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펴낸 제주 제2공항 홍보 책자. (사진=조수진 기자)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펴낸 제주 제2공항 홍보 책자.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여론조사 절차를 앞두고 제주도가 버스 광고와 홍보 책자 발간 등을 통해 사업 추진 찬성을 유도하려 한다는 질타가 도의원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제주도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지역 언론사들이 편향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7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이하 환도위)는 제389회 2차 정례회 3차 회의를 열어 도 공항확충지원단을 대상으로 2021년도 제주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환도위 소속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도가 발간해 배포한 ‘제주 제2공항 이렇게 추진됩니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도와 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등이 도민 의견 수렴의 일환으로 여론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입장을 담은 홍보물을 펴낸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것. 

특히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외도동)은 “책자를 배부한 곳을 보니까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범도민추진위원회엔 5000부를 주고 다른 곳은 20부, 50부 이렇게 주고 있고 읍·면·동의 경우 제가 갔던 곳은 200부, 성산읍은 2000부였다”며 “의심스럽고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곧 진행될 여론조사는 도민의 뜻을 발견하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며 “제2공항 찬성으로 유도해 나가기 위해 제주도가 여론을 조작하고 관권이 개입하고 그러면 누가 그 결과를 인정하겠느냐”고 따졌다. 

27일 제주도의회 제389회 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송창권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7일 제주도의회 제389회 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송창권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에 이상헌 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여론조사 형식이나 방법은 공정하게 해야 하지만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대외적인 여건을 봤을 때 (제2공항 추진 필요성에 대해선)국토교통부 보도자료조차도 언론이 하나도 안 실어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그러면 언론사까지 조작하고 조정하려는 것이냐. 마치 정부나 국토부에서 제2공항을 적극 찬성하고 있으니 제주도가 따라야 한다고 느끼게끔 하고 있다”며 “배부된 모든 책자들을 수거해야 한다. 관권이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는 심판자가 돼야지 선수가 돼선 안 된다. 이전까진 제2공항 추진을 위한 활동한 데 대해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도민 여론을 알고자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홍보를 해야한다면 찬성과 반대 측 모두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하고 도는 이를 관리하는 그런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한 홍보는 찬성하시는 분들이 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하자 이 단장은“찬성하시는 분들은 생업에 바쁘신 분들이라…(제주도가 정책 홍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27일 제주도의회 제389회 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7일 제주도의회 제389회 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에 송 의원이 “그럼 반대하시는 분들은?”이라고 묻자 이 단장은 “그분들은 프로페셔널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지금 바로 그 말 취소하시라”며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 굉장히 큰 실수하신 거다”라고 따졌다. 

이에 이 단장은 “(표현이)좀 과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홍보 책자를 모두 수거하고 더 이상 도에서 관권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계속되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주민소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큰 꿈 가지신 분이 여기서 발목 잡히면 안 된다. 과거 강정 해군기지 건설할 때도 김태환 지사를 주민소환했던 사례가 있지 않느냐.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질책했다. 

앞서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성산읍)은 “지난 5년간 지역주민들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홍보 책자를 (제작)하느냐”며 “5년 전에 해야할 일을 이제 한다고 해서 다른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화북동)은 “지금은 도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견 수렴 기간이 아니냐”며 “마치 제주도가 국토부인 것처럼 해서 제2공항을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한쪽 편을 드는 방식의 여론전을 펴는 것은 도민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겠다는 취지에서도 벗어난다”고 질타했다. 

이어 “도가 취해야 할 입장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토부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제2공항 건설 주체는 국토부이다. 도가 마치 주체인 것처럼 오해받을 짓을 왜 하는 건가. 여론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피고 있는데 어떻게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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