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는 미국 영화다. 1939년 제작됐다. 1936년에 발간된 마가렛 미첼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지금도 세계100대 명화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扮))가 망설이는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리 분(扮))에게 “개가 짖어도 마차는 움직인다(The dog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는 말을 했다.

“이것저것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는 주문이었다.

이 말이 중동·아랍 등지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속담이라거나 페르시아 격언 이라는 설도 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에 유명세를 탔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일부 정치인 사이에서도 사용했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한국어 버전도 여기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같은 말이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흔들리지 않은 소신과 뚝심’을 말하는 긍정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갈 길은 내가 간다”는 독선과 독단의 ‘마이웨이 행보’라는 부정적 해석도 있다.

오늘의 해석은 후자에 가깝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주도의 고위직 인사청문회 무용론 확산도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제주도의회 인사 청문회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별정직(정무) 부지사와 감사위원장을 임명하기 전에 인사 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장 등에 대해서도 의회예규를 통해 인사 청문을 실시한 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인사 청문회 제도는 비대해지고 있는 도지사의 제왕적 권한을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효율적으로 걸러내서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도지사의 인사권 오·남용으로 인한 행정의 비능률과 부정부패, 공무원 줄 세우기 등 부정적 요소를 차단하여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공직 임용 예정자의 자질·능력과 함께 재산 형성과정이나 납세 실적, 병역 사항과 같은 도덕성을 검증함으로써 직무 적합성과 청렴성을 동시에 확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도지사와 의회 간에 어느 정도의 권력 분점이 형성되고 견제와 균형의 작동원리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기능적 인사 청문 제도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해보는 ‘통과의례’나 ‘요식행위’로 끝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인사권자의 독선적 독단적 인사 전횡을 바로 잡거나 제어할 수 있는 의회의 견제기능이 무력화 된 제도적 모순 때문이다.

의회에서 아무리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적격·부적격 결론을 내도 도지사가 이를 무시하여 임명을 강행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도의회의 인사 청문은 허공을 향한 헛발질이거나 헛스윙이 되기 일쑤다. 속담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원희룡지사는 도의회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에서 ‘부적격’ 또는 ‘부적격에 가까운 판단’을 받은 정무부지사 후보자와 제주연구원장 후보자에 대해 거리낌 없이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의회와 정치권, 시민 사회가 반발 하고 있다.

도의회 인사 청문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는 농지법 위반, 재산신고 축소, 변호사법 위반 고발, 증여세 탈루 문제 등이 제기됐고 1차산업 이해도도 부족해 덕목과 자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사실상의 ‘부적격’ 판정이었다.

또 도의회 인사 청문위원회는 이에 앞서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정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지사는 이들의 임명을 강행했다, 도의회에서 무슨 판정을 내리고 무슨 말을 하든 아랑곳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야말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후폭풍이 거세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고 정무부지사를 걸어 ‘농지법과 부동산실명법 등 위반 혐의로 제주지방 경찰청에 고발했다.

김 제주연구원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도의회 문종태의원이 원지사에게 “측근을 챙겨도 능력을 보고 챙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서다. 문의원은 여기서 “인사 청문회 결과 전문성 결여도 문제지만 도덕성에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지사는 그동안도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 등 도의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해 왔다.

도지사가 앞장서 ‘고위직 인사 청문제도’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무늬뿐인 인사 청문회’, ‘빛 좋은 개살구’ 등 조롱기 섞인 ‘인사 청문회 무용론’은 이러한 도지사의 독선적 인사권 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지사가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도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공익(公益) 추구보다는 측근 인사를 통해 향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사욕(私慾)이 개입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제주도 고위직에 대한 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확산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고위직 예정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임용후보자에 대한 도의회의 찬·반 투표 인준 절차 등 청문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도의회에서도 이러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지사와 도의회는 고위직 인사 청문 제도 무용론에 대한 개선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도지사의 독선적 인사권 전횡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장착되어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가파식 인사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없는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다. 차라리 청문회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만도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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