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열린 관덕정 야간행사의 모습@사진출처 제주목관아 홈페이지
관덕정 야간 개장.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제주목관아. ‘도심의 섬’으로 불린 지 오래지만 행정에선 활성화를 위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관덕정을 비롯한 목관아 일대를 개방해 시민공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의회 청원과 토론회 개최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관리하는 제주도가 내놓은 방안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15일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대표 고봉수)는 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제주목관아 시민공원으로 개방 촉구’ 청원에 대한 회신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협의체는 △개방형 시민공원 조성 △야간개장을 통한 원도심 야간 명소 조성 △박제화된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활용 방안 모색 △제주문화의 명소 조성 등을 도의회에 청원했다. 

이에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지난 제387회 임시회 3차 회의에서 “제주목 관아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국가지정 문화재임에 따라 활성화를 위해선 제주도와 문화재청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제주도지사에게 청원을 이송했다. 

도 세계유산본부가 답한 검토의견은 “문화재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유관기관과 협의해 활용 방안을 발굴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채워졌다. 구체적인 방안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야간경관조명 시설비 5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절충하겠다”는 의견이 유일하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에 회신한 내용. (사진=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제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에 회신한 내용. (사진=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제공)

고봉수 시민협의체 대표는 “제도적인 문제나 문화재청 등과 협의가 부담스럽다면 시민공원 개방 등을 장기적인 계획으로 가져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개선부터 보여줬으면 한다”며  “사소한 시도라도 보이면 우리 시민들은 기다릴 수 있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니 맥이 빠진다”고 답답해했다. 

또 “행정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며 “예를 들어 관덕정을 둘러싼 담장이 문화재로 지정됐기 때문에 허물기 어렵다면서도 정작 주변에 안내판이나 클린하우스, 현수막을 설치해서 잘 보이지 않게 해놨다”고 따졌다. 

지난달 28일 시민들의 요구로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삼도1·2동)과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한림읍) 의원이 공동 개최한 ‘제주목 관아 활용 운영 방안 제도 개선 토론회’에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다른 지역의 문화재가 접근성을 높여 공원으로 운영되는 사례(원주 강원감영공원·대구 경상감영공원·서울 효창·탑골공원·충주 관아공원)와 상시 야간개장, 무료 입장 등이 언급됐다. 

2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목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목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문화재 시설이 시민공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참여와 지방정부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창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담당관은 “‘통제’에서 ‘개방’이라는 흐름을 유독 제주목 관아가 타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운영방식에 공무원적인 시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나 법적인 문제와 다른 기관과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니 쉽게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지방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대근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충분히 검토해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로부터 2주 뒤 회신한 검토 의견에선 이전과 다른 ‘충분히 검토’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보물 322호로 지정된 제주 관덕정과 사적 380호 제주목 관아 일대는 탐라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공간이다. 지난 1993년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을 거쳐 직영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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