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사정이 몹시 어수선하다. 뭔가 터질 것 같은 팽팽한 분위기다. ‘인류의 재앙’으로 기록될 ‘코로나 19’ 창궐로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세력과 정치권력에 대한 일반의 분노는 인내의 한계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정치권력의 무능과 오만과 독선, 무책임한 정책추진, 국민갈라치기로 분열을 조장하는 정권에 대한 민초들의 불만과 불평은 언제 터질지 모를 풍선처럼 아슬아슬하다.

바닥 민심은 여야 정치권에 실망한지 오래다. 이미 기대를 저버렸다. 그래서 피를 토하고 뇌수를 쏟아내는 심정으로 정권을 향해 처절하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풍자와 패러디를 통한 목소리는 살 떨리도록 차갑고 날카롭고 절절했다. 집권세력에게는 예리하고 뼈아픈 비수가 될 수 있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필명을 가진 30대의 청원 글은 그중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과거 상소문을 패러디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던 것이었다.

“진인 조은산이 시무(時務)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로 시작되는 글이었다.

‘시무 7조’에서는 세금·부동산·안보·인사·외교·헌법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치부(恥部)와 실책 등을 낱낱이 적시하며 비판했다.

“간신이 쥐떼처럼 창궐하여 역병과도 같으니 정책은 난무하나 결과는 전무하여 허망하고 실(實)은 하나이나 설(說)은 다분하니 민심은 사분오열인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긴다”고 격렬하게 일갈했다.

1970년,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을 매국노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빗대어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와 비리를 해학적으로 풍자했던 김지하 시인의 담시(譚詩), ‘오적(五賊)이 떠올랐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압제와 탐욕과 부정부패와 비리를 겨냥했던 것이었다. 숨죽였던 민초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한방에 날려버렸던 카타르시스였다.

‘오적’ 필화사건 이후 김시인은 온갖 고초와 고통을 겪었었지만 그의 시정신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독재저항의 상징으로 오롯하게 살아있다.

앞서 예로 든 ‘시무 7조’도 지금 정치권을 포함한 권력 깊숙하게 기생하고 있는 ‘오적’같은 기생충들이 우굴 거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월은 가도 권력의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는 계속 진화하며 새롭게 몸피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시무 7조’가 전국적 화제로 회자되고 있을 즈음,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밝힌 이도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 만인소‘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었다.

역시 권력의 부당함과 무도함을 꼬집어 시대를 풍자하는 패러디였다.

‘시무7조’ 내용을 하나하나 비판하는 듯 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과 여권 인사들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을 가하는 역설적 상소문이었다.

풍자와 패러디는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고 권력을 가진 자나 집단에게 항거할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방식이자 저항의 몸짓이다.

의회나 사법·사직 당국, 사회적 공기인 언론 등 공적 기능이 권력을 비판하거나 감시·견제 하지 못하고 되레 권력의 하수인이나 충견이 돼버린 사회에서 민중들이 내지를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의 목소리가 풍자와 패러디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률 회계사, 민변에서 활동했던 권경애 변호사, 기생충 학자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우 과학전문기자 등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내놓은 대담집,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민주주의는 어떻게 끝 장 나는가’에서도 정치풍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무너진 정의, 사라진 공정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국이 어렵고 어지러울 때일수록, 불의한 권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질수록, 민중에 의한 시니컬한 풍자와 세태를 비트는 패러디가 가시처럼 돋아나는 것이다. 온갖 유언비어도 난무하게 된다.

권력자나 집권세력은 이를 ‘가짜 뉴스’로 매도하고 비껴가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작금에 봇물을 이루고 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나 패러디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 여권의 일방통행 식 의회 운영, 경제와 부동산 정책 등 각종 정책 실패, 조국사태, 윤미향, 오거돈, 박원순 등 여권인사들의 추문과 이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 펀드 사기사건에서 옥살이하는 사기꾼에 조종당하는 듯 한 법치운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소불위 검찰권 장악과 윤석열 죽이기 등 일련의 파행적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결과인 것이다.

특히 최근 추미애 장관의 검사인사, 검사지휘, 감찰권 남발에 따른 일선 검사들의 저항은 검찰개혁의 실패‘로 읽혀질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 내부 망에 올라온 검사들의 추장관 비판 릴레이는 검란(檢亂)수준이다.

전체검사의 10%가 훨씬 넘는 평검사들이 독선과 오만으로 무장한 추장관의 무도한 행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추장관이 입에 달고 다니는 검찰개혁을 위한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가 ‘민주적 독제’ 또는 ‘민주적 압제’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일 수밖에 없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

‘일단 멈춤’의 빨강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는 권력 폭주가 계속되면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 대형 사고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의 폭주가 무섭고 불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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