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준 제주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 책임연구원
강영준 제주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 책임연구원

코로나19로 비대면(非對面),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딱 1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비대면, 언택트라는 단어는 사용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빅데이터(Big-data),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에 대한 용어들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비대면, 언택트는 이러한 신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인 것이다. 연구개발 단계는 크게 기초연구-응용연구-개발의 나뉘는데, 비유를 하자면, AI, 빅데이터가 기초연구라면 비대면, 언택트는 응용연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관광산업이 지역의 주력산업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언택트, 비대면 사회로 이행은 제주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민의 카드 이용금액은 2월부터 4월까지 다소 감소하였으나, 전년과 비교할 때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내수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꾸준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제주지역 전체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대비 17.6% 수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언택트라는 단어는 미래산업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에게 아직도 친숙하지 않다. 왜 일까? 구체적인 활용사례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키오스크(Kiosk), 모바일 체크인(Mobile Check-in), 무인텔, 무인카페 등은 이전에도 비용절감을 위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사례들이다. 코로나19 이후에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사례는 아마도 화상회의일 것이다.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을 갖은 천수관음(千手觀音)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시티(Smart-city) 역시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아직은 비대면, 언택트라는 용어가 실생활에 와 닿을 만큼 많은 기술과 상품이 개발된 단계는 아니다. 즉, 아직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남은 응용연구 단계인 것이다. 

비대면, 언택트 기술이 본격적인 개발단계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용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응용연구를 활발히 하려면, 기초연구를 착실히 수행해야 한다. 당연한 이치이다. 비대면, 언택트 기술의 기초는 무엇인가? 빅데이터이다. 초연결사회의 가장 밑바닥에는 언제나 빅데이터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빅데이터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빅데이터는 정부나 대기업에서 활용하는 수평선 너머의 파랑새인가? 내 고향 제주에서 만큼은 감히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제주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빅데이터센터(Big data centre)가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 JTP 빌딩에 위치한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제주 빅데이터플랫폼(Big data platform)의 데이터를 열람 및 분석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문가로 구성된 빅데이터팀을 구성하여 지역 빅데이터플랫폼을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구축하였다. 정부가 각 분야의 빅데이터플랫폼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인데, 제주 빅데이터플랫폼은 이보다 2년 앞선 2016년에 이미 기틀을 잡았다. 제주 빅데이터센터는 2019년 7월에 개관하였다. 

제주 빅데이터센터에는 유동인구, 신용카드, 기상, 교통과 같은 대표적인 빅데이터와 버스, 와이파이(Wifi)와 같은 제주가 직접 생산하는 빅데이터 외에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재미있는 빅데이터들도 있다. 내 집 주변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중에서 어느 수거함이 배출량이 많은지, 사람들이 한 번에 버리는 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 매우 흥미롭다. 물론 개인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기상, 교통, 버스, 와이파이와 같은 빅데이터는 반출이 가능하고, 이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 수 있다. 그 결과에는 당연히 언택트, 비대면 활용사례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제주 빅데이터센터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도민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언택트, 비대면 사회로의 이행과정을 보면 더 많은 도민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제주 빅데이터센터는 홍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영업비밀인 지질정보를 공개하고, 콘테스트를 통해 금맥을 발견한 캐나다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의 사례를 돌아보자. 끊임없이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전문가 몇 명이 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눈을 통하여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그만큼의 활용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혁신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도의 회수가 중요하다. 많은 시도를 하고, 그 중에서 상황에 잘 맞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따라서 빅데이터의 이용을 전 도민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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