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냉장고에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참이슬 소주가 진열돼 있다. 소주병엔 제주를 상징하는 한라산과 돌하르방, 현무암, 동배꽃 디자인이 붙어있다. (사진=독자 제공)
식당 냉장고에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참이슬 소주가 진열돼 있다. 소주병엔 제주를 상징하는 한라산과 돌하르방, 현무암, 동배꽃 디자인이 붙어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도민 A씨는 저녁 자리 모임에 갔다가 식당 냉장고에 진열된 소주들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종합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참이슬 소주병에 한라산과 돌하르방, 현무암, 동백꽃 등 제주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22일 A씨는 제주투데이에 “하이트진로는 제주도와 크게 관련이 없는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제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사용하고 있는 걸 보고 좀 의아했다”고 제보했다. 

최근 주류업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65.3%을 차지한 대기업이다. 2위인 롯데주류(13.2%)와 격차가 50%포인트가 넘는다. 향토기업인 한라산 소주는 0.9%에 그쳤다. 

대기업이 특정 지역의 고유한 이미지를 제품 홍보에 사용한 데 대해 지역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한라산소주 관계자는 “저희 기업은 향토기업으로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외 다양한 분야에서 제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주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는 대기업이 제주의 무형 자산을 무분별하게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제주상공회의소는 도 경제정책과에 ‘제주 상징물을 이용한 부당 홍보행위 방지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제주상공회의소는 “제주의 청정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최근 도외 기업들이 ‘제주’ 또는 제주의 상징물을 자사 제품의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며 “이는 대외 경쟁력에 취약한 제주 향토기업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의 상징물은 제주산이 아닌 제품의 홍보에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관련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책 방안과 관련해 도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부서 관계자들이 도의회 임시회에 참석한 상황이라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서울시와 강원도, 경기도 등은 해당 지역의 상징물을 규정하고 관리하는 조례를 두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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