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방 첩약의 의료보험 급여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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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방 첩약의 의료보험 급여화에 대해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10.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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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온 국민들의 신경이 곤두선 틈을 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에 한방첩약을 의료보험에 포함하자는 안이 있어 의료계의 분노를 촉발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효과가 별로인 것으로 판명된 난임에 대한 한방치료로 귀중한 세금을 허비한 다음이라 더욱 그랬다.

한방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현대의료로 치료가 잘 안 되는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약효가 있다는 물질이 새로 발견되면, 이 물질이 과연 약효가 있는가 하는 것을 이중맹검법(二重盲撿法)으로 확인을 한다. 이것은 시험을 하려는 약과 가짜약을, 주는 사람이나 약을 받는 사람이나 모르도록 투여하여 그 결과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약에는 위약(僞藥. placebo)효과라는 것이 있어서,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을 주더라도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험약이 80%의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나타내고, 위약이 30%의 효과를 나타내었다고 하면, ‘이 약은 50%에서 효과가 있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클수록 약효가 크다고 하며 실제 임상에서 쓰인다. 시험약의 효과가 위약과 별 차이가 없으면 설령 30%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하드라도 약으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한약은 대부분 이런 이중맹검법으로 확인을 하지 않고 그저 ‘어디어디에 효과가 있다.’ 하는 식으로 얼버무려 넘어간다. 즉 진짜 약효에 의해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위약 효과 때문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 의료에서 한약에서 효과가 있는 성분들은 대부분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약으로 쓰고 있다.

하기야 한방의료가 현대의료와 달리 해부학이나 생리학, 또는 약리학의 기초 위에 확립된 의학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경험에 의해 정립되어 왔기 때문에 현대의학의 진단명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진단명이 같아야 이중맹검법에 의한 약효를 조사할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임을 한약으로 치료하는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 발표를 보면, 현대의료에서 난임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시행한 이중맹검법에서 위약을 투여한 경우와 비슷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자연임신 되는 확률과 엇비슷하여 현대의료의 개념으로 하면 효과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한방첩약을 보험급여에 포함하자고 하면서 이런 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하는 것은 국민을 모르모트로 하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된 많은 치료약들이 돈이 없다고 의료보험에서 비보험으로 치료받고 있는 실정이다. 암에 대한 신약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마씨 기름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이라는 약물은 난치성뇌전증(간질)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이 되었지만 아직 보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뇌전증은 초기에 치료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삶을 좌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돈이 없다고 외면하면서, 효과가 증명되지 않는 한방첩약에 5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입하겠다는 정책을 펴는 것이 과연 온당하며 모른 척 지나가야 할 사항인가!

더구나 코로나 19 사태로 온 국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때를 틈타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맞서는 의사들에게 고작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말 정신이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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