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행사가 홍보하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장배 아마추어 친선 골프대회 웹자보 포스터. (사진=모 여행사 홈페이지)
한 여행사가 홍보하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장배 아마추어 친선 골프대회 웹자보 포스터. (사진=모 여행사 홈페이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2단계로 격상하는 등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하는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에 걸쳐 타미우스CC(컨트리클럽)와 제주CC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장배 아마추어 친선 골프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 380여명이 몰렸다. 

이 대회는 도관광협회가 매년 주최·주관하는 아마추어 골프 이벤트로 여행사에서 1박2일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조금 1800만원이 투입됐다. 

당초 국내 골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취지로 진행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올 상반기부터 수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능동적이며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행사장 인근을 지나다가 행사 홍보 안내문을 본 도민 A씨는 “지난 추석 연휴엔 원 지사까지 나서서 다른 지역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하길래 1년 가까이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한쪽에선 수백 명이 모이는 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있는 걸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선제적 방역을 강조했던 제주도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행사 중단을 강제할 근거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협회 측과 행사 개최 여부를 두고 대책 회의를 했으나 현재 1단계 상황에선 행사를 중단할 근거가 없다”며 “만약 행사를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위약금 1억원 등이 발생하고 강제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민간인에게 ‘오라 마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협회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진행하기로 했고 실제로 어제 현장에 직접 가서 잘 지켜지고 있는 걸 확인까지 했다”며 “사전엔 ‘증상이 있는 분들은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도 하고 행사가 끝나고 14일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증상 발현 및 코로나19 감염 여부 등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준비하던 행사인데 불과 3~4일 전에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난처한 상황”이라며 “행사를 취소할 경우 첫째로 제주관광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 하락이 우려됐고 둘째로 취소 환불액을 보전하기 위해 도민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어 불가피하게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 들어 코로나로 인해 제주관광업이 매우 힘들지 않았느냐”며 “전세버스와 식당, 숙박업소 등이 많이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취지로 행사를 어렵게 마련했다. 행사 참여자들이 들어오는 공항에서부터 전세버스 탈 때, 식당, 호텔까지 철저하게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하게 대폭 증가하자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호남권은 1.5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다음 달 3일 진행될 대학 수학능력시험 전에 확진자 증가 추세를 완화하고 겨울철 대유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제주지역 확진자 수는 지난달 0명에서 이달(25일 오후 1시 기준)에만 모두 11명이 발생했다. 1명을 제외하곤 도외 거주자이거나 외부 지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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