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쪽이 오광현 씨, 왼쪽은 오태규 총영사
오른 쪽이 오광현 씨, 왼쪽은 오태규 총영사

재일동포 사회에서 시민운동단체의 단체장이 한국정부의 훈장을 받기에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려움을 극복한 동백장 수훈자는 '재일본 제주4.3유족회' 오광현 회장이 선정되어 12월 4일 오사카시 닛코호텔에서 전수식이 있었다.

시민운동 단체장의 수훈자가 어렵다는것은 그러한 시민 단체 활동이 미비해서가 아니다. 한국 국가의 조직기관처럼 '재일본 대한민국민단'이 일본 전국에 거미줄처럼 조직되어서 그 이상의 활동을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민단은 민단 규약 제2조에 "본단은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동포의 복리와 번영 및 친목을 위하여 본단의 선언 및 강령의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기된 것처럼 민족적인 임의 친목 단체이지만, 동포사회의 모든 일을 공공기관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대상자가 민단 조직에서 오래 활동한 지도자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사이지역(오사카총영사관 관할 오사카부, 교토부, 시가현, 나라현, 와카야마현, 효고현은 코베총영사관 관할임) 동포사회는 재일동포 역사의 축소판으로 일본 사회의 차별과 억압에 맞서 재일동포가 자리잡는데 기여하였고 지금도 동포들의 권익옹호와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합니다." 오태규 오사카 총영사의 전수식에서의 인사말이었다.

이날 오사카 총영사관 관할 수훈자는 국민훈장 모란장에 왕청일 민단교토부지방본부 상임고문, 국민훈장 동백장에 오광현 성공회(聖公會)이쿠노센터 총주사(사무처장)이며, '재일본 4.3유족회' 회장, 대통령표창 단체상에는 코리어NGO센터가 받았다.

오광현 수훈자의 수훈 소감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 국내에서 받는 수훈자들과 그 내용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분한 훈장을 받게된 것을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오사카 이쿠노에서 제주도 출신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6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일본 이름이 아닌 제 본명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의를 했던 청년 시절,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매진한 학생 시절, 재일동포 어린이들과 함께 보낸 세월, 그리고 장애인들을 만나 그 생활을 지원하며 살아왔습니다." 

"또한 '제주4.3'이 재일동포, 특히 제주도 출신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제주4.3위령사업'을 오사카에서 진행해 왔으며 마침내 2018년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제주4.3희생자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걸어 온 길은 그 모두 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제 곁에는 언제나 가족과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동백장을 받게된 것은 다음 세대의 재일동포들과 장애를 가진 제 친구들, 그리고 제주4.3으로 고통 받아 온 많은 분들을 이 사회에 가시화 시킨 의미라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신약성서 누가복음에는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 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세상과 역사의 어두운 골짜기에 놓여진 이들이 자기답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그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드라도 일반화 되어 잘 알려진 성경 구절이 있다. 마태복음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이다. 그러나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 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오광현 회장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어서 남 모르게 했던 일들이 드러나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1977년 오사카시립대학교 입학 후, 재학 당시부터 이쿠노에 있는 이쿠노시립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송아지 어린이회'를 결성하여 민족학급 봉사활동을 했으며, 1982년에는 외국인 지문 날인 재판투쟁 사무국을 담당하면서 1986년 스스로 날인을 거부했었다.

1992년 성공회 이쿠노센터 개설과 함께 총주사로 취임하여 일본 기독교인들과 재일동포와 한국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문제 이해를 위한 교류로서 한국사회 복지사업이나 사회적 기업 견학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미니 재일동포라디오방송국 <FM사랑>을 운영했고, 1995년에는 재일정신장애자를 위한 봉사단체 <NPO법인히트회>를 설립하여 사무국장,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재일동포 고령자 쉼터 만들기를 시작하여 개호보험에 해당하지 않는 어려운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 3회 한국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2008년에는 제주4.3 60주년 행사에 이 고령자 중에서도 참가했는데 해방 후, 처음으로 참가한 고령자도 있어서 그 감격은 더했었다.  

1997년 4.3사건 50주년 기념식 준비 때부터 참가하여, 2000년도부터 2007년까지 '재일본 제주4.3유족회' 사무처장, 그후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2018년에는 오사카시 덴노지구(天王寺區)에 있는 통국사(統國寺)에 <제주4.3희생자위령비>를 건립했다. 그 전까지는 4.3위령제를 매년 여러 회관을 빌어서 전세살이처럼 옮기면서 위령제를 개최했었지만 위령비 건립 후에는 계속 그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편 다른 활동에서는, '민단오사카 조직정비대책위원', '조국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민단오사카인권옹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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