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에 ‘농민’은 없었다
상태바
제주 제2공항에 ‘농민’은 없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1.18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인권위 제주출장소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
‘유엔 농민권리선언과 제주의 농민현황’ 개최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사진=제주투데이DB)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농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유엔 농민권리선언과 제주 농민현황’ 주제로 ‘제5차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이란 대자본과 기후변화로부터 농민과 농촌을 지키고 소외 받는 아동과 청년, 여성의 권리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한 선언문(Declaration)이다. 지난 2001년 국제 소농조직인 비아 캄페시나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이날 ‘제주와 농민권리’ 주제로 발표한 진주 농민권리선언포럼 운영위원은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제2공항이 들어서는 사업예정지의 농지전용(농지를 농업생산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농민의 토지권을 침해하고 먹거리 생산량 감소로 인해 식량주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생태환경, 특히 지하수(숨골) 고갈 문제와 함께 참여권 차원에서 주민·농민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고 있는지, 개발로 인한 혜택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계획이 마련됐는지 등을 짚어야 한다. 

아울러 인권영향평가의 실시 여부, 사업 내용이 국제기준과 요구에 부합하는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만약 국책사업 등이 농민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농민권리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내거나 유엔 발전권 특별보고관에 제주를 방문해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유엔 농민권리선언과 제주 농민현황' 주제로 '제5차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일 진행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17일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유엔 농민권리선언과 제주 농민현황' 주제로 '제5차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일 진행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어진 토론에서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성산농민회 사무국장은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발표에 앞서 농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하지만 정부는 그에 대한 일체의 노력이 없었다”며 “농민들의 입장에서 성산읍 농민을 하나로 묶고 정보를 찾아내 공유할 수 있는 단체가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농민의 생산 활동 공간은 국가에서 보호해야 하는데 자본 논리로 농민의 설 자리를 뺏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민들이 자신의 땅을 경작할 당연한 권리가 있음에도 강제수용으로 인해 농업 생산수단을 잃게 되고 나아가 사회 생산 활동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무차별적인 난개발로 제주 농업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투기 자본에 가장 취약한 토지가 농지인 것을 감안하면 성산읍 농지 잠식은 시간 문제다. 또 소음피해 논의에서도 하루종일 농지에서 일을 해야하는 농민들이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으면서도 모르고 농업을 해왔던 농민들에게 농민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 권리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게 농업생활에 접목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농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대표 단체를 중심으로 성산읍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체 농민들을 규합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토지 보상을 받아도 다른 지역에서 그만한 농지를 구입하기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뿐”이라며 “토지를 수용 당하지 않고 지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농민의 경우 조류 충돌 예방 조치와 소음으로 인해 농·축산·양식업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농민에게 긴 시간 쌓아온 공동체 유대관계 또는 익숙한 자연환경 등은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다”며 “지역 주민 의견을 모아내고 대표할 수 있는 단체의 참여와 자기결정의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