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날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로스가 미궁(迷宮)에 갇혔다.

아버지는 탈출을 위해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당부했다.

“너무 높이 날지 말라. 높이 날다가는 태양에 가까워지고, 그러면 밀랍이 녹아내려 추락 할 것이다”.

이카로스는 미로를 탈출하여 창공을 맘껏 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본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눈 아래여서 별것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신명이 났다.

아들은 더 높이 날고 싶었다. 아버지의 충고 따위는 이미 잊어 버렸다.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거침없이 하늘을 솟구쳐 올랐다.

아뿔싸, 결국은 태양열에 날개를 엮은 밀랍이 녹아 내렸고 새의 깃털은 뿔뿔이 흩날려 사라졌다. 이 때문에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이야기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곧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욕망,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무모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면서 ‘이카로스의 날개’가 떠올랐다.

그간 고공행진 하던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2~3주 전부터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대통령과 동반하락 추세다.

‘향후 20년 집권’까지 말하던 더불어민주당의 기고만장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조국사태에서부터 유재수 감찰무마,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논란, 법과 상식을 무시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 경제 폭망, 청년 실업대란, 외교안보 무능, 최근의 부동산 관련 입법 파문 등 총체적 국정 운영 난맥상이 불러온 결과다.

이는 사법 행정 입법 기능은 물론 언론까지 장악하여 힘과 숫자로 밀어붙이는 무소불위 권력 행사와 안하무인의 오만과 독선적 국정수행과 연동되어 있다. 독재적 발상과 독재적 행태가 가져다 준 것이다.

진보 원로학자 최창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집권세력을 향한 쓴 소리는 그래서 엄중하고 무겁다.

최 교수는 지난 6월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 했는가’에 대해 평가했었다.

서울대학교 한국 정치연구소에서 발행한 ‘한국정치 연구’ 논문집에서다. 최 교수는 여기에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 한다-위기와 대안’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서는 ‘진보와 보수 간의 극단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했다. 여기서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화는 강화됐고 법의 지배는 위험에 놓였다’고 썼다.

“시민 사회와 시민운동은 위로부터 국가에 통합되면서, 사회적 다원화와 정당의 발전에 부정적 힘으로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적 정치 행태를 발견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고 꼬집고 ”(현 집권세력이) 민주화 이전으로 회귀해서 역사와 대결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15일 문재인 정부에 쓴 소리를 내놨다. 이날 ‘광복 75주년 성명서’를 통해서다.

반 전 총장은 성명서에서 “이념 편향·진영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였고, 이에 대한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실패가 아닌 성공의 역사, 분열이 아닌 단합의 역사를 물려줘야 한다‘면서 ”국가 지도자들이 당장의 정치적 이득에 얽매어 이념과 진영 논리에 따른 지지세력 구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숙고해 보기 바란다“고 했다.

최 명예교수나 반 전 유엔사무총장이 문재인정부에 보내는 조언이나 고언은 대체로 일맥상통한다.

‘진보와 보수 등의 극단적 이념 편향, 또는 진영 중심의 국정운영은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과 ‘대통령의 권력 집중화와 법의 지배는 위험하다’는 것,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두 원로는 집권여당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기반으로 한 독주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 전교수의 주장인 바, ‘다수결의 지배가 민주주의에서 일반적인 결정 원리라 해도 민주적인 결정 원리가 곧 다수결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합의‘, ’협의‘, ’토론‘이라는 작동원리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지배가 무차별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원리가 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독재’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논리는 거대 집권여당에 보내는 주문이자 경고로 읽혀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는 거대여당의 막무가내 비상(飛上)이 뜨거운 민중의 열기에 녹아 추락하는 ‘이키로스의 날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국정운영의 바탕은 신뢰다. 신뢰구축이 먼저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국정운영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일 뿐이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고사(故事)에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水能載舟 亦能覆舟)’는 가르침이 나온다.

‘신뢰를 바탕으로 나라를 잘 이끌면 국민이 따르고 불신으로 믿음을 잃으면 국민이 정권을 뒤 엎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인 것이다.

현재 문재인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얼마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가.

그제(15일),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수 만 명의 인파가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 마음은 착잡하고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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