴 했어요. 어쨌든 바깥의 강정의 지난 시간들을 만난 것이 좋았어요.
 
마법사 :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것 같아요. 다 자기의 이야기가 담긴. 물론 양상님은 거리가 있었던 장면이라고 했지만 또 이걸 보는 사람들은 다 자기 얘기가 담긴 사진이어서 그 분들한테는 그게 또 중심, 한라산 자리 일수도 있잖아요. 각각의.
 
호수정주 : 저기 맨 끝에 예전 의례회견 앞에서 한참 주민 분들이 모였을 때, 저기에 지금 현재 저희의 주인 삼촌이 앞자리에 계세요.
 
양상 : 10년 정도 젊었을 때.
 
호수정주 : 그때 엄청 열심히 반대하셨고, 마이크도 여러 번 잡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것도 전혀 몰랐다가 이 사진 보면서 알게 된 거에요.
 
마법사 : 각각마다 정말 얘깃거리가 엄청나겠네요.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다 얘기가 있는 사진이니까.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눠졌으면 좋겠어요. 전시 끝날 때까지. 그럼 반대로.
 
양상 : 저는 관계와 객관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나눠서 설명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마법사 :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 한번 해보세요.
 
양상 :  너무 맘에 들어요, 다. 완전히 객관화해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제가 주요하게 얘기했던 것 중 하나가 ‘저는 영상 세대다. 글은 힘들다. 글을 안 읽는다. 세 줄 넘어가면 힘들다.’라고 항상 얘기를 하는데요.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글들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또 어렵지 않더라고요. 쉬운 글들로 쓰여 졌는데, 읽어보다 보면 어떤 표현들이 되게 다 예뻐요. 저도 글을 짤막짤막하게 쓴다던지, 표현을 할 때 잘 쓰고 싶다는 욕심들이 있는데요. 쓰려고 앉으면 몇 시간을 계속 고민만하다가 못 쓰는 경우들이 많아요. 물론 이 분도 쓸 때는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들여서 고쳐가면서 썼을 거라고 예상은 되지만요. 어쨌든 나온 결과물들을 봤을 때는 뭐랄까 글이 아름답고 예쁘고 그다음에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글이 상당히 좋아요. 그래서 이 전시자체가 너무 아름다운데, 글만 있는 게 아니라 글과 관련된 사진 그리고 이 손수건도 좋아요. 평면적이지 않고 이런 부분들도 소품으로 사용해서 전시를 하는 것이 제 사고에서는 없던 부분들이니까요. 그런 부분들이 좋은 것 같고, 그리고 대자보잖아요. 이 전지에다 쓴 부분도 뭐랄까 대학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젊었을 때 캠퍼스의 느낌이 나고요. 그런 부분들이 되게 멀리 있었는데 가까워진 거 같아서 되게 좋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면 A4로 인쇄를 했는데, 이런 부분들도 크기는 A4라고 하더라도 그냥 (손으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거 빼고는 100프로 완벽한 것 같아요.
 
마법사 : 네. 정말 100프로 객관적인 관객평이었던 거 같습니다.
 
양상 : 네. 전 날카롭게 표현할 때 완전 날카롭게 표현합니다.
 
마법사 : 저도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약간 시어 같잖아요. 산문이지만 시 같은 글이어서 읽으면서 몽글몽글해지는 글들이었어요. 관객입장에서 100프로 객관적인  얘기였던 것 같고요. 거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직 전시는 절반정도는 남아있는 거니까 더 많은 분들이 보시러 오실 거라고 생각해요. 육지 사람도 있을 거고 여기 강정 주민들도 있을 거고 혹은 바깥에 있는 제주사람도, 넓으니까요. 그런 분들도 있을 거고, 구럼비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참여했던 사람도 있고, 얘기로만 들은 사람, 모르는 사람 등. 되게 다양할 텐데 그 분들이 오셔서 ‘아 그래도 이거 하나는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작가로서 그런 게 있다면?
 
