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조 시인의 시집 『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볼 것 같은』이 출간됐다.

김영란 시인은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김영란의 시가 특별한 이유는 그의 시가 다루는 대상이 우리에게 결코 낯설어서는 안 되는 낯선 존재라는 데 있다. 그 ‘낯선 존재’를 차례로 호명하는 연민의 방식으로, 역설적이게도 김영란의 시는 21세기에도 끝나지 않은 야만을 백일하에 드러낸다. 이 야만은 우리와 결코 멀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김영란의 시는 형식을 고수하는 전통의 긍정적 계승과 내면을 부정하는 전통의 부정적 계승으로써 현대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타개한다. 그의 시가 가진 ‘내면의 부정’은 ‘증언’과 ‘기억’과 ‘애도’의 성격을 띤 역사의 ‘재현’에 바쳐진다. 역사에 대한 ‘증언’과 ‘기억’과 ‘애도’가 시의 인식론적 차원이라면,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정신은 그의 시가 보여주는 도덕적 차원이다. 그의 시는 한국 현대사의 일정 부분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적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들이 자리한 위치를 예민하게 살핀다. 이는 다음 시와 같은 시편들에서 잘 드러난다.

낙태한 아이를 버린 분홍빛 고쟁이같이

소로도 못 나면 여자로 나는 거라고 하늘에 해 박은 날이면 칠성판 등에 지고 제 생을 자맥질하듯 저승까지 넘나들던, 어미 팔자 대물림 딸에게 이어질까 몸 풀고 사흘 만에 속죄하듯 물질 가던,

어머니 애간장 녹아 전설처럼 피어난 꽃

-「해녀콩꽃」 전문

김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주구장창 제주에서 살고 있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꽃들의 수사(修辭)』 『몸 파는 여자』가 있다.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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