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지방종합청사 앞에서 협재마을회를 비롯해 한림읍 내 7개 마을 주민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9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지방종합청사 앞에서 협재마을회를 비롯해 한림읍 내 7개 마을 주민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51년간 동네 주민들의 유일한 ‘은행’ 역할을 했던 협재우체국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마을이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제주지방우정청은 기존 협재우체국의 예금 등 금융 관련 업무를 없애고 우편 서비스만 제공하는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겠다는 ‘우체국 창구망 합리화 추진에 따른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우정청은 “대체통신 발달 등으로 우편물의 지속적인 감소, 운영 비용 증가에 따라 우편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비용 절감 등 경영 합리화의 일환”이라고 폐국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지역 노동단체와 마을 주민들은 “국가 공공기관이 국민의 편익과 공공성보다 돈을 앞세우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협재마을회, 금능마을회, 옹포마을회, 월령마을회, 월림마을회, 상명마을회, 명월마을회, 한림읍 이장단협의회 등은 우정청사가 있는 제주시 도남동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재우체국.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제공)
협재우체국 전경.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제공)

 

#“우편 서비스 적자? 우편 예금 사업은 오히려 1조5천억 흑자“

이날 좌성훈 협재리 청년회장은 “협재우체국이 없어지면 동네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많으신데 이분들이 은행 업무를 보려면 버스를 한참 타고 많이 걸어가야 한다. 주민 불편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은 “우체국 폐국 계획은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고 정부가 책임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또 김용국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제주지역본부장은 “우체국 폐국이 적자 때문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우체국 예금 사업은 1조5000억가량 흑자”라며 “우편 서비스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른 택배사에서 배달이 안 되는 도서와 산간까지 우체국이 가기 때문이며 이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입장에선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적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편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예금 업무를 축소하는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정청은 또 우체국 폐국과 관련해 의견서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상세히 밝혀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재우체국.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제공)
마을 주민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등이 지난 7일 협재우체국 폐국 반대 공동의견서와 1200여명의 반대 서명지 등을 우정청에 전달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제공)

#“우체국 만든다고 땅 기부 채납까지 했는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을 주민과 노동단체는 “협재 주민들은 땅을 무상으로 기부 채납하며 마을 우체국을 만들고 마을 기금을 최대한 예치해 우체국을 지키려는 노력까지 했다”며 “우정청은 2000여명 협재마을의 유일한 금융기관이자 월령·금능·옹포 주민까지 5000여명이 이용하는 우체국을 일방적으로 없애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정본부는 우편 적자를 내세우며 전국 우체국 1352곳 중 3년 안에 절반인 677곳을 없앤다고 한다”며 “우체국을 돈으로만 보면 안 된다. 최근 코로나19 마스크 공급과 지난 2018년 라돈 매트리스 수거와 같은 국가 위급 상황 시 우체국이 사회적 안전망 같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피력했다. 

#“우편 적자 해소할 근본적 대책엔 눈감고 손쉬운 방법 택해“

또 “국회 입법 조사처 역시 공무원 감축과 우체국 통폐합 같은 비용절감형 대응은 우편서비스의 보편성과 안전성을 약화시킨다고 표명했다”며 “우편사업 경영수지 적자 보전을 위해 우체국 예금사업의 이익금을 적극 활용과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 국가 및 지자체의 비용 부담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지방우정청은 근본적인 대책에는 눈감고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우체국을 없애는 일방통행식 행정을 중단하고 우체국 폐국 계획을 지금 당장 철회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제주지방우정청장과 공개 면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 7일엔 협재우체국 폐국 계획에 반대하는 한림을 비롯해 협재 인근 마을 주민 1200여명의 서명지와 함께 공동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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