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인 정서로 보았을 때, 같은 제주 출신으로서 강창일 전 국회의원이 주일대사로 내정되었다면 제주 홀대론을 뛰어넘은 인사라고 높게 평가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착잡한 심정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주일 외교관 인사 정책에 재일동포로서 걱정이 앞섰다.   

일본이 스가 정권으로 바뀌면서 11월 23일 한국의 주일대사가 전격적으로 강창일 씨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한일 양국에 정부 담당자만이 아니고 국민들에게 큰 관심거리 뉴스로 등장했었다. 강창일 내정자가 한일 양국에서는 반일 정치가의 대표격으로 잘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의 카토 카쓰노부 관방장관은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에 대한 논평을 상대국의 문제라면서 닦부러진 의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애매모호하게 넘어갔지만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본 미디어에서는 솔직히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 보수 정치가들 사이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가 일본통이라지만 우호적인 관계의 일본통이 아니라 일본을 다른 정치가들 보다 잘 알고 있지만 반일이라는 선입감을 버릴 수 없었다. 2011년 5월 '독도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다른 의원 2명과 한국 정치인으로서 처음으로 러시아가 주권행사하는 쿠릴열도의 쿠나시리섬을 방문했다. 이 섬은 일본의 북방영토로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섬의 하나로서 러시아와 가장 민감한 현안 사항의 하나이다.

당시 민주당의 간 나오토 내각은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일한의원연맹은 이를 문제 삼아 방한을 연기했다. 또 자민당의 보수 강경론자인 이나다 도모미의원은 국회에서 그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해 8월 그녀는 대항책으로 다른 의원 2명과 독도 방문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려다가 공항에서 입국 불허가를 받고 돌아오기도 했다. 일본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필자는 입국허가를 내주지 않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었다.) 공항에서의 이 모습들을 일본 TV는 생방송으로 보도했으며, 일약 유명해진 그녀는 그후 방위대신,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역임했다.  

강창일 내정자는 쿠릴열도의 쿠나시리 방문에 대해서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었다고 12월 1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토 분쟁의 대상지에 갔었다는 자체부터가 일본의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키고 있는 독도에 일본 국회의원 방문 저지에는 필자는 아직도 반대한다.)

그리고 정의기억연대 대표였던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횡령 의혹이 나왔을 때에는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라면서 14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여 물의를 이르켰다.

올해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친일파 파묘(破墓: 무덤을 파냄)법'에 대해 "국립묘지에 원수가 있는데 유공자, 애국선열들이 저승에 가서 좌정할 수가 없다."면서 "동작동 국립묘지와 대전 국립묘지에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러분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원수가 옆에서 귀신이 되어서 논다고 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하고 가슴 섬뜻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반일 공관장>이라면, 2018년 4월에 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한 오태규 씨가 임명되었을 때에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7년 그는 외교부장관 직속 기관 <한일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합의 검토태스크(TF)위원장>직을 맡고 그해 12월에 이 합의서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무효화에 이르렀다. 이 사실만으로도 일본은 한국을 비난하는 항의가 그칠줄 몰랐었다.

이러한 오태규 씨가 2018년 오사카 총영사로 내정되자 한국에서는 논공행상의 총영사 자리라고 비난을 했었고, 일본에서는 왜 이러한 인물이 오사카 총영사란 말인가 하고 반발이 심했었다. 필자도 이것은 잘못된 인사 정책이라고 재일동포로서 제주투데이에 <낙하산 인사> <반일 공관장>이라는 비난 기사를 게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반일이라고 낙인 찍힌 강창일 씨가 주일대사로 내정되었으니 오사카 총영사 문제보다 더 크게 부풀어졌다. 총영사의 경우에는 주재국의 아그레망(부임 주재국의 임명 동의)이 없어도 부임이 가능하고 직접 본국의 국정을 담당하지 않고 지역 동포와 주민들을 상대로 대민사업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사직은 전혀 다르다. 대사인 경우에는 본국의 국정을 대변하는 임무 속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아그레망이 필요하다. 이것을 일본 정부가 거부하면 한일간의 새로운 불씨로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모래 씹는 기분으로 인정할 것이다.

강창일 내정자는 정치인이기 전에 학자로서 일본 토쿄대학에 유학을 왔었고 배재대학에서 일본학과 교수직을 거치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계에 입문했었다. 4선 의원을 역임하면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았었고 현재는 명예회장이면서 이번에는 외교관으로 발탁되었다.

극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강창일 내정자가 정식으로 주일대사로서 부임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한일 양국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9년 7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그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비판하자 이해찬 대표가 그만하라고 손가락으로 X자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의 수 차례에걸친 x자 표시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그치지 않고 "저는 어떻게든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국 정부도, 한국 국회도 열심히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알리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발언을 이어가 뚝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한일의원 연맹 회장으로서 임무를 다하기 위해 이러한 일면목도 있었지만, 강창일 내정자에 대한 <반일 공관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치가인 것만은 부정 못할 사실이다. 지역적인 좁은 발상이지만 제주 출신으로서 솔직히 환영보다 불안과 우려가 앞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주 출신으로서 1995년 주일대사였던 김태지 씨는 해방 50주년을 맞이하여 <무라야마담화>를 발표하는데 관여했다. 또 당시 오사카 총영사 역시 우연히도 제주 출신인 김세택 씨였다. 이번에 제주 출신인 강창일 씨가 주일대사내정자로 임명되었다. 제주 출신의 재일동포도 많아서 여러모로 제주와는 인연이 깊은 일본이다.   

강창일 내정자는 대국적인 차원과 안목에서 난기류 같은 한일 관계를 우호적으로 돌려 놓아 불신감에 쌓인 양국 정부와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반일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그때 그 대사>라는 이름으로 남을 대사로서 업적을 남기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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