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부터 묘하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 신당이라는 개념이 낯선 이들에겐 ’당신‘이 2인칭 대명사 ’you’로 읽혔을 테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서였을까. 책 표지에 ‘제주에서 만난, 당(堂·신을 모셔두는 집)과 신(神)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쓰여있다. 

제주신화산책 동갑내기 친구 작가 홍죽희와 여연. (사진=김일영 작가)
제주신화산책 동갑내기 친구 작가 홍죽희와 여연. (사진=김일영 작가)

이 책은 두 동갑내기 친구가 가벼운 배낭 하나씩 메고 제주 섬 곳곳에 자리 잡은 신들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한 친구는 바다에서 길어올린 돌, 즉 미륵신을, 또다른 친구는 한라산에서 내려온 산신들, 하로산또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이가 같고 둘 모두 30년이 넘는 교사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같은 독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통점이 많은 듯한 두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결은, 재밌게도 마치 하늘과 바다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신병이 나면 반드시 굿과 같은 의식을 거행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꽃다운 20대의 ‘순실 언니’가 숙명적으로 심방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나에겐 그런 사연이 애달프고 슬퍼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39쪽, 아들에 대한 간절한 소망 중에서(홍죽희)

제주 4·3 수몰 희생자를 위해 해원상생굿을 집전하는 서순실심방, 현재 제주큰굿보전회 회장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제주 4·3 수몰 희생자를 위해 해원상생굿을 집전하는 서순실심방, 현재 제주큰굿보전회 회장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낮은 음성으로 읊조리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작가 홍죽희의 ‘1부 제주의 돌에서 신성을 느끼다’. 그의 글에선 인간의 ‘간절한 마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묻어있다. 자신이 원치 않던 운명에서 결국 벗어날 수 없었던 심방(무당), 아픈 아이를 낫게 해달라 애달프도록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겨우 목숨줄을 ‘부여잡는‘ 해녀와 어부. 이들이 가졌던 그 마음에 닿기 위해 자신의 기억들을 꺼낸다. 

신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처첩 간의 갈등은 제주의 관습과 현실을 반영하는 모티프이다. 신화를 읽다 보면 남신들이 고기를 먹었느니 말았느니 하면서 부인을 소박하고 첩을 얻곤 한다. 아무리 신화라 할지라도 유쾌하지 않은 전개다. 주변에서 익히 보아온 풍경이기에 이야기 속에 배어 있는 여인들의 좌절과 아픔에 무심할 수 없는 것이다.-254쪽, 바람을 제대로 피운 산신 바람웃도 중에서 (여연)

바람웃도가 쏜 화살이 떨어졌다는 서귀동 앞바다 문섬. (사진=김일영 작가)
바람웃도가 쏜 화살이 떨어졌다는 서귀동 앞바다 문섬. (사진=김일영 작가)

새가 재잘거리듯 경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여연의 ‘2부 한라산의 신들’. 어린시절 할머니를 조르며 듣던 “옛날옛적에~”로 시작하는 동화가, 셰에라자드가 천 일 동안 들려주는 설화가 그렇듯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든 이야기의 행간에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주의 문화, 그중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른 남성-여성, 부모-자식 등 인간관계가 고스란히 읽힌다는 점은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같은 듯 전혀 다른 두 작가를 만나 책과 신, 당,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연=여/ 홍죽희=홍)

-두 친구가 함께 동행하며 각자의 글을 한 책으로 묶어낸 시도가 색다르다. 계기는.

(여)제주신화 체험 기행을 하는 ‘제주신화연구소’에 속해있다. 그곳에서 수년 전부터 신당 답사를 다녔다. 몇 년을 다니다 보니 제주 신화를 (기존의)마을별이 아닌 테마별로 묶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신과 미륵신으로 나눠서 신들이 제주에 들어오고 대접을 받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작가 홍죽희)에게 먼저 제안했다. 동기동창이기도 하고 인연이 깊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독서모임을 같이 하며 인문학적 소양과 글쓰기 열정이 있다는 걸 간파했다. (웃음) 내 제안이 그르지 않았다는 걸 이번 책이 증명해줬다. 

