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차용인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17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차용석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2020년 제주사회적경제 우수사례로 두리함께 주식회사,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일배움터,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폴개협동조합 등 5개사를 선정했다. 이 기업들은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 일자리제공,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사업을 펼쳐왔다. 2020년 제주 사회적 경제 우수사례로 선정된 곳들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어떤 분들은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단순히 좋은 일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죠. 제 생각은 다릅니다. 사회적기업은 1차적으로 기업 경영과 사회적 가치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해요. 당장 경영이 어려우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17일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제주인) 사무실에서 차용석 이사장을 만났다. ‘제주인’은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던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시작해 사업이 종료되자 지난 2017년 12월 설립된 조합이다. 

차 이사장은 기존 사업단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자활근로사업이 끝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자전거 수리와 의류재활용 등 크게 두 분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기술력이 쌓였고 지역사회 내에서 자리매김을 성공적으로 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 전경.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 전경. (사진=조수진 기자)

차 이사장의 아쉬움에서 시작한 고민은 정부 지원사업에 불과했던 프로젝트를 어엿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시발점이 됐다. 그는 함께 일했던 취약계층 노동자(기초생활보장 수급자) 7명과 제주인 토대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센터에서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창업을 시켜보라는 미션이 떨어졌어요. (웃음) 이미 기술력과 인지도 같은 기반이 있는 상황이라서 창업보다는 인큐베이팅에 가까웠습니다만. 일단 가장 큰 목적은 원래 계시던 분들 고용을 계속 가져가려는 거였어요. 그러려면 인건비를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죠.”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직장 생활을 비롯한 사회 경험이 길지 않은 특성상 일반 노동자들과 비교해 근로 능력이 다소 낮고 특히 사람을 대하는 대인 서비스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했다. 

차 이사장은 “자전거 수리는 무상 또는 부품비만 받고 의료재활용 매장에선 매출이 그리 크지 않다”며 “그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기 위해 셀프빨래방을 추가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자전거 수리 센터. (사진=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자전거 수리 센터. (사진=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만 3년이 된 제주인 성적표는 꽤 성공적이다. 매출액은 지난 2018년 7000만원에서 올해 약 8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직원 수는 지난 2018년 7명에서 현재 40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70%에 이른다. 제주인은 현재 자전거 수리센터와 재사용나눔가게(요디가게), 업사이클 판매 매장, 빨래방 등을 꾸리고 있다.

차 이사장은 제주인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 대표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의 노력. 그는 “우리는 복지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걸 안다”며 “3년을 같이 일하고 고생하며 수익 창출을 위한 고민을 다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지역사회 내 다른 기관의 지원이다. 차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쪽에 15년 가까이 일한 경력이 있다보니 여러 기관으로부터 경영 컨설팅이나 재정적 지원 등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인이 기초 수급자 직원의 안정적인 고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 노동시장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완전한 보호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티그마 효과(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되는 현상)’는 수급자를 더욱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차 이사장은 “이분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실패를 거듭하면서 수급자가 된 것”이라며 “일반 시민처럼 일하고 국가 지원 없이 자신의 삶을 그대로 일궈나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곳에서 어엿한 기업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게 되면 낙인에서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오라장이 열리는 모습. (사진=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지난 2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오라장이 열리는 모습. (사진=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제주인은 ‘빚 0원’을 내년 목표로 하고 있다. 차 이사장은 “조합을 시작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은 자립률 100%”라며 “직원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외부 지원 없이 수익 내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턴 페트병 수거 등 제주 환경 분야 사업을 많이 시도해볼 계획”이라며 “어르신과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 분야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할 분야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에 바라는 점으로는 “낙인만 찍지 말아달라. 우리는 도와줘야 하는 기업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냉정하게 평가해달라”며 “우리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그저 이런 일을 하는 기업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관심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10년을 같이 일했던 분이 얼마 전 칠순이 돼서 직원들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창업할 때부터 워낙 일을 잘하는 분이긴 했지만 만 70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분에게 큰 희망이다. 다른 일반 기업체였다면 훨씬 전에 퇴직하지 않았겠나. 단순히 나이나 생년월일로 평가를 하지 않고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기업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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