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원희룡 지사의 ‘꽃놀이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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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칼럼] 원희룡 지사의 ‘꽃놀이 패’
  • 김덕남 주필
  • 승인 2020.09.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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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도전과 도정 수행 사이 ‘양다리 정치’의 득(得)과 실(失)

‘꽃놀이 패’는 바둑 용어다. 패싸움에서 한쪽에서는 이기거나 지거나 판세에 큰 지장이 없지만 상대 쪽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패싸움이다.

세상일에서는 ‘어떻게 하든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이라는 상황논리다. 그러나 순간의 수읽기 착오로 역전되는 경우도 많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어릴 때부터 바둑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둑책을 보며 바둑과 친해졌다는 것이다.

2008년 국수(國手) 조훈현 9단과 일곱 점 접바둑으로 바둑 TV 초청 기념 대국의 경험도 있다. 그만큼 아마추어 기력(碁力)으로 치면 수준급이라 할만하다.

그러기에 원 지사는 ‘꽃놀이 패’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원 지사가 정치판에 ‘꽃놀이 패’를 걸었다.

지난 7월1일 민선 7기 도정 2년을 전후해서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시대정신과의 대화, 글로벌 국제 감각으로 무장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제시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2022년 3월 9일 실시 될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출사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후 원 지사는 중앙 정치권을 오가면서, 또는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국적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논평이나 비판을 계속해오고 있다.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광폭행보다.

최근에는 ‘정치판의 싸움 닭’으로 회자되기도 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TV대담에서 한 판 겨루기도 했다.

정치인이 새로운 논쟁의 어젠다를 자꾸 던지는 것은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확산시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사실 정치인에게서 최고의 꿈은 최고 권력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치인의 최고의 꿈은 ‘대통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원 지사의 당찬 정치적 꿈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업신여길 수도 없다.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연을 감안한다면 박수치고 격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꿈 이야기’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의 꿈에서는 ‘죽어야 산다’는 사즉생(死卽生)의 절박감이 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의 치열함도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원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꽃놀이 패’에 빗대어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 지사는 큰일을 앞둬 양손에 떡을 쥐었다. 한손에는 ‘대통령 꿈’이라는 떡이다. 다른 손에는 ‘제주도지사’라는 떡이다.

둘을 한꺼번에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까와도 둘 중 하나는 버리거나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 지사는 두 손을 꼭 쥐고 있다. 하나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나를 버려야 다른 하나를 지킬 수 있다’는 옛 어른 들의 말씀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집착일 뿐이다.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원지사의 꿈’에서 절박하고 치열한 투쟁 의지를 발견 할 수 없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꿈이 일반의 성원을 끌어내는 데 역부족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에 실패한다면 다시 도지사(3선) 선거에 출마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도민들께서 답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인 도민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대권 꿈’이 깨지면 다시 ‘3선 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의지에 관한 문제를 도민과 국민에게 슬쩍 밀어 떠넘겨 버리려는 얄팍하고 비겁한 말장난이다.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여기서 원지사의 ‘양다리 정치 행보’가 전형적인 ‘정치적 꽃놀이 패’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권을 향해 온몸과 마음을 던지는 절박하고 치열한 결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 행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각의 지적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정치 공학적 분석이나 전문가적 시각이 아니다. 그저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의 느끼는 생각인 것이다.

가령 이러한 것이다. 원지사가 대권 도전을 하면서 “당내 대선 경선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도정을 이끌다가 임기를 마치면 다시 도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고 제주도와 국가발전에 헌신 하겠다”는 다짐만 했더라도 그의 진정성과 치열함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대권 도전에 앞서 사소한 정치적 집착을 버리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카리스마적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조언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양다리 걸치기 대권행보로 인한 도정 업무 공백에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제2공항 갈등, 쓰레기 매립장 등 심각한 환경수용능력 감소, 교통문제 등 당장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 쌓이고 있는 데도 ‘대권 놀음’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원 지사는 “대권에 도전한다고 도정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도정 현실을 보는 시각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냉소적이다.

양다리 걸치기의 불확실성 ‘꽃놀이 패 정치’ 도박보다는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도정 수행이 더 값어치 있고 시급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 도정을 이끌고 그 결과 ‘제주도정 성공 신화’가 만들어 지면 그것이 대권 도전의 강력한 임팩트로 작용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이제 양다리 걸치기의 ‘정치적 꽃놀이 패’를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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