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청 기자실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후속 조치 1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달 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청 기자실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후속 조치 1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난개발로부터 청정 제주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며 발표한 ‘청정제주 송악선언’. 그 첫 번째 조치가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원 지사는 지난달 2일 송악선언 후속 조치 1호로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사업을 원천 차단할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조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송악산 일대가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조사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도는 새해 예산안에 용역비 60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인 양병우 의원(무소속·서귀포시 대정읍)이 이를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당장 다음 달부터 용역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양 의원은 지난 도정질문에서도 원 지사를 상대로 문화재 지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로 토지주의 재산권 침해. 문화재 지구로 지정될 경우 개발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지역주민과 사전 논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이 송악산 개발사업에 찬성했던 주민이다.  

양병우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양병우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날 양 의원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무엇보다 제주도정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데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양 의원은 ”세상에 이렇게 날벼락이 있느냐. 문화재 지정 논의가 오가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본 의원이 아무리 무소속이고 힘이 없다고 하지만 지역구 의원을 이렇게 짓밟았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주도는 문화재 지정을 하지 않으면 마치 송악산이 사라질 것처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대책위를 꾸리고 사업자 측과 협상을 벌이고 도립공원을 확대하는 등 여러 대안을 주민들과 논의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악산 인근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양 의원의 송악선언 ‘제동’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정임 상임대표. (사진=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제공)
김정임 상임대표. (사진=제주투데이DB)

이날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임대표는 ”양 의원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용역은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용역이 아니라 송악산 일대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예산은 올해 상반기 도의회에서 전문가 토론회 등 다양한 논의를 거쳐 얻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며 ”지난 2월 문화관광체육위원회와 환경도시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만장일치로 문화재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는데 많은 도의원들의 노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주민이 문화재 지정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대다수 주민은 이 송악산을 지키는 데 찬성하고 있다“며 ”양 의원이 정말 대정읍 지역을 생각한다면 송악산과 넓게는 알뜨르비행장까지 분포된 문화재를 이번 기회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도는 내년 10월 조사 용역이 완료되면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토지 매입 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송악산 일대 대규모 유원지를 조성하는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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