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도화선이 됐던 3·1발포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일대. 하지만 이를 기록한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4·3의 도화선이 됐던 3·1발포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일대. 하지만 이를 기록한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4·3 당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유적지에 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6일 다크투어(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는 여행) 유적지 100곳에 대한 안내판 조사보고서 ‘다시 쓰는 제주 100년의 역사’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7월부터 3개월에 걸쳐 일제강점기(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주의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거나 관련된 도내 유적지 100곳을 선정해 안내판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유적지 100곳 중 28곳엔 안내판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3의 도화선이 된 3·1발포사건이 일어난 현장인 관덕정 안내판엔 조선시대 건축 사실만 기록하고 있다. 또 4·3 당시 대표적인 학살터인 제주국제공항에도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에 유해 발굴 당시 만든 표석을 제외하곤 안내판이 없다. 

역사적 사실 설명이 부족하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도 발견됐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유적인 알뜨르비행장은 지난 1931년 건설됐으나 안내판에는 “1926년부터 10년 동안 건설됐다”고 쓰여있다. 

또 일부 안내판에는 국가 보고서인 ‘제주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사용하는 ‘무장대’라는 용어 대신 ‘폭도’라는 단어를 사용되기도 했다. 

이밖에 오탈자와 번역 오류, 안내판 훼손, 부적절한 위치(유적지와 떨어져 있거나 관광약자 접근성이 떨어진 경우), 인권·젠더·평화 감수성 부재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제주다크투어는 유적지와 유적지 안내판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안내판 문안과 입지 선정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자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찾아가는 길, 역사적 사건 등을 담은 유적지 정보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각도로 알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보고서는 행정안전부와 제주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지원하는 ‘제주생활탐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보고서 전문은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www.jejudarktours.org)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제주다크투어 제공)
(사진=제주다크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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