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출처=제주환경운동연합)

오등봉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사업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시 숲 공간에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이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뜨겁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4일 오전 제19차 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도시관리계획(비공원시설) 결정 변경안' 재심의에서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의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개발 반대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심의에서 도시계획위가 내건 조건은 △오남로 도로변과 사업부지간 간격을 규칙적으로 하되, 곰솔군락지가 벌채되지 않도록 할 것 △사업부지에 5차로 능률차로제 검토 및 대중교통 접근성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 최초 제안한 임대세대수 총량 확보, 영구저류조는 다목적용도로 토지 이용을 높이는 방안 검토, 비공원시설 보행공간이 야간 보행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계획 포함 반영, 공원이용객을 고려한 접근로, 주차장 등 시설계획 마련 등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에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 이번 재심의는 재심의 결정 2주 만에 이뤄지는 심의이다. 회의 1주일 전에 재심의 자료제출을 명시한 규정에 따라 이번 재심의 자료는 고작 1주일 만에 작성됐다."며 "당연히 재심의자료가 부실할 수밖에 없어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재심의 결정 이후 2주 내에 재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항으로 제주도가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토건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심의는 제주도가 도시계획위원회에게 사실상 심의기능을 포기하고 사업 강행을 위해 협조하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엄청난 규모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인데 사업규모만 보더라도 제주시 도심지역에 미칠 각종 영향이 적지 않다. 주택과잉공급, 부동산투기 발생, 생활쓰레기, 상수, 하수, 교통, 지역균형발전 정책 붕괴 등의 문제를 비롯해서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게다가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14~15층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함에 따라 도심경관의 심각한 후퇴는 물론 오등봉 정상과 아파트 옥상이 서로 마주보는 말도 안 되는 경관파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들어설 아파트 세대는  2,228세대에 달한다.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출처=제주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심의 회의에서도 이런 내용에 대한 지적이나 보완요구는 없었다. 재심의 결정을 내렸지만 핵심적인 문제들을 비켜가며 제대로 심의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그만큼 제주도가 제출한 자료나 그간의 문제제기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인데도 고작 1주일 만에 준비한 엉터리 자료로 심의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심의를 들러리 세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힐난했다.

이어 "게다가 이번 심의가 코로나19로 각종 대면회의가 취소되고 심지어 행정기관에 대한 폐쇄조치까지 이뤄지는 엄중한 상황에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 태풍 마이삭에 대한 피해복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곧 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는 와중에 손을 보태도 모자란 상황에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며 "당장 제주도에 산적한 재해문제와 방역문제를 신경써야할 마당에 사업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각종 악영향이 지적되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무리한 심의를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이번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의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은 대안이 없어서 이뤄지는 사업이 아니다. 제주도는 시간과 예산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도시공원 민간특례를 하지 않고 도시공원 실시계획 인가만 받아도 실효는 5년간 유예된다. 부족한 예산은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줄이고 연기 가능한 사업들을 찾아내는 노력 등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다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실효를 막고 예산을 확보해 도시공원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현재 국회와 정부는 도시공원의 해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도 개선과 국비지원까지 포함한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업 강행에만 몰두하지 말고 도시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삶과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도시 숲과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제대로 된 공론화도 한 번 해보지 않고 도민의 민의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제대로 된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먼저 진행해 줄 것"을 제주도에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끝으로 "제주도의회 역시 제주도의 사업강행 추진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폭주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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