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공원에서 만난 고정자 제주시농협고향주부모임 회장.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8일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공원에서 만난 고정자 제주시농협고향주부모임 회장. (사진=조수진 기자)

“내가 이런 것도 했네요.”

지난 28일 오전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 공원에서 만난 고정자 제주시농협고향주부모임 회장(66)은 SNS에 게시된 봉사활동 사진들을 보며 새삼스레 놀랬다. 사진 속엔 김장·반찬 나누기, 해양쓰레기 줍기, 마늘 캐기, 귤 따기, 마스크 포장하기, 복지시설 청소 등을 하는 고 회장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본인이 모두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고 회장의 자원봉사 경력은 40년이 넘었다. 처음엔 공직자인 남편 직장을 통해 만난 주부들끼리 다니는 봉사활동에 함께하는 정도로 시작했다. 그러다 1988년 제주시 사라봉에서 열린 만덕제에서 봉행을 돕는 제관으로 참여했다가 김만덕상을 수상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지난 1988년 만덕제관으로 참여했던 고정자 회장 모습. (사진=고정자 회장 제공)
지난 1988년 만덕제관으로 참여했던 고정자 회장 모습. (사진=고정자 회장 제공)

고 회장은 “그때는 봉사하는 사람도 잘 없던 시기였다”며 “대가 없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분들을 보니 정말 멋졌다. 나도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통해 노인시설을 찾아 급식 봉사와 경로잔치 추진을 주로 했다.

또 결혼 이주여성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부턴 한 달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해 반찬을 가져다주고 낯선 타지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다. 

고 회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홀몸 어르신에게 수의를 전달했던 때다. 연고가 없거나 가족과 연락을 끊긴 어르신 중 1년에 한 분을 선정해서 수의를 지어드렸다. 자금은 동네에서 헌 옷을 모아 마련했다. 장애인 부부, 혼자 사는 할머니, 손자와 단둘이 살던 할머니 등 총 세 분께 선물했다. 

“명주로 만드니까 옷이 비싸서 형편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에겐 수의를 마련하는 게 로망이에요. 마음이 굉장히 든든해진다고 해요. 수의를 드리니까 다들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하셨어요. 어떤 분은 ‘누구도 안 해주는데, 이제 죽어도 마음이 편하겠구나’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니 우리가 더 행복했죠.”

장애인 미술 치료 프로그램 봉사활동을 한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찍고 있다. (사진=고정자 회장 제공)
고정자 제주시농협고향주부모임 회장(가운데)이 장애인 미술 치료 프로그램 봉사활동을 한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찍고 있다. (사진=고정자 회장 제공)

“봉사는 삶의 활력소”라는 그에게도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 바로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고 회장은 “비대면 방침 때문에 봉사활동이 많이 줄었는데 시설에 계신 분들이 무료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최근 오랜만에 찾았을 때 우리를 보고 정말 행복해했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봉사’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묻자 고 회장은 “관심”이라고 답했다. 그는 “봉사라는 게 막 거창한 게 아니다. 주위에서 찾으면 된다”며 “동네 노인정에 가서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고 말벗하는 것도 멋진 봉사”라고 권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