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목포-제주 간 해저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 2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사업비와 10수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타당성이나 실현가능성이 의심되는 꿈같은 사업구상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사업구상은 이미 사그라진 불씨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꺼진 불씨를 살리려는 집요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 4명이 국회에서 열었던 ‘호남 고속철도 완도 경유 제주연장(이하 해저 고속철)' 합동토론회도 같은 연장선이다.

이날 윤재갑의원 등이 주최하고 전남도와 정부관계자·전문가 등이 참석했던 토론회에서는 ‘해저 고속철’의 필요성이 제기 됐다.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기간 교통망 계획 수립을 위해서’ 또는 ‘경제 유발효과와 고용효과 기대’, ‘기상악화와 시간에 제약 없는 이동체계 구축’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경제유발효과·고용창출·접근성 확보 등이 논거의 핵심이었다.

전남도와 해당 지자체는 이를 근거로 중앙부처에 건의 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부정적 시각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논의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제주제2공항이 추진 중인 현실에서 또 다른 도민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섬이라는 고유의 정체성 훼손, 당일치기 관광행태 등 제주관광 산업의 지각변동에 대한 부작용 등을 우려 했다.

사실 제2공항 건설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와중에 14년 이상의 공사기간, 20조원 가까운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될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또 다른 대형 국책사업을 제기하는 전남도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저 고속철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해 2시간 26분대 거리로 단축하자는 사업이다.

이중 목포~해남(지상) 66km, 해남~보길도 교량 28km와 보길도~추자도~제주를 잇는 73km의 해저 터널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해저 고속철 사업’은 규모와 성격 내용면에서 매우 유혹적이고 충격적인 프로젝트이기는 하다. 누구라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온갖 경우의 수가 얽히고설키어 있다. 곳곳에 사업자체를 뒤흔들 지뢰가 숨어 있다. 사방팔방이 지뢰밭이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철도 기술 연구원에 의뢰해 ‘호남~제주 고속철도 타당성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용대비 편익 비율(B/C) 분석결과 0.71~0.78로 경제적 타당성 기준치인 1을 크게 밑돌았다는 것이다.

해저 터널 사업은 이미 2007년부터 거론됐었다,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와 박준영 전남지사가 제주와 완도를 잇는 해저터널과 해상 교량 건설을 국가계획으로 확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교통부의 부정적 용역 결과 등으로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현 민주당 대표인 당시 이낙연 전남지사는 2016년 3월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서울~제주 해저 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국가 철도망 국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기도 했다.

전남도는 관련 용역까지 실시하다가 2016년 제주 제2공항 사업이 확정되자 2017년 8월 용역조사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사실상 ‘해저 고속철’사업의 불씨가 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남도는 앞으로 수립될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에 제주~서울 간 국가 고속철도 사업을 반영키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의 관련 토론회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전남도(완도군 포함)는 왜 이처럼 해저 고속철 사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이낙연 효과’ 또는 ‘이낙연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남지사 재직 시절부터 ‘해저 고속철도 전도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저고속 철도 실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그러한 그가 지금은 집권여당의 대표다. 차기 대선(2022년 3월)에서 집권여당의 유력 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집권 여당 후보가 됐을 경우, ‘해저 고속철 프로젝트’는 주요 선거 공약이 될 수도 있다.

전남도가 해저 고속철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진다. 사업이 실현되면 어마어마한 특수를 선점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남도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바로 ‘이낙연 변수’가 만들어 놓은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현실이 됐을 경우에 제주도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가 있다.

해저 고속철이 상수로 작용한다면 아름다운 섬, 제주의 정체성과 매력은 산산 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

가보고 싶은 동경의 섬이 아니고 이웃 나들이 코스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접근성 확대가 정체성 몰락을 부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저 고속철 공사 등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과도한 인구 유입으로 청정제주의 자연 및 문화 환경이 훼손되고 쓰레기 처리, 교통 문제 등 수용능력 한계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해저 고속철이 완성되면 제주는 해저 고속 철도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 된다. 이를 조성하기 위한 대단위 토지 수요가 불가피하다. 역 인근은 물론 도 전역이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토착자본이 열악한 제주는 외래 거대 자본의 먹잇감이나 노리개가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해저 고속철 찬-반 주민 갈등은 또 어떻게 감당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해군기지 갈등이 십 수 년 간 치유되지 않아 멍든 상태다. 제2공항 갈등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른 시한폭탄이다.

제주도가 ‘해저 고속철’추진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저 고속 철도’ 사업에 매달려 일방적 행보를 하고 있는 전남도의 꿍꿍이속이 제주도로서는 여간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가 제주’이고 싶은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평화로운 정서가 어우러지는 제주를 가꾸고 싶은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그런 제주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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