(홍)제주 신화에 대한 관심은 굿에서 시작했다. 대학 시절 극단 수눌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굿에 관심을 가졌다. 마당풀이나 좀녀풀이 같은 마당극은 제주 굿으로 전개되는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주 굿은 서사나 내용 측면에서 보물 같은 존재라고 느꼈다. 제주신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신당 답사에 참여한 지는 수년 됐다. 하지만 교직에 있다보니 간헐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퇴직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꾸준히 신당 답사를 가게 됐다. 본격적으로 같이 시작하게 돼서 기뻤다.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작가 홍죽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작가 홍죽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굿과 신화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여)처음엔 굿을 잘 모르고 잘 접하지 못했다. <제주큰굿 연구>(문무병, 황금알 펴냄)를 두 세 번 읽으며 감명 있게 읽었다. 구절구절 감동하며 읽었는데 책을 닫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직접 보고 겪지 않아서다. 문무병 학자는 굿의 대본 역할을 하는 게 본풀이고 신화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굿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촌에서 신굿을 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놀랐다. 삼공본풀이였는데 신굿을 연극으로 풀어내더라. 연극에선 무대라는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나. 굿에서 눈에 보이는 곳이 모두 무대다. 대문 밖에서부터 마당 안까지 전부 무대가 된다. 연극 장면처럼 펼쳐지는 걸 보고 ‘굿이 이런 거였나?’하면서 깜짝 놀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보는 굿은 지금 우리가 보는 뮤지컬과 같지 않을까. 신화 내용을 연극으로 보여준다. 본풀이를 하고 신을 맞이한 다음에 그걸 또 놀이로 푸는 구조를 가진다. 굿은 종합예술이다. 

(홍)본풀이는 신의 내력을 푼다는 거다. 굿은 본풀이와 놀이가 전부 하나로 합쳐진 복합적인 양식이다. 굿을 할 때 갖는 현장 분위기, 연물 장단에 누구나 매료되기 쉽다. 잘 들리지 않거나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옆에 있는 학자나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22일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 영등굿이 열렸다. 김영철 이수자가 요왕맞이를 시작하고 있다. @변상희 기자
지난 2016년 3월 22일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 영등굿이 열렸다. 김영철 이수자가 요왕맞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책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여)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제주신화 스토리텔링이다. 이번 책에선 각 마을에 있는 신당의 본풀이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신경을 썼다. 송당처럼 당굿이나 본풀이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 어떤 마을은 신화가 파괴되고 있고 당굿을 맡아서 하는 심방도 사라져간다. 신화 내용이 많이 유실돼서 이름만 남은 신당도 많다. 서사랄 것도 없는 아주 짤막한 당 신화는 기호(記號)와 같아서 많은 걸 풀어낼 수 있다. 그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풀어내서 엮어나갔다. 한라산신에서부터 도교 신선을 닮은 신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에서 사회와 제주인 삶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또 산신은 남신이기 때문에 항상 여신이 결부돼 있다. 쫓겨났던 남성이 나중엔 오히려 여성을 쫓아내는 그런 변화 속에서 여성이 겪는 삶의 변화, 사회적 지위를 같이 짚어내고자 했다.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작가 여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작가 여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홍)가족이 많아서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2~3년을 컸다. 외할머니는 늘 “나 당에 갔다오켜”라는 말을 했다. 외할머니 같은 경우 자신의 가슴 속 응어리진 한과 울분, 남에게 말 못할 사연을 풀어낼 길이 없었던 거 같다. 당이란 곳은 하소연하고 응어리진 한을 풀어낼 공간이 아니었겠나. 또 내가 아프거나 놀라는 일이 있으면 병원에 안 가고 할머니는 삼신할망을 찾아 넋두리(무당이 죽은 사람의 말을 대신하는 말)와 푸닥거리(치료를 위한 굿)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신당 기행 갈 때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윗세대까지도.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답사하듯 길을 떠났다. 1부 이야기는 제주의 돌이 어떻게 제주 사람과 인연을 맺었는지를 다뤘다. 미륵불엔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담겼다. 희망의 불씨 같은 존재다. 커다란 깨달음이나 득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제주인들이 미륵돌을 수호신으로 삼으면서 가난한 삶의 애환을 달래고 척박한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화북 윤동지 영감당 미륵신에게 예를 갖추며 이곳이 건재하기를 기원했다. (사진=김일영 작가)
화북 윤동지 영감당 미륵신에게 예를 갖추며 이곳이 건재하기를 기원했다. (사진=김일영 작가)

-신화는 결국 과거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아닌가. 옛날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와, 또 미래 세대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여)제주 신화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신화는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다. 스토리텔링의 샘물이다. 글 쓰고 예술하는 사람들이 신화를 공부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같다. 영화와 웹툰으로 제작된 <신과 함께>는 제주 신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휘황찬란한 요즘 이야기에 비하면 소박하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 그걸 뽑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주 신화를 테마별로 쓴 것은 처음 있는 시도다. 그 일을 우리가 해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삶을 우리가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홍)과거 어머니의 삶과 지금 딸의 삶이 중첩되고 만난다.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신과 함께>는 신들의 이야기를 청년들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풀어냈다. 그만큼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단순하다가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공상과학 소설과도 같다. 젊은 세대들이 뼈대에 내용을 가미하며 살을 붙일 수 있다면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입장이 되어보면 다양한 독창적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모으는 것은 제주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굿을 집전하는 김윤수 심방.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예능보유자로 인간문화재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굿을 집전하는 김윤수 심방.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의 예능보유자로 인간문화재이다. (사진=김일영 작가)

-가장 인상 깊었던 답사는. 

