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지나가고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

숲 속은 동틀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요란하게 울어대는 

여름의 상징,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 채운다.

여름 숲의 끝자락~

오래 머물 것 같았던 지칠 줄 모르던 찜통더위도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고 

언제 들어도 정겨운 풀벌레 소리, 

코 끝에 닿는 흙냄새와 풀잎 향기에서 느껴지는 청량함,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 때마다 살짝 들어오는 햇살, 

짙은 녹음으로 터널을 이룬 숲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까지 여름향기에 배어 있다.

[알락하늘소]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이다.

숲 속의 요정들은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 

가녀린 모습에 이끌려 주저앉게 한다.

[애기버어먼초]

어두운 숲 속 낙엽 위로 

노란 입술을 내밀고 유혹하는 하얀 요정 '버어먼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식물로 '석장(錫杖)'이라 부르는데 

스님들이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말한다.

[버어먼초]
[구상난풀]
[수정난풀]
[영주풀]

장맛비에 쑥쑥 자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의 버섯

곤충은 갖가지 애벌레와 번데기를, 버섯은 열심히 분해자의 역할을 한다.

숲은 모자란 부분을 넉넉함으로 채워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준다.

[콩짜개덩굴]
[노린재동충하초]
[세발버섯]
[좀나무싸리버섯]
[삼나무]
[매미꽃동충하초]

썩은 나무를 자람 터로 삼아 뿌리를 내린 '삼나무' 

숲 속의 보물들은 봄의 흔적을 남기는 동안 

여름꽃들은 온 힘을 다해 부지런히 계절을 전한다.

[금난초 '씨방']
[금난초 : 5월 촬영]
[무엽란 '씨방']
[무엽란 : 6월 촬영]
[씨눈난초]
[사철란]
[털사철란]
[붉은사철란]
[한라천마]
[모시대]
[털이슬]
[멸가치]
[산짚신나물]
[고추나물]
[애기담배풀]
[도둑놈의갈고리]
[큰도둑놈의갈고리]
[산비장이]
[탑꽃]
[애기탑꽃]
[큰개현삼]
[매듭풀]
[추분취]
[알꽈리]
[쇠무릅]
[겨울딸기]
[좀깨잎나무]
[중대가리나무(구슬꽃나무)]

바람이 머무는 세월의 숲

조금은 느려도 천천히 걷다 보면 

그림자를 드리우던 그늘나무 사이로 계곡물에 비친 파란 하늘  

숲을 담을 수는 없지만 한라산의 숨결이 살아있는 듯 녹음 속에 묻혔던 여름 향기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억척스럽게 피어난 들꽃들의 숨은 이야기 

지나가던 바람은 잠시 멈추고 가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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