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졌다. 절기로는 늦가을이지만 아침저녁 몸에 와 닿는 날씨는 겨울 초입이다.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가난하고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향한 ‘나눔의 손길’이 기다려진다. 몸과 마음을 녹여줄 포근하고 정겨운 자선의 손길이다.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보람과 기쁨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공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얼마 없으면 ‘구세군 자선냄비’가 길거리에서 딸랑딸랑 따뜻한 손길을 부를 터이다. 이때를 전후해서 사회 곳곳에서는 연말연시를 맞고 보내면서 이웃돕기 행렬도 이어질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세상은 그렇게 각박하지만은 않고 온기가 남아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인정이 메마르지 않다는 증거일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개업한 한 찻집(19티 성산일출봉점)에서 성산읍 성산 리 경로당 어른들에게 10kg들이 쌀 60포대를 전달하여 ‘연말연시 이웃돕기’의 작은 나눔의 시작을 알렸다고 한다.

‘밀크 티 전문점’으로 알려진 찻집에서는 개업축하 화환을 정중히 사양하고 대신 ‘쌀 화환’을 받았다고 했다. 쌀과 꽃으로 구성된 축하화환이었다.

쌀 화환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꽃 화환과는 달리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농민들을 위하면서도 결식아동, 독거노인, 양로원이나 사회복지 시설 등 도움의 손길이 그리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은 정성으로 큰 보람의 꽃을 피우고 함께 기뻐하는 사회적 기부문화에 동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눔의 미학’은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이나 슬픔을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내 것에서 하나를 빼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를 더 키우는 시너지 효과로 작용한다는 이론도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토마스 람게(49)는 2004년에 출간한 그의 책 ‘행복한 기부-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2007년 한국어판 번역 이구호)에서 ‘2-1=3’이라는 나눔의 공식을 내놨다. ‘나누면 더 많아 진다’는 것을 수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도로 발전한 사회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주는 자가 이기는 사회다. 시너지 효과의 수식이 1+1=3이라면 나누는 사회의 수식은 2-1=3 게임”이라는 이론이다.

나누는 사회에서는 가진 것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만 남는 것이 아니라 되레 세 개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어리석은 이기주의자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지만 현명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라고 했다.

이를 넓게 해석하자면 ‘기부와 자원 봉사’ 등 나눔의 영역에서는 나눌수록 커지며 주는 자 받는 자 모두에게 행복을 부르는 성공 투자‘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예로든 찻집의 쌀 나눔 이벤트도 이러한 나눔의 미학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작은 마중물이 되어 시린 겨울을 좀 더 포근하게 데우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까치밥’이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조상들의 자연친화적 배려와 나눔의 아름다운 전통을 한마디로 엮어낸 단어다.

옛 조상들은 감을 수확하면서 감나무의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몇 알씩 그대로 나무에 놔뒀다고 했다. 까치 등 겨울나기 새들이 날아와 겨울 양식으로 쪼아 먹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새 먹이로 남겨 둔 열매가 ‘까치밥’이다.

옛 어른들은 사람만이 아니고 새들에게 까지도 나눔을 실천했던 것이다.

가진 것을 나눈다는 말은 많이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없는 사람의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한다면 충분히 ‘가난한 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베풂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다.

물질이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미소와 눈빛, 공손하고 겸손한 말, 따뜻한 마음씨도 아름다운 나눔의 미덕이다.

가수 이세준(유리상자)의 노래 ‘나눔의 미학’은 그래서 느끼게 하는 바가 많다.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이 반이 되는

나눔의 비밀을 아는 그대여

슬기로운 비결을 신비로운 기적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네요

가진 게 많아서도 시간이 남아서도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그대죠‘.

노래가사 중 첫 연(聯)과 둘째 연이다.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다가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부른 노래라 했다.

노랫말처럼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시간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것만 챙기겠다고 욕심 부리며 싸움질 하는 세상은 늘 부족함뿐이다. 이와는 달리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아름다운 사회는 보다 넉넉해지고 푸근하고 정겨울 것이다.

‘싸우면 부족하고 양보하면 남는다’는 말씀으로 풀이되는 어느 큰 스님의 법문(法門), ‘쟁즉부족(爭則不足) 양즉유여(讓則有餘)’가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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