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5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아직 남아있는 (제주) 난개발 우려에 오늘로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25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과 그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청정제주 송악선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단 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선언엔 말 그대로 ‘선언’만 존재할 뿐 ‘마침표를 찍을’ 구체적인 정책이나 계획이 담기지 않아 헛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난개발과 관련한 중대한 발표가 있다는 소식에 이날 오전 일찍부터 기자회견 장소 인근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와 시민들로 구성된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이 기대를 갖고 모였다. 

하지만 원 지사의 “오늘 이 자리는 오래 끌어온 제주도민들의 우려와 오해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한 자리”라는 말과 달리 이날 기자회견을 들은 도민들에겐 오히려 더 많은 우려가 쌓인 모양새다.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가 들어오고 있고 왼편에서 송악산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가 들어오고 있고 왼편에서 송악산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한 주민은 질의응답 순서에서 “오늘 선언문을 들어보니 이곳의 아픔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고 원 지사가 본인 치적 얘기만 하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이곳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전 대통령도 약속을 안 지키는데 어떻게 믿느냐”고 호소했다. 

#“송악산 개발 중단이 제주 난개발 면죄부 돼선 안 돼”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와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성명서를 내고 “오늘 원 지사의 발언이 송악산 개발의 종지부를 찍고 제주의 미래가 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유원지 지정을 해제하고 송악산 일대를 공유지화해야 하며 세계자연유산 등재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까지 반대 대책위는 꾸준히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함께 얘기하자고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원희룡 도지사는 응하지 않았다”며 “만일 원희룡 도지사가 진심으로 송악산 개발을 막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추진된 개발사업들로 상처받고 갈라진 지역 주민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먼저 해야한다”고 규탄했다. 

또 “원 지사가 진정 난개발을 막겠다는 생각이면 지금까지의 막무가내식 독단적 도정 행태를 반성하고 송악산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난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도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성산 일대에선 초대형 파괴사업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해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으며 대명동물테마파크,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해상풍력사업 등 열거하기도 힘든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은 갈등하고 반목하고 신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개발 중단 선언은 소통보다는 일방적 통보에 불과하다”며 “더이상 밀어붙이지 말고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제주의 신음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선착장 인근에서 김정임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공)
25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선착장 인근에서 김정임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상임대표가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제공)

#“지금까지 반복해온 원론적인 말뿐”

이날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위원회 측에서도 ‘청정제주 송악선언’에 대해 “지금까지 반복해온 원론적인 말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대위 한 주민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라며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재평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감사 자리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이은주 의원이 재평가를 요구하자 원 지사는 절차에 따르면 재평가 대상이 아니라 변경협의 대상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해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도지사의 권한으로 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공항은 빠져있고, 비자림로는 그대로 진행?

제주지역 대표적인 갈등 현안이자 최대 난개발 사업이라는 제2공항과 관련한 내용은 일체 빠져있다. 이를 묻자 원 지사는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회 간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내용과 방법, 절차에 관한 내용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토부, 제주도, 제주도의회 사이에서 진행돼 나갈 것이기 때문에 오늘 환경 보전이라는 선언 선상엔 담지 않았다. 별도로 저희가 보호 방안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으로 2년 동안 세 차례나 공사가 중지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의 경우 “법정보호종 보호와 환경저감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며 그대로 진행할 방침을 내비쳤다. 

#“소송 여지 있어 최종 결정과 구체적 계획 발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 지사는 “오늘은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고 그와 관련한 도민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선 하나하나의 사업에 대해 최종 결정을 발표할 수 없는 것은 도지사의 답변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유추하고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본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늘 선언과 상응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원 지사가 취임 이후 환경 보전과 관련해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그 이후에도 개발사업이 추진됐다. 오늘 선언을 어떻게 담보해나가겠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동물테마파크와 오라관광단지, 송악산 뉴오션타운, 부영호텔 등은 제가 취임하기 전 이미 절차가 시작됐거나 허가가 시작된 사업들이었다”며 “오늘 이 선언을 통해 명확히 도민들에게 원칙을 천명하고 적법적인 절차에 따라 도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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