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강경추, 강기수, 강병생, 강봉희, 강상주, 강원철, 강항관···”

지난 11월 6일 대전 골령골에서 한국전쟁 당시 국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집단학살의 피해자들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 명 한 명 호명됐습니다.

대전 동구 낭월동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형인 수천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제주4·3으로 대전형무소에 왔다가 희생된 사람도 2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골짜기 아래에서 위쪽까지 무려 1km에 이르는 영역에서 학살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유해 발굴 작업이 이뤄진 곳은 낭월동 1학살지 a구역입니다. 전체 범위가 넓기에 세세히 구역을 나눠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이 구역은 처음으로 발굴 작업이 이뤄지는 곳인데요.(지난 2007년과 2015년에 3, 5학살지 등에서 발굴 작업이 진행돼 52구의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이번 발굴 작업은 지난 9월 2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약 150구의 유해가 수습됐다고 합니다.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제주다크투어도 11월 6일과 7일 발굴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습니다. 한 살에 골령골에서 아버지를 잃으시고 몸이 불편한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는 유족회 회장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난달에 한 번 왔다가 이번 달에 또 와서 발굴 작업을 돕고 있는 성미산학교 학생들도 만났습니다. 학생들은 발굴 작업이 마치고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학생들은 손수 마련한 제사상 앞에서 집단학살 피해자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집단학살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인식됐던 이들이 개별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곳 골령골에 시신들이 묻혔다가 세상으로 나오게 된 기간도 꼭 70년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저희는 불과 이틀밖에 현장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전문 발굴팀 외에도 고등학생들, 새내기 대학생, 기자, 현직교사,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목장갑을 끼고 현장에서 일을 거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러나 촉박한 발굴 일정과 한정된 인력으로는 모든 유해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이번에 150구가량의 유해가 수습되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골령골 내에 다른 학살터 중에는 농지 개간 등으로 현장이 훼손된 곳도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주다크투어도 연대의 가능성을 믿으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여려분도 함께해 주세요.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대전시 동구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사진=제주다크투어 신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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