호수정주 : 이틀 전에 저희가 인간띠잇기를 하는데 한 승용차를 탄 분이 차를 세워가지고 느닷없이 삿대질과 욕과 비아냥거림을 쏟아내고 가셨어요. 우리가 그분의 주행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거도 아니고, 차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곳을 비워두고 춤을 추고 있었는데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저는 ‘어떻게 이분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기에게 안전한 방식대로 이런 것들을 배설하고 가버릴까.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되지?’ 물론 한 두번 겪은 일은 아니죠. 많이 겪은 일인데. 그날따라 그냥 ‘왜 우리가 이일을 겪어야 되지?’ 더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사람들마다 정치적인 관점도 다르고, 어떤 부분은 비슷한 선상에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의 이슈로 굉장히 다른 위치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모두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한데요. 차량으로 확인이 되었던 것은 렌트카였어요. 제주도에 사시는 분이 렌트했을 수도 있고, 여행오신 분일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한 가지는 그 분은 그냥 잠깐 있다가 가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정말 몇 분 기지를 둘러보러온 사람이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기에서 매일매일 자기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안부를 살피는 할머니. 그 할머니가 10년을 애타면서 자기 아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그 어떤 애절함. 안타까움. 그 마음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정말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애절함은 꼭 강정에 있는 사람들만 겪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마다 자기의 삶의 맥락에서 그런 애절함, 그렇게 애절함으로 우리는 좀 연결될 수 없을까? 최소한 다른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는 너무나 비열하고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저는 어떻게 보면 크게는 그런 게 좀 떠올랐고요. 작게는, 사실 많이 지지하시는 분들이 여기 와서 전시를 보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희만 해도 활동가, 이주민, 지킴이, 주민으로서도 목소리를 많이 낼 수 있는 분들 말고 여기에서 이 투쟁의 시간을 같이 통과한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할머니의 일상에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알려지지 않는 삶의 이야기가 같이 읽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양상 : 엄청 길게 말씀하시네.
 
호수정주 : 저희 둘 다 이야기를 계속 길게 하고 있어요.
 
양상 : 저는 짧게 하고 있는데? 저는 그냥 다른 거 없이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냥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도시락 해먹고 빨래 널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네. 일상적인 그런 부분들로 하루를 살고 있네. 그런 부분들만 알고가도 저는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마법사 : 그게 잘 전달되는 앞으로의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냥 이거는 사족 같은 질문인데, 이 대화자체가 예전부터 기획된 게 아니라 급조된 거잖아요. 쭈, 카레 하시는 거 보시고 두 분도 하시겠다고 하셔가지고 하게 됐는데요. 전시라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작업할 때 다르고, 이걸 사람들한테 보여줬을 때 느낌 다르고. 그걸 또 내 입으로 정리해서 말할 때 그게 또 계속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늘 대화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대화 해보시니까 어떠신지. 두 분 다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호수정주 : 일단은 쭈랑 카레가 할 때 오지는 못했었는데, 그걸 또 다른 매체로 기록을 공유하셨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아, 너무 좋다.’ 이야기가 이렇게 남겨지는 게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일단 이 전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해서, 이게 홍보의 한 형태가 되기를 바라는데요. ‘이것 때문에 더 안 오면 어떡하나.’ 아무튼 더 많은 분들이 와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단 하기로 했고, 여기 다른 작가 분들도 계신데 다른 분들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마음.
 
양상 : 질문이 뭐였죠?
 
마법사 : 대화해보니까 어떠셨냐고
 
양상 : 순간 까먹었어요. 저는 너무 좋았던 거 같고, 말씀하셨던 거처럼 전시만 했을 때는 관객들이 어떤 거를 느끼는지 궁금한데 그런 부분들을 모르잖아요. 그냥 보고만 지나갔을 때는. 그걸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좀 더 이야기를 전하고, 그걸 사람들이 듣고 나서 보게 되면 또 다를 텐데. 그렇게 듣고 나서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고, 그걸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그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계기라는 어떤 시간들을 통해서 전시뿐만이 아니라 개개인 작가들의 이야기나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부분들이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부분만으로도 참 좋았던 거 같아요. 개인 스스로한테도 좋고, 어떤 전시에서도 그렇고.
 
마법사 : 이 순간도 기록으로 남는 게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이것도 일종의 전시 퍼포먼스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요. 누군가 앞에서 얘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오늘 카메라가 저를 안 비추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두 분 되게 어색하셨을 텐데도 정말 달변으로 이렇게, 저는 양상님과 회의만 몇 번 해봐가지고 이렇게 달변일지 몰랐고요. 호수님도 너무 성심성의껏 답변도 해주시고 이렇게 얘기 귀 기울여 들어주신 두 작가님, 그리고 모두에게 박수를 치면서 오늘 대화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호수정주 : 제가 너무 감사한 마음에 커피를 좀 같이 
 
마법사 : 참 맞다. 공연 준비하셨잖아요.
 
호수정주, 양상 : 아. 랩은 다음번에 하는 것으로..안녕.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