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이던 아베진조(65) 수상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았다. 1강 자민당 속에서도 1강인 명실공히 제1인자였던 그는 선정이든 악정이든 블랙홀처럼 빨아들었던 권력을스스로의 지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중 하차했다.

지병의 악화에 대해서는 여러 예측이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사임을 표명할 줄은 측근들도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병으로 인한 사임에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켰지만 돌연변이 사임극에 일본열도가 휘청거렸다.   

아베 수상은 선진국 중에서는 독일의 메르켈 수상의 약 15년 재직 다음 가는 수상으로서, 세계 최장수국 상위권인 일본이면서도 단명으로 유명한 수상직을 7년 8개월(1차 수상직 1년 포함하면 8년 8개월)이라는 헌정사상 최장수 수상직을 맡아서 군림해 왔었다.

거친 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깝게 하기를 꺼려하고 어려워하는 세계 선진국 지도자들과는 달리, 대통령 취임식 전에 일부러 뉴욕 사저까지 방문하여 그와 원팀에 성공한 아베 수상은 세계의 지도자임을 스스로 과시하기도 했다. 

장기 집권에서 막을 내린 아베 수상의 '정치 레카시(유산)'를 선정하기 위해 평론가와 역사학자들은 고심하고 있지만 장기집권 하나만을 들더라도 그것은 '정치레카시'였다. 

한국에서는 일본 수상 중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아베 수상의 호감도는 북한의 김정은 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아이러니 현상이 일어났다. 동북아에서 자유민주주주의 이념의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인데 한국인이 그에 대한 실망감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런 아베 수상의 퇴진으로 차기 수상 선출로 자민당은 한여름의 무더위 보다도 더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아베 수상의 선양을 기대하던 최유력 후보 기시다 후미오(63) 정조회장이 스가 히데요시(72) 관방장관의 출마 표명으로 위기에 빠졌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여당의 당수가 수상을 맡게 된다. 당수 선출 방법은 국회의원 수394명과 똑 같은 일반 당원 득표수 394명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긴급인 경우에는 국회의원과 47도현부를 대표하는 당원 141명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자민당 집행부는 9월 1일 정식회의를 개최해서 선출방식을 결정하는데 시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 당원에 의한 선거는 실시하지 않고 9월 15일경에 선거 날짜까지 잡고 있다.

전 당원 선거 중지일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후보 예정자가 이시바 시게루(63) 전 간사장이다. 수상 후보자로 가장 적합하다고 국민과 자민당 당원의 여론조사에서 언제나 1위를 차지하는 그는 의원들에게는 인기가  없어서 그가 이끄는 파도 19명의 의원 밖에 없다. 입후보에 필요한 20명 추천을 위해서는 다른 파나 무파벌의  의원 한 사람의 지원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후보자로 거명되는 후보자 모두 수상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면서 후계자 지명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언급을 회피했던 아베 수상이었다. 그러나 수면하에서 그가 움직이는지 방관하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의원 사직까지는 안한다면서 내년 중의원 임기가 끝나더라도 다시 나와서, 건강에 지장이 없는 한 정계에서 활동하겠다는 그가 액면 그대로 이번 선거에 방관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수상 결정후의 영향력을 생각하드라도 가만 있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1강 중의 1강이라는 권력 속에 자신과 아키에 부인이 관여했던 '사쿠라를 보는 모임'과 '모리도모학원'의 의혹을 제대로 규명도 않고 끝내 버린 비리도 있다. 야당은 계속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이 비리가 어떻게 처리될런지 그것도 야당만이 아니고 국민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돌발적인 전염병이 없었다면, 금년 그에게는 최고의 해가 되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정열을 쏟아 유치한 토쿄올림픽과 패럴올림픽이 새로운 국립경기장을 중심으로 열리고, 염원이던 4천만 외국 관광객이 넘쳐났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8월로 연기된 올림픽이 틀림없이 개최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중지될 가능성이 날로 높아 가고 있다. 어쩌면 환상의 올림픽으로 끝날런지 모른다.

비토 타케시 연예인이 텔레비전에서 말했다. "지병으로 사임하는 수상에게 실레가 되는 말이겠지만, 지병으로 수상직을 그만두는 것은 좋은 기회였을런지 모른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부적절하다는 항의도 받을 것 같은 발언이었지만 유명한 연예인이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렇지만 그 발언은 사실 그대로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만신창이 길로 방황하고 있었던 아베 수상이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