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봉/ 제주특별자치도 자원봉사협의회장

세계가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가 바랐던 글로벌 세상이 얼마나 위태로움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평소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일상이 요즘처럼 그리워지는 것도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또는 기력이 쇠하여 움직임이 원만하지 못해 삶에 지쳐가는 분들이 주변에는 너무 많아졌다.

내가 노인대학장으로 있는 제주시노인회에서는 평소 같으면 100여 분의 차상위 계층 노인들을 위해 매일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지금은 집단식사가 안되니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묶어서 간편식으로 드리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그분들은 노인회 현장에서 받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나눔과 봉사가 더욱 빛을 발하는 시기이다. 우리 제주사회에는 예부터 수눌음 정신이 있다. 그것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 정신이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봉사단체가 2300여 개가 되고 여기에 관여하는 봉사자 수만도 18만 여명에 달한다. 제주도 인구의 26%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기에 더불어 사는 제주사회가 더욱 아름다워져 간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권력과 돈 또는 명예를 떠나 남을 돕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최고의 가치이다. 심리학자 메슬로의 욕구 5단계 설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욕구가 바로 자아실현이다. 물론 이것은 생존과 안전, 소속과 존경 다음의 단계이다. 자아실현 중의 백미는 봉사이다.

가끔 우리는 누구누구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깊이 들여다보면 개인적으로 성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 중 어떤 사람은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삶을 살아온 경우를 볼 수 있다. 내 자신을 위해 한 일은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함께 매몰되지만, 남을 위해 한 일은 내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유산으로 남는다. 그 덕에 사회는 훈훈해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 다들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 모두 모다들엉 춥고 어둡고 그늘진 곳이 없도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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