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 남아도는데…화력발전 감축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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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기 남아도는데…화력발전 감축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문제’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9.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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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제주가 명실상부한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불린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실제 육지부의 재생에너지 부하부담률이 평균 4% 정도인 데 반해 제주도는 평균 14.4%에 이르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메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은 수치이다. 이런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이끄는 것은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이하 CFI2030)’이다. 비법정 계획임에도 지역에너지계획을 포함해 제주도의 에너지와 관련된 법정계획의 상을 그리며 이끄는 사실상의 최상위 계획이다. 
 
#설비 확대 계획만 있는 CFI2030
 
CFI2030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 보급에 있다. 제주도의 모든 전력생산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CFI2030은 태양광의 경우 1411메가와트(MW), 풍력발전의 경우 육상 450MW, 해상에 1895MW 등 총 2345MW의 보급한다는 것이 목표다. 전체 4085MW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중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규모는 3756MW로 전체 보급 목표의 92%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풍력과 태양광발전 설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 기준 풍력발전 설비 양은 294.2MW, 태양광은 242MW 등 536.2MW에 이른다. 제주의 화력발전설비가 약 780MW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현재 제주의 재생에너지 부하분담률은 평균 14.4%이지만 2018년 12월 23일에는 일 최대 51.8%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력발전 발전량(34.2%)과 해저송전케이블(HVDC) 수급량(14.0%)을 합한 값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더 높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초과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풍력발전에 대한 출력 제한 즉 강제로 가동을 중단시키는 조치가 급증하는 것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45차례의 출력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이렇게 출력 제한을 하는 이유는 발전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넘치면 주파수와 전압 등 전기품질이 떨어지고 작게는 전자제품의 고장부터 심할 경우 대정전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수급 균형을 반드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력수요보다 많은 전기가 초과 생산될 우려가 있을 때 출력 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문제는 화력발전의 출력을 아예 꺼버리거나 해저송전케이블(HVDC)을 차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풍력발전을 꺼버리는 일이 주로 벌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앞으로는 전력수요가 적은 시기에 태양광발전의 출력제한을 위한 원격제어도 신규 설치되는 1MW 이상 태양광발전소를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하는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하는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화력발전을 줄이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의미 없어  
 

재생가능에너지 100% 자급이라는 제주도의 계획과 달리 왜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강제로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전력수요에 대한 과다예측에 기반한 전력의 공급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제주도의 최대전력은 2017년에 처음으로 950MW를 넘은 이후 큰 증가 없이 올해 극심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982MW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1GW 시대가 곧 열릴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주의 전력생산시설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에 제주도의 전력공급능력은 987MW에서 2017년에 처음으로 1000MW를 넘겼고 2019년에는 1243MW까지 늘어났다. 2019년 최대전력에 도달했을 때 공급예비율은 무려 28.8%였으며 평균 공급예비율은 34%에 달했다. 발전소 10개 중 3개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란 말이다.
 
왜 전력설비 과잉사태가 빚어지게 됐을까?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의 발전설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의 경우 LNG보급에 따라 기존 유류계 발전설비를 LNG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LNG발전소를 추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40MW의 LNG발전설비가 이미 준공되어 운영 중이며, 추가로 160MW의 LNG발전설비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기존의 유류계 발전설비는 기존 중유와 벙커C유 대신 바이오중유로 대체해 발전설비 가동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화력발전만으로 제주도의 최대전력 부하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의 조감도(사진=한국남부발전)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의 조감도. (사진=제주투데이DB)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실제 2019년의 제주도의 태양광설비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풍력이 24MW 정도 증가하는 동안 태양광은 93MW나 증가했다. 2018년 대비 무려 56%나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육지부에서 들어오는 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는 전력초과잉 국면에 들어섰다.
 
결국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를 안정적으로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시켜야만 하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 가장 핵심적인 화력발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책 판단은 부재하다. 즉 화력발전 그중에서도 유류계 화력발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가 진입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는 LNG발전설비 가동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이고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지금까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력발전의 파이를 줄이지 않는 이상 현재의 문제는 그 무엇 하나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제주도는 풍력과 태양광에 기반한 3756MW 공급목표를 위해 내달리기만 하고 있다. 계획의 실현연도인 2030년을 목표로 하다 보니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발전원을 갖추는 사업이니만큼 육상에서나 해상에서나 많은 양의 공간에 에너지 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이는 그 공간을 정주공간으로 또는 경제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가피한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경관에도 다소간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는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경우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낳게 된다.

28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대정읍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 4월 28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대정읍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도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제주도가 제출한 104.5MW규모의 제주 한동·평대 해상풍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심의된다. 

전력과잉 상황에 대한 사업 필요성이나 타당성의 문제를 짚지 않더라도 최근 기후위기 상황에 강력해지는 태풍과 해일에 따른 안전성 문제 등에 뚜렷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도 무리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지 않는 해법을 논의할 때

이런 문제 지적에 항상 등장하는 것이 육지부에 제3연계선(HVDC)을 건설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이제까지는 육지부에서 제주도로 한 방향 송전만 했다면 이제는 양방향 송전설비를 구축해서 남는 전기를 육지부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육지부도 전기가 남아돈다는 마당에 과연 이런 정책이 합리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지적을 의식했는지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로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발전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객이 전도된 정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을 외면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시대 화석연료 감축이라는 대명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류계 발전시설의 점진적 폐쇄 △이에 맞춘 적정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계획 재수립 △남는 전기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저장장치(ESS)의 확대보급 △제1연계선과 2연계선의 전력공급 최소화 등을 달성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제주에너지공사의 현물출자 동의안을 가결하면서 한동·평대 해상풍력 사업이 다시금 탄력 받게 됐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해상풍력 발전. (사진=제주투데이DB)

적어도 유류계 발전설비의 영구적 폐쇄만큼이라도 빨리 달성되어야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의 유효성도 다시금 회복될 수 있다. 화력발전의 현실을 외면하는 현재 상황으로는 어떠한 개선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를 설득하고 그들로 하여금 유류계 발전시설을 폐쇄하도록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제1연계선과 제2연계선의 전력공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보급을 위한 예산과 정책의 지원도 엄연한 정부의 역할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진통은 결국 한국의 에너지전환에 있어 중요한 경험이자 교훈이다. 이제는 제주도나 정부나 현실을 외면하는 형태의 정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여야 한다. 이런 점을 제주도나 정부나 모두 깊이 숙고하고 정책에 반영해주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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