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차별 없애달라는데…제주 농·축협, 단체교섭 또 ‘전원 불참’
상태바
코로나 차별 없애달라는데…제주 농·축협, 단체교섭 또 ‘전원 불참’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9.24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합, 개별교섭 제안 또는 다른 일정 등 이유로 불참
노조 “단체교섭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
정당·노동단체 “사측의 단체교섭 거부는 매우 심각한 사안“
24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2차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조합장 전원이 또다시 불참하며 무산됐다. (사진=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공)
24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2차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조합장 전원이 또다시 불참하며 무산됐다. (사진=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공)

제주지역 농·축산업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휴가 규정에 비정규직 차별 항목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측에선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본부장 임기환)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조합과 노조 간 단체교섭 자리가 예정됐지만 조합장 측이 전원 불참했다. 지난 21일 있었던 첫 상견례에 조합장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무산된 데 따라 다시 마련한 자리였다. 

#감염병 휴가일수, 계약직은 정규직의 1/6 수준 

노조가 요구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감염병 휴가다. 농·축협은 직원의 건강 관리와 사고 예방 등을 위해 감염병에 걸린 직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명하는 ‘명령휴가’ 규정을 두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계약직원이 감염병에 걸리면 최대 10일 이내 ‘무급’ 휴가가 주어진다. 반면 정규직원의 경우 연 누계 60일 이내 ‘유급’ 휴가가 주어진다. 

감염병에 걸릴 위험은 직급에 관계없이 발생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휴가일수만 보장받고 있다. 

이에 노조는 감염병 휴가 차별 개선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피해자 보호조치 △노조 활동 보장 △비정규직 대상 6일 질병휴가 △후생 기금 지급 등을 담아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 개별교섭 제안 또는 다른 일정 이유로 연이어 불참

도내 농·축협 중 노조가 있는 조합은 모두 12곳. 조합은 ‘공동교섭’이 아닌 ‘개별교섭’을 제안하거나 다른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두 차례의 단체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불참 통보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공동교섭이란 기업별 노동조합 또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단위 지부가 단체교섭을 할 때 상부 단체인 전국 노동조합이 참가해 벌이는 교섭 방식을 말한다. 반면 개별교섭은 단위 지부가 사측과 교섭하는 방식을 뜻한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관계자는 “지역(단위) 농·축협은 개별사업체이기 때문에 공동교섭보다는 개별교섭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있었던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와 제주지역 농축협 간 단체교섭 첫 상견례에 조합장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전국협동동조합노조 제주본부 제공)
지난 21일 있었던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와 제주지역 농축협 간 단체교섭 첫 상견례에 조합장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전국협동동조합노조 제주본부 제공)

#”임금도 아니고 생명 관련 문제에 차별이라니”

이에 노조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단체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기환 본부장은 “지역 농·축협이 독립법인체이기 때문에 각 조합의 경영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임금이나 복리후생 부분은 이번 공동교섭 요구안에 담지도 않았다”며 “노조법상 교섭에 대한 요구 권한은 노동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구안과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 교섭 자리에 와서 함께 논의를 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핑계를 내놓으며 아예 오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따졌다. 

#”단체교섭권은 노동 기본권, 이를 거부하는 건 심각한 문제”

노동단체와 정당 역시 조합 측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해 비판적이다. 단체교섭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은 “노조 측이 요구하는 사안이 사업장 내 경영과 관련된 게 아니라 코로나 상황에서 감염병과 관련한 비정규직 차별 해소 문제”라며 “전반적으로 차별이 존재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강과 관련한 사안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이 공동교섭 자체를 거부한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농·축협이라는 공공성을 띤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후진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적극 교섭에 나와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휴가를 편향되게 주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조합 측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역시 조합장과 조합 측에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이 무산되자 노조 측은 다음 달 6일 다시 교섭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또 추석 연휴 기간 조합 측의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노조원 서명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제주지역 농·축협은 모두 23곳이며 지난해말 기준 직원 수는 3415명, 이중 계약직은 1177명으로 34.5%를 차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