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1차산업, 그중에서도 농업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 코로나19 창궐 등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주 농업 생태계에도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에 주목을 받는 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친환경농업이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와 (영)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연합사업단은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의 현주소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동 기획 보도에 나선다. <편집자주>

지난 여름 제주를 찾은 장마는 무려 49일동안 이어졌다. 기상관측사상 가장 길었던 장마다. 지난달 말에는 제8호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이달 초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매우 강’ 강도 태풍 3개가 제주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이 태풍들은 기록적인 강풍과 함께 폭우를 쏟아냈다.

장마와 태풍을 보내며 제주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날씨를 겪었다.

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역시 농업이다. 특히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독 높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의 전체 산업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9%다. 전국평균이 1.9%인 점을 고려할 때 제주에서의 1차 산업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높다. 1차산업에서 농업은 42.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제주에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장마와 태풍 등이 지나갈 때마다 즉각 피해 조사에 나서 피해 현황을 공개했고 피해복구 지원 등에서도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날씨에 따른 농가 피해 문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가뭄이 제주를 덮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었다. 가뭄과 폭우 등 예측하기 힘든 날씨가 번갈아 나타나는 꼴이다.

지난 28일 열린 제주친환경농업협회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날씨의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농작물 재해와 병해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태풍 피해로 침수된 제주지역 한 월동채소 재배지.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태풍 피해로 침수된 제주지역 한 월동채소 재배지.

실제로 이번 장마를 거치면서 감귤과 월동채소 등에서 각종 궤양병과 잿빛곰팡이병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 역시 제주 농업의 생태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의 대표 작물인 감귤만 봐도 재배 남방한계선이 점차 북쪽으로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7월28일 내놓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전남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온주밀감의 재배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나아가 2060년대에는 강원도까지 재배 가능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제주는 점차 감귤재배 불모지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90년대 들어 제주산간을 제외하고는 감귤을 재배할 수 있는 기상여건이 조성이 안돼 사실상 제주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제주에서 재배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작물도 등장할 것 같다. 이미 망고 등의 열대작물 재배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고, 제주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했던 올리브 등의 재배도 시도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역시 기후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이런 기류에 친환경농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농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친환경농업의 경우는 재배 특성상 수확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

친환경 농가는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내 2204가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 전체 농가 3만5780가구와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치다. 하지만 도내 학교급식이 친환경농가의 농산물을 취급하는 등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이수영(42)씨는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더욱 급속히 이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이에 적응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고원상 제이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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