(여)서귀포 남원읍 하례리에 있는 예촌본향 큰당이다. 보목리에 좌정한 ‘조노기하로산또’와 장기를 두어 이겨 이곳에 자리잡았다. 나무줄기를 붙잡고 깎아지는 듯 가파른 계곡 길을 내려가면 마치 큰바위얼굴처럼 절벽 위에 나무가 자라는 풍경이 펼쳐진다.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던 그 광경보다 더 기뻤던 순간은 다음이다. 예촌본향과의 내기에 진 조노기하로산또가 좌정한 마을인 보목리를 찾았다. 포구에 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를 먹으며>가 적힌 시비를 보고 돌아섰는데 바로 앞 식당에서 마침 자리물회를 먹는 한기팔 시인을 우연히 만났다. 보목리에 자리돔이 유명한 이유를 묻자 한기팔 시인이 보목리엔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서 고기를 잡아 곡식과 바꿨다고 얘기해주더라.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유레카!”를 외쳤다. 농토를 차지하지 못하고 밀려나 해안가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설촌 역사가 신화 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한 서사는 조노기하로산또가 예촌본향에게 장기에 지면서 먼저 좌정할 곳을 양보하는 이야기로 표현되고 있다. 신화와 역사 간 관계를 이해한 순간이었다. 

(홍)화북 윤동지 영감당을 찾았을 때다. 토지 개발로 땅이 파헤쳐져 있었다. 화북은 저자가 과거에 14년동안 살았던 동네다. 예전과 다르게 덤프트럭이 있고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고 주위엔 ‘위험주의’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다행히 윤동지영감은 예전의 신비로운 형상을 띤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흰 종이로 옷을 감싸고 머리엔 고깔 모자에 허리춤엔 허리띠도 둘렀다. 마치 반듯하게 앉아있는 듯 보였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를 드린 것 같았는데 신비로움과 엄숙함이 가득한 스님 형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뒤돌아보게 됐다.  

화북 윤동지 영감당에 좌정한 미륵돌에 하얀 종이옷을 입힌 모습. (사진=김일영 작가)
화북 윤동지 영감당에 좌정한 미륵돌에 하얀 종이옷을 입힌 모습. (사진=김일영 작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여)제주신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신화라는 보석을 마음껏 꺼내보시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창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내용으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거구나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신화를 바탕으로 책 한 권 써보기를 권하고 싶다. 

(홍)요즘 기행글이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일반 사람들에겐 낯선 곳이자 길을 나서지 않으면,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신령스러운 공간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독자들이 직접 길을 나서서 낯선 곳을 느껴보길 바란다.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나. 신당으로 향하는 마을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그 느낌들을 그대로 적은 글에는 꿈을 꾸는 시간과 공간적 의미가 담겨 있다.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또 학교에 있을 때 신당 기행을 가끔 가봤는데 학생들이 안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신당을 제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제주교육의 차원으로써 필요한 책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학교 현장에서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 (사진=알렙 제공)
제주, 당신을 만나다. (사진=알렙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여)한림읍 한수리 신화를 보면서 동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안을 썼다. 내년 3월에 수학여행하는 학생들을 위한 신화 이야기를 발간할 예정인데 이 일정이 끝나면 제주신화 바탕으로 한 동화 쓰기에 도전하고 싶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홍)그동안 읽지 못했던 김석범의 <화산도> 읽기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이 책에 대한 감상글을 엮고 싶다. 꼭 책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완성도가 있는 형태로. 나에 대해 성찰하고 표현하기 위해 그림도 그려보고 음악도 해보고 하지만 글쓰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즐거운 작업이다. 아직은 책을 내는 게 쑥스러운 미생(未生) 작가이지만 정말 보람이 있었다.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저자 작가 홍죽희와 작가 여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달 20일 제주시 도련동에서 '제주, 당신을 만나다'의 저자 작가 홍죽희와 작가 여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에필로그.
인터뷰를 하면서도 가장 궁금했던 질문.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당신’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쓴 이유에 대해 일부러 묻지 않았다. 과연 이들이 지칭하는 2인칭 대명사 ‘당신’이 누구일지 수수께끼를 풀 듯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어나갔다. 내 어머니, 내 외할머니, 수천 아니, 수만 년 전 내 뿌리였을 조상을 떠올렸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상상했다. 그리고 내 안의 아주 작은 조각 하나가 그들과 연결됐음을 느꼈다. 그렇게 길 끝에서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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