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호 제주도의원이 수심 깊은 표정으로 온평리 주민들과 함께 제2공항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온평리 주민들과 함께 제2공항 반대 시위에 참여한 고용호 제주도의원.(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8월 28일 귀를 의심케 만드는 말이 제주도의원의 입에서 줄줄 튀어나왔다. 이날 고용호 의원이 제주도 정무부지사 예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내뱉은 말이 논란이 됐다.

이날 고용호 의원은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에게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고영권 예정자가 법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고용호 의원은 “법 다 지키면서 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

불법과 편법을 조장하는 이 발언을 통해 고용호 의원이 지닌 준법의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고용호 의원은 비자림로 공사의 법적 문제들을 밝혀낸 시민들을 겨냥해 ‘지랄’이라는 비속어를 내뱉기도 했다.

또 고용호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겨냥해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 활동이 지금 제2공항 갈등 해소를 하는 것 같나. 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나“라고 물었고, 이에 고영권 예정자는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던 것일까. 고용호 의원은 "갈등을 더 유발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맨날 싸움 붙이고.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다.

고용호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고용호 의원은 이날 늦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온평리 주민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고용호 제주도의원(좌측)(사진=김재훈 기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온평리 주민들과 함께 제2공항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고용호 제주도의원(좌측)(사진=김재훈 기자)

이 같은 소동을 바라보면서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난해 7월 9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2공항 반대 집회. 고용호 의원은 이날 제2공항 예정부지인 온평리 주민들 속에 서서 “민주주의 유린하는 제2공항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었다.

‘(제2공항) 결사반대’라는 문구를 담긴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 중인 고용호 의원. 온평리 주민들 속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표정이 기자의 카메라 렌즈에 들어왔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참다운 정치인의 모습이랄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이날 찍은 사진에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제목을 달고 포토뉴스를 올렸다.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돼 민의를 대변하고 집행부의 편법과 불법을 감시하는 도의원의 본분을 지켜주시길 고용호 의원에게 당부한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지 늘 기억해 주시기를.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해 주시기를. 제2공항 피해 지역 주민 속에 함께 서 있던 모습이 썩 보기 좋지 않은가.

(지난 1일 임명된 고영권 정무부지사에게도 당부드린다. “법 다 지키면서 할 거냐”던 고용호 의원의 말은 무시하고 앞으로 제주도가 법과 절차를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힘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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