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소유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시가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국가정보원이 소유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시가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 일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이하 국가위성센터)를 조성하는 계획에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제주투데이는 축구장 152배가 넘는 부지에서 이뤄지는 국가위성센터 설립 사업이 지역 주민과 제대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구좌읍 중산간, ‘축구장 152배’ 국가위성센터?)한 바 있다. 

지난달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2021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공유재산 매각(구좌읍 덕천리 산68-1)]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위성정보활용촉진위원회 등은 국가위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위성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2년까지 센터 건물과 위성 안테나 3기 등을 설치하고 추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검토부지 면적은 108만6306㎡(약 32만8600여평)에 이르며 이중 도유지는 62만1764㎡(약 18만8000여평), 국유지는 46만4542㎡(약 14만500여평)이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추진 중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붉은 선 오른쪽 넓은 부분이 도유지.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추진 중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붉은 선 오른쪽 넓은 부분이 도유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1일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진행된 해당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심사에서 윤형석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이 센터에 대해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위성, 즉 기상 위성이나 천리안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기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시설 한계로 확장이 불가해 위성전파 수신율이 좋고 적합한 지역으로 제주지역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을 통해서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우주산업을 이끌어 가보고 싶은 의지로 유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산업이란 인공우주물체(인공위성, 우주선, 우주발사체 등)의 설계·제작·발사·운용 등에 관한 연구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산업 등을 말한다. 언뜻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법한 최첨단 기술 산업으로 보이지만 국가안보 및 군사시설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제주투데이는 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가위성센터가 윤형석 국장의 설명과는 달리 단순히 위성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 이상의 시설임을 확인했다. 지금 정부가 오는 2023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정찰위성 개발사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실제로 국가위성센터 설립 사업에는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참여하고 있다. 

개발 중인 차세대중형위성 홍보 이미지.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영상 갈무리)
개발 중인 차세대중형위성 홍보 이미지.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영상 갈무리)

 

국가위성센터는 지난해 4월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6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 ‘차세대 중형위성 2단계 개발사업 계획’에 따라 설립이 결정됐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설치된 기구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위원은 국방부 차관과 국정원장이 지명하는 국정원 차장, 기획재정부 차관, 외교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으로 구성됐다.

국방부와 청와대는 수년 전부터 군사용 정찰위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찰위성이란 군사 핵심표적에 대한 도발 징후 감시 및 식별을 위한 위성영상 정보 획득, 적 지역 핵심표적에 대한 영상정보 수집 및 표적 정보 지원, 감시권 내 주변지역 및 국경지역 군사활동 감시, 필요시 해외 파병지역에 대한 영상정보 수집 및 제공, 국가적 재난재해 예방과 대응 지원을 위한 정부 수집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올 초 국방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군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와 연계해 정찰 위성의 역할과 운영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우리 군의 우선 과제”라며 “정찰 위성의 운영은 군이 전담하고 관계 부처에서 요구할 때 비군사분야 위성영상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방송에서 “안보 분야의 외부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 정찰용 인공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브리핑에서 “조만간 우리 군의 우수한 판독 능력을 갖춘 저궤도 군사 위성을 다수 보유하게 돼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일대 국정원이 소유한 토지 등기부등본.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일대 국정원이 소유한 토지 등기부등본. (사진=조수진 기자)

현재 해당 부지의 국유지는 국가정보원이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 상 지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국정원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일대는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군사용 정찰위성과 국가위성센터 간 연관성에 대해 묻자 제주도 소관부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국가위성센터는 사실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비공개적으로 진행됐어야 하는 내용이었다”며 “제주도의회의 공유재산 매각안 심의 절차가 없었다면 공개되면 안 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도 이 사업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알고 있고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대략적인 내용을 마을이장, 개발위원회, 지역구 의원들에게 설명했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부지로 검토 중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부지로 검토 중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한 제주도의원은 “위성정보를 수신하는 센터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고 절대보안시설로 분류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의 경우 주변국 리스크도 있고 관련 정보를 다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덕천리는 구좌읍에서도 낙후한 지역이다. 국가위성센터가 들어오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직접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미국의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같은 시설이 우리 마을에 있다고 하면 어린아이들한테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마을 인지도도 올라가서 지역 농산물 홍보도 될 수 있고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현재 해당 공유재산 매각 계획안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사전 지역상생 방안 마련과 장기 임대 등 교환계약 방식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 보류됐다. 이에 도는 이달 내로 계획안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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