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하다’면 그만인가?”
상태바
[김덕남 칼럼]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하다’면 그만인가?”
  • 김덕남 주필
  • 승인 2020.09.27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이 서해상서 한국 공무원 총살, 태풍 급 후폭풍 일파만파

엽기적이고 극악무도했다. 천인공로 할 만행이었다. 반인륜 적이고 반 문명적인 야만이었다.

지난 22일 저녁,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부표에 의지에 표류하던 비무장 상태의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워 훼손한 북한의 만행이 그러하다.

그 잔학성에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북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제사회 비난도 거세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국민의 처참한 비극적 상황에 대응했던 군(軍)과 청와대,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날카롭다. 일반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폭풍이 거세다.

희생자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승무원인 이모(47)씨다. 21일 어업지도선에서 당직 근무를 수행하던 준 실종됐었다.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 등산곶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이씨를 발견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오후 6시36분에 문재인대통령에게 이를 서면보고 했다.

그로부터 3시간 후인 밤10시30분, 군은 청와대에 ‘북한군이 실종자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웠다’고 첩보 보고했다.

23일 오전 1시~2시30분, 청와대에서는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오전 8시30분에는 국가안보실장·비서실장 등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그러나 실종에서 대통령 대면보고까지의 상황전개 과정에서 보여줬던 군과 청와대, 대통령의 대응태도에 납득할 수 없는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군은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되고 피격 사망 때까지 6시간 동안의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감청 등 첩보 수집 자산 등을 통해서다.

그런데도 군은 절체절명의 여섯 시간 동안 아무 손도 쓰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얼마든지 북쪽에 사인을 보낼 수 있었다.

동원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송환촉구 등 실종 국민의 안전을 위한 다방면의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열중쉬어” 자세나 다름없었다.

이 같은 지적에 고작 하는 말이 “(북한이) 설마 그럴 줄 몰랐다”는 황당한 소리였다. 그야말로 ‘설마가 사람 죽인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관련사실을 보고 받은 청와대나 대통령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절박하고 위중한 상황인데도 구조 지시나 순발력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에 둔감했다.

군의 존재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국토방위의 최 일선 조직이고 최후 보루다. 그 정점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있다. 국민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지를 이들이 모를 리 없다.

이러한 군과 대통령이 적의 총부리 앞에서 우리 국민이 여섯 시간 동안이나 죽음의 해상에서 끌려 다니며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손 놓고 구경만 한 꼴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이씨의 피살 사실을 알고도 10시간 동안이나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계 장관들이 모여 같은 청와대에서 관련회의를 하면서도 그랬다.

대통령에게 일부러 보고를 안했는지, 무엇 때문에 보고를 못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다. 보고를 못했든, 안했든, 그것은 엄청난 직무유기며 탄핵감이다.

그 후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태를 보고 받아 알고 있었을 대통령의 행보도 구설(口舌)에 오르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합참의장·육군과 공군 참모총장 등 6명의 대장 승진 자들로 부터 신고를 받았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땅히 규탄해야 할 북의 만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입에 달고 다니는 ‘평화’만 되뇌었다.

특히 대통령은 24일 엄중하고도 위중한 상황인데도 김포시 공연장에서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거동이다.

또 있다.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특수사령부에서 거행됐던 제72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북 만행’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여기서도 ‘평화’라는 단어만 여섯 차례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25일 ‘북한 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 선전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이날 오전까지 만해도 ‘북한 만행을 규탄’하던 청와대와 정부, 여권고위 관계자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 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전언 적 북 통일 선전부 통지문 내용을 잽싸게 ‘사과의 뜻’으로 각색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공개한 ‘통지문’ 전문을 보면 “김정은이 사과 했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오히려 북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합리화와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러면서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표현들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리 군을 비난했다.

그리고 말미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해를 바란다“고 했다. ”이해를 하라“고 강박하는 어투나 다름없다.

그러니 통지문에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진정으로 미안하게 생각했다면 먼저 희생자나 유족에 진솔하게 사과와 위로를 보내고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어야 했다.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하다’면 그만인가?

북의 ‘통지문’은 남쪽을 혼란시키고 자기들 페이스대로 끌고 가겠다는 위장망이다. 정부와 여권에서 그것을 사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독이 든 사과’를 받아먹는 것과 같다. 언제 그 독이 온몸에 퍼질지 모른다.

그러기에 ‘미안하게 생각 한다’는 북 통일선전부의 전언을 ‘김정은의 사과’로 각색하여 받아들이려는 정부와 여권일각의 자세는 깃털처럼 가볍고 수렁처럼 위험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북통지문에 대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다. 그는 김정은을 “계몽군주 같다”고 칭송했다. 귀를 의심할 망발이다.

정세현 민주 평통 수석부의장도 “통큰 측면이 있다”고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부끄러운 나잇살이다.

김정은은 어떤 인물인가. 고모부를 고사포로 무참하게 처형했다. 이복형까지 독살했다. 패륜적 ‘악의 화신’으로 불러 마땅하다. 이런 자를 “계몽군주”니 “통이 크다”고 받들어 모시는 이들은 어떤 부류인가.

여기에 문대통령도 있다.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냈다. 25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공개했다. 이에 대한 김정은의 답신은 12일에 왔다고 밝혔다.

친서에서 대통령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고모부와 이복형, 표류하던 우리 국민을 무참하게 살해한 인면수심의 악독한 독재자에게 “생명존중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북 ‘통지문‘이 오는 날 묵혀두었던 친서를 공개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북한의 만행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한 꼼수라면 유치하다.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이번 바다에서 총살당해 불태워 버려진 우리 국민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은 철저하게, 그리고 엄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는 국회 국정감사, 또는 국회 국정조사는 물론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명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