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자원봉사 캠페인 36]“바다가 아픈 게 싫어요”
상태바
[2020자원봉사 캠페인 36]“바다가 아픈 게 싫어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1.30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 환경 캠페인단 ‘지구별키즈’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물고기가 날고 상어가 춤추는 푸른 바다가 난 좋아요.”
-환경캠페인 송 ‘플라스틱 바다(이경아 작사·이예솔 작곡·지구별키즈 노래)’ 중에서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다목적실 공연장. 객석 주변에 숨어있던 아이들 하나둘 무대 위로 쪼르르 올라간다. 어떤 아이는 등에 생수병을 달고, 어떤 아이는 비닐봉투 조각을 허리에 둘렀다. 저마다 바닷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나타내는 의상을 입고서 리듬에 맞춰 율동을 시작했다.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제주시 화북동 수눌당 앞마당에서 환경캠페인 송 안무연습을 하는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작은 몸을 가진 아이들은 누구보다 큰 몸짓으로 공연을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쓰레기로부터 바다를 지켜달라고 노래 불렀다. 이 아이들은 지난달 결성(?)된 ‘지구별키즈’다. 제주지역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JAGA·대표 이경아)’가 꾸린 어린이 환경 캠페인단이다. 

지구별키즈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제주시 화북동 김석윤 가옥 ‘수눌당’에 모여 환경캠페인 송 안무를 연습하고 삼양 해수욕장까지 걸어 플로깅(plogging·뛰거나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을 했다. 

어떤 날은 따가운 햇살 때문에, 또 어떤 날은 세찬 바람 때문에 쓰레기를 줍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른들도 힘들어할 법한 일에 아이들은 오히려 즐거워했다.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삼양해수욕장 인근에서 플로깅을 하는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쓰레기를 줍는 게 힘들 수도 있는데 바다를 아프게 하는 게 싫었어요. 그리고 전 태권도를 배웠기 때문에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쓰레기 중에 담배꽁초가 제일 많았는데 떨어져있는 걸 보니 속상했어요.” 오선유(도련초 1학년)

“쓰레기 줍는 게 제일 뿌듯했어요. 처음엔 더운 날에 쓰레기를 주우라고 해서 ‘내가 왜 해야 하지’ 생각도 했는데요. 환경을 깨끗하게 하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부턴 쓰레기도 줍고 재활용을 분리해서 잘 버리는 걸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강권서(신촌초 2학년)

“저는 원래 바다 생물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동물 생명을 위협하는 쓰레기가 싫었어요. 앞으로는 개인컵을 사용하고 에코백을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기회로 '잘' 버리는 습관이 생겼어요.” 홍서진(제주대학교 교육대학부설초 3학년)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삼양해수욕장 인근에서 플로깅을 하는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사람들이 그렇게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지 몰랐어요. 바다에 빠졌던 쓰레기와 안 빠졌던 쓰레기를 구분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요. 한꺼번에 같이 버리면 안 되고 반드시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하거든요. 그리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면 나중에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는 걸 알았어요.” 조서연(인화초 4학년)

“제가 버린 쓰레기가 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쓰레기를 줍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예전엔 쓰레기를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쓰레기를 적게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유미(제주대학교 교육대학부설초 5학년)

두 달에 걸쳐 ‘지구별키즈’를 지켜본 어머니들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진 아이들을 보고 “놀랐다”며 입을 모았다.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제주시 화북동 수눌당에서 환경캠페인 송 노래 연습을 하는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서연이’는 이제 가족 중에서 가장 분리수거를 잘한다. 자매인 ‘유미’와 ‘서진이’는 쓰레기를 줍고 안무 연습을 하러 가는 토요일이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유일한 남자 아이였던 ‘권서’는 처음엔 어색해하다가도 점차 ‘오늘은 쓰레기 주우러 가는 날’이라며 즐거워했다.

가장 어린 ‘하린이’는 ‘쓰레기 옷을 입고 공연을 하는 이유가 뭘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가 됐다. ‘선유’는 매일 ‘최대한 쓰레기를 줄여야 해’라며 다짐한다. 

제주시 화북동 수눌당에 모인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제주시 화북동 수눌당에 모인 지구별키즈. (사진='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이경아 대표는 “이번 ‘지구별키즈’를 진행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건 ‘강요하지 말자, 즐겁게 놀게 두자’였다”며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교육 방식이 아니라 게임처럼 플로깅을 했더니 나중엔 오히려 쓰레기를 많이 못 주우면 서운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들 아이들은 잘 모를 거라 생각하고 일일이 가르치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스스로 사회 문제를 인식할 줄 안다”며 “그 모습이 기특하고 예뻤다”고 흐뭇해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