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과 결탁해온 정치교회가 국가안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전통적으로 국가안보라는 개념은 군사적 위협에 대한 영토와 국민 생명의 안전보장을 의미했다. 국가안보의 개념은 국가의 안녕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들로 확장됐다. 환경안보, 경제안보 등이 주요하게 다뤄져 왔으며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보수신정(神政)’을 꿈꾸는 ‘보수세력-정치교회 공동체’가 국가안보를 어떻게 엉망으로 만드는지 목도하고 있다. 보수세력과 정치교회로 인해 대한민국의 보건안보가 큰 위협에 처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들은 대한민국 방역史에 길이 남을 장면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의 병원 탈출극은 이들의 정치-종교적 망상이 다른 국민들의 생명과 생활을 어떤 식으로 위협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문제가 커지자 통합당은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보수 정치 세력은 전광훈 목사와 주옥순으로 대표되는 극우 인사들의 활약에 적극 기대어 왔다. '전광훈들'과 보수 정치 세력은 적극적 협력자 관계를 구축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전광훈들'을 키운 건 8할이 언론이다. ‘전광훈들’의 막말을 확대 재생산해온 언론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전광훈들'은 언론을 타고 힘을 얻었다.(일부 언론에게 '전광훈들'은 훌륭한(?) 광고주이기도 했다) 그 힘은 보수 정치 세력의 자양분이 되고,  보수 정치 세력은 다시 ‘전광훈들’을 부추겼다. 보수세력-정치교회 공동체의 자가발전은 그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예멘 난민, 성소수자 등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차별과 혐오로 무장한 ‘전광훈들’은 보수 정치 세력의 스피커와 든든한 뒷배 노릇을 했다. 그때, 언론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던가. ‘전광훈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며 비상식적인 막말 선동에 기꺼이 동원되어 줬다.

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운 언론들은 이른바 ‘VS 기사’를 내보내며 상식과 비상식을 같은 수준에서 대립시켰다. 그것으로 책임을 다 했다는 태도였다. 그때마다 비상식적인 차별과 혐오에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인권보호라는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좌절하기 일쑤였다. 그들이 좌절하던 표정을 기억한다. ‘전광훈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보수 정치인들이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선을 긋는다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전광훈들’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전광훈들’의 폐혜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선을 끊는 것 이전에 그들이 대표해 목소리를 내온 개별적 사안들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조금 세련된 형태로 변이한 ‘전광훈들’의 팬데믹에 또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다. 비상